임현정 칼럼 4화. 오프라인 매장은 다 사라진다던데요? - AMOR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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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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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칼럼 4화. 오프라인 매장은 다 사라진다던데요?


안녕하세요, 사우 여러분. 며칠 사이 많이 쌀쌀해진 날씨에 잘 지내고 계신가요?
몸과 마음 모두 지치기 쉬운 요즘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 유의하시어 다가오는 겨울도 따뜻하게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가 불러온 리테일 양극화


얼마 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되었습니다. 아직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만 거리의 상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트래픽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철저한 국민성과 정부 방역에 대한 신뢰로 실제 소비심리와 수출 지수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완연한 회복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악은 지나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드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겠죠? 

그런데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과는 달리 백화점, 면세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 근무하는 분들의 말씀으로는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다른 기업들의 고전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      뉴시스 2020/10/02, 연합인포맥스 2020/10/16


사실 전쟁과 같은 급격한 인구 변화가 일어난 것도 아니니 사람들은 여전히 필요한 것들을 사고 소비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대체 백화점 같은 전통 매장을 떠난 고객은 지금 어디에서 지갑을 열고 있을까요?

  •       파이낸셜 뉴스 2020/9/29, UPI 뉴스 2020/07/07, 연합뉴스 2020/7/30


네. 짐작하셨던 것처럼 올 한해 고객들은 감염의 위험을 피해 오프라인 매장을 떠나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해 비대면으로 소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예상한 방향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충격의 크기가 예상치 못한 수준이라는 점인데요. 바니스 뉴욕, 브룩스 브라더스, 딘 앤 델루카 메이시스, 니만 마커스, JC 페니, 제이크루… 이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누렸던, 하지만 올해 파산이나 사업 축소를 신청한 대표적인 리테일러들의 목록입니다. 한때 리테일의 아이콘이었던 기업들의 줄 도산 소식에 그야말로 '손바닥 뒤집듯 변했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이 와중에 이들을 파산으로 몰고 간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라인 리테일러 아마존은 잔인하게도 시어스와 JC Penny의 폐업 매장을 물류창고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역시나 시장은 너무나 냉혹한 것 같습니다.

아직 파산하지 않았다 뿐이지 여러 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이 여전히 위기 상황에 놓여 있으며 모두가 오매불망 코로나19 백신이라는 동아줄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은 오프라인의 리테일의 위기는 코로나19 훨씬 이전부터 진행 중이었으며 코로나19는 그저 새로운 환경에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명운을 더 빨리, 그리고 더욱 가혹하게 갈라놓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정상화에 온 기대를 걸기보다는 이미 가속화가 진행된 리테일 시장의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미 가속페달을 밟은 리테일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요? 서두에 말씀드린 오프라인 vs 온라인 리테일의 양극화가 지속되어 결국 오프라인 매장은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될까요?



위기의 오프라인 리테일, 정말 사라질까?


  • 출처 : Wall Street Journal / 출처 : 한국감정원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올 7월 미국의 폐점 숫자는 5,000개를 넘어서는 가파른 상승세인 것에 반해 개점 매장의 숫자는 암울하게도 전혀 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전망하기로는 올해 25,000개의 매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하는데요(19년 대비 2배 이상의 폐점률임).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7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의 상가 공실률이 지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불패 상권으로 여겨지는 명동과 강남역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상가의 공실이 자주 눈에 띄곤 합니다. 정말 오프라인 리테일은 이렇게 저물고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우울한 분위기를 뚫고 얼마 전 유통 업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2020 매출에 관련된 소식인데요. 놀랍게도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코로나19로 인해 백화점 업계가 울상인 가운데서도 개점 5년 만에 백화점 업계 최단기간 내 매출 1조를 여유롭게 전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 출처 : 매일경제, 2020,09,28


경쟁사들은 올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독보적으로 이뤄낸 쾌거라 많은 분들이 그 비결이 무엇인지 분석하느라 바빴는데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과연 무엇이었길래 오프라인 매장의 몰락을 논하는 시기에 이렇게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요?



원하는 경험이 충족되는 곳으로 고객은 움직인다



1) 현대백화점 판교점

일단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MD는 경기 남부권에서 가장 훌륭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굵직한 대기업이 여럿 위치해 있는 분당, 판교, 수원 상권임에도 그동안 고객들은 원하는 브랜드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로 원정을 가야만 했는데요.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여러 선망 브랜드들과 함께 전국의 맛집을 총 집결시킨 F&B를 유치하여 폭과 깊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MD로 경기 남부권 고객들을 판교로 총집결시켰습니다. 현재 판교점은 3대 명품 중 미입점 된 에르메스와 샤넬 입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요. 만일 이 두 브랜드가 입점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어 미래는 더욱 밝습니다. 

또한 미술관, 서점, 영화관 등 고객이 원하는 문화/예술 경험을 판교점에서 모두 해소할 수 있도록 탄탄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멋지고 새로운, 자랑할 만한 경험이라면 산 넘고 물 건너라도 가보는 것이 요즘 대세이기에 한 평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상당한 면적을 고객경험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들은 이 멋진 공간을 찾고 앞다투어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며 판교점의 기록적인 매출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 판매 공간을 고객을 위한 예술품 전시 공간으로 바꾼 현대백화점 판교점 6층(출처 : ehyundai.com)



2) 타겟(Target)의 어닝 서프라이즈

  • 출처 : corporate.target.com


성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러의 사례는 수많은 유통사가 폐업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들려옵니다. 미국의 오프라인 리테일러인 타겟(Target)의 올해 2분기 실적이 동기 대비 24.3%에 달하는 매출액 증가로 사상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타겟은 미국 내 8위인 나름 큰 규모, 10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전통 있는 리테일러지만 2014년 이후 매출은 연일 급감하고 있었는데요. 경영진은 타겟을 백화점 같은 할인점'이라고 포지셔닝 한 것과는 달리 실제로 고객들은 이곳에서 백화점과 같은 고객경험을 전혀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은 "타겟에는 전문성 있는 직원도 없고, 매장은 너무 낡아 할인점 중에서도 매력이 없다"라고 여기고 있었으며 MD 또한 그들이 말하는 백화점처럼 좋은 구성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타겟의 고객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2017년, 타겟은 드디어 '프리미엄 할인점'이라는 그들의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고객의 트렌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진 찍을 만한, SNS에 업로드할 만한 공간 경험의 니즈인데요.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타겟은 대부분의 낡은 매장들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했습니다. 방문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의 할인점은 사진 찍을 만한 장소나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공간이 결코 아닌데요. 타겟은 이러한 평판을 개선하기 위해 고비용을 들여 다수의 VM 디자이너를 고용해 그들 말대로 백화점 같은 매장으로 꾸미고 다소 번잡했던 결재 공간도 백화점 느낌으로 바꿔 타겟이란 브랜드 자체를 성공적으로 '상향 리포지션닝'하고 있습니다.

또한 더 이상 매력이 없는 브랜드를 대체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는데요. 매장은 이미 백화점처럼 멋진 공간이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들의 품질이 이전과 대단히 차이가 나지 않았음에도 정말 가성비 있는 브랜드로 포지셔닝 되었습니다!

  • 리모델링된 타겟 매장(출처 : corporate.target.com)


또한 도시형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한 MZ 고객을 위해 번화가에 타겟 미니스토어를 매년 상당수 오픈하고 이곳에서 Click and Collect(온라인 구매, 오프라인 픽업 서비스)와 같은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소비 경험을 테스트하며 미래에 벌어질 옴니채널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혁신의 결과로 타겟의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중입니다.

  • 타겟의 도심형 미니스토어(출처 : Forbes.com) / 타겟 주가(출처 : Investing.com)


자 오늘은 오프라인 리테일의 침체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도 고성장 중인 기업의 대표 사례를 전해 드렸는데요. 물론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도 보란 듯이 성장하는 오프라인 리테일러가 이 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주변을 둘러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폐점 종이가 붙은 매장이 여럿인 가운데, 여전히 어느 식당에는 대기줄이 길고, 어느 빵집은 점심시간이 막 지났을 뿐인데 전량 품절이라는 문구가 붙어있고, 또 어떤 매장은 오픈함과 동시에 고객들이 전력 질주를 하는 오픈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이 모두 침체인 것이 아니라 경쟁력 없는 매장이 도태되며 시장이 재편 중인 것이지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온라인 리테일이 제공하는 고객경험은 여전히 한계가 명확합니다. 오프라인 매장만이 제공하는 실제적 경험, 엔터테인먼트 요소, 즉각적인 피드백과 같은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는 없는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차별화된 오프라인 리테일만의 고객경험에 집중한다면, 그리고 디지털 경험을 결합해 미래를 준비한다면 고객들은 계속 매장을 찾을 것이며, 오프라인 리테일은 지금의 위기를 넘어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미래란 원래 모호한 것이기에 불안한 전망들 앞에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모두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으며 오히려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전하며 이번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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