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전 직원이 4명뿐인 작은 여성복 쇼핑몰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MD부터 마케팅, 영업, 뿐만 아니라 모델까지 두 가지 이상의 업무를 담당하는 팔방미인들이죠. 만약 이 쇼핑몰에서 거래처, 제품, 마케팅까지 전부 변경해야 하는 전사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 직원(4명)이 회의실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어 실행하면 비교적 쉽게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실타래
이렇게 작은 규모의 회사와는 다르게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업무가 세분화된다면 조금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하나의 문제에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여러 조직들이 얽혀있기 때문이죠. 많은 이슈들은 필연적으로 여러 부서가 모여야만 해결이 가능하고, 또한 여러 부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큰 규모의 조직은 그 규모에 맞는 소통 및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보다 앞서 같은 고민을 했던 기업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위로, 옆으로 연결하는 타운홀미팅
국내외 여러 기업들에서 다양한 이름(타운홀미팅, 올핸즈미팅, TGIF, T500, 1등 워크샵 등)으로 불리고 있는 타운홀미팅은 크게 1) 수평적 소통과 2) 전사적 문제해결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 구글, 후자의 사례로 KT를 들 수 있는데, 이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우리만의 타운홀미팅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볼 수 있습니다.
1) 구글의 TGIF 미팅 : 위와 아래를 이어주기
구글은 창업 초기부터 매주 금요일 진행한 TGIF(Thank God, it's Friday) 미팅을 통해 전사 구성원들과 회사가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고유의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지사들도 온라인에 질문을 올리고,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질문들에 대해서는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를 포함한 주요 임원들이 직접 가감없는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TGIF 미팅과 초창기(1999년) TGIF 미팅을 진행하는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이러한 수평적이면서 소통의 단계를 줄이려는 노력 덕분에 구글의 직원들이 해를 거듭하며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구글리(Googley)함, 즉 구글스러움이라고도 옮길 수 있는 이 구글의 가치가 끊임없이 공유되며 위와 아래를 이어줍니다. 구글이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의 밑바탕에는 이러한 소통의 노력이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2) KT의 1등 워크샵 : 옆으로 이어주기
KT의 1등 워크샵은 옆으로의 연결을 통해 여러 부서가 얽혀있는 문제를 해결합니다.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1등 워크샵'은 약 5년 간 3,900여 개의 과제에 총 6만 명의 인원이 참여하여 다뤘고, 3,879억 원의 매출 기여와 1,200억 원이 넘는 비용 절감(2017년 말 기준)을 하는 등 의미 있는 재무적 성과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1등 워크샵 과제들 중에는 Top-down 과제뿐만 아니라 '콜센터의 권한 위임'과 같은 고객과 현업 부서의 고충에서 비롯된 Bottom-up 과제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요. 특히 '콜센터의 권한 위임' 과제는 고객응대의 표준화를 위해 작성된 매뉴얼이 콜센터에서 해결 가능한 요청임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대응의 장애물이 된다는 현장의 고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제 덕분에 1등 워크샵에서 본사 직원과 콜센터 직원이 함께 만나 현장의 어려움과 매뉴얼의 취지를 서로 이해함은 물론이고, 고객의 편의를 높인다는 본래 취지에 맞는 권한 위임 솔루션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솔루션이 실행되면서 부정적인 VOC가 3년 만에 3분의 1로 감소했고, 고객 만족 평가도 동종업계 내에서 대부분 1위를 달성하게 됩니다. 이보다 더 주목할 점은 여러 부서의 연결을 통해 고객 만족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함께 추구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KT 1등 워크샵
3. 마치며
타운홀미팅은 위아래, 옆으로 복잡하게 얽혀 풀리지 않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과감하게 자른 알렉산더 대왕의 칼과 같습니다. 우리의 타운홀미팅도 과감한 소통의 장을 통해 회사의 가치에 공감할 기회를 갖기도 하고, 여러 부서가 서로 다른 끝에서 고심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하는 하나의 해결책이 되길 바랍니다.
4화에 걸쳐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꾸준히 필요한 이유와 올해 콜럼버스 팀에서 추진하는 일하는 방식(4DX, 디자인씽킹, 타운홀미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교과서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화두를 던졌기를 바랍니다.
하나의 조직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변해가듯이, 우리의 일하는 모습 역시 그러해야 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과 고민을 각자의 위치에서 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콜럼버스팀에서 진행하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