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을 담은 3주 그리고 2분 20초 - AMORE STORIES
#2017 도시 혜초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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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혼을 담은 3주 그리고 2분 20초

혜초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你好! 안녕하세요. 중국 창사 / 우한 도시 혜초 정현영입니다. '위의 사진은 뭐지?' 라고 생각하셨을 텐데요. 제 칼럼에서는 중난대학교(中南大学) 외국어학부 졸업파티에서 중국 전통 둥근 부채춤 공연을 하게 된 이야기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몸과 마음의 예술혼을 끌어 담았던 시간을 지금 바로 소개합니다.

중국 전통 춤을 배울 수 있다니! 기꺼이 참가해야지!

 5월 중순, 대학교 어학당 선생님이 6월에 있을 외국어학부 졸업공연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6월 9일에 외국어학부 졸업파티(毕业晚会)가 있는데, 우리 반이 중국 고전 둥근 부채춤을 추면 어떨까? 참가하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볼래?"
  둥근 부채(团扇)를 갖고 추는 춤으로 중국에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둥근 부채는 생활도구였다가 근대에 들어와 중국 전통극의 공연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 춤의 무용가는 단순히 부채를 들고 춤을 추는 사람을 넘어 정신적으로도 동작을 이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고전 둥근 부채춤을 배우는 것은 한마디로 내재적 심성을 갈고 닦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들 재미있겠다며, 손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도 '중국 전통춤을 배울 수 있다니 좋은 기회이니 해보자. 뭐 그렇게 어렵겠어?' 라는 생각으로 손을 들었고, 총 13명으로 이루어진 한 팀을 결성했습니다.

[D-21] 3주간의 연습 시작 그리고 첫 번째 미션_"노래&안무 선정 및 숙지"

  • 선정 노래

  • 춤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중국 고전 둥근 부채춤에도 어울리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가 뭐가 있을지 논의한 끝에,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삼생삼세 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의 OST, '량량(凉凉)'으로 음악을 결정 후 바로 안무 구성에 들어갔습니다. 음악 선정 후 곧바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중국 고전 둥근 부채춤 안무 구성을 시작했는데요. 어법과 회화를 가르쳐주던 선생님들은 중국 고전 무용을 배우셨던 경험이 있거나, 실제 학교 동아리에서 학생들에게 중국 전통춤을 가르쳐주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저희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안무를 완성했습니다.

① 정한 노래를 구간 별 분할
② 약 3~4일간 매일 1시간 반씩 중국 고전 둥근 부채춤의 대표적인 동작 연습
③ 약 2~3일간 학생의 자리 배치를 크게 3파트로 나누어 동작 수정
④ 직접 해보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 수정 및 동작 재구성
⑤ 온전한 안무를 완성 및 익힘

 위 사진에 나와 있는 분들을 보면 꽤 심각한 모습이죠. 그건 바로 유연성을 요구하는 동작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동작을 배울 때 유연성 제로인 저는 상체를 360도 회전하거나, 앞으로 나가면서 상체를 밀고 허리를 반으로 접는 등(?)의 고난도 동작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D-14] 두 번째 미션_"몸의 라인을 살려라"

 일주일이 지나니 대부분의 학생은 전체적인 안무를 익혔지만, 영상으로 찍어보니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의 한마디. "몸의 라인을 안 살려서 그래!" 도대체 몸의 라인을 살리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라인이 살아있는 춤의 비결은 바로 '손(手)、눈(眼)、걸음(步)'의 결합이었습니다.

  • - 手(손) : 손가락은 엄지와 중지가 닿을 듯 말 듯 모아주는 것이 포인트! 손끝에 항상 힘을 주어 저 모양을 유지해야 하지만 팔 혹은 손목이 유연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채를 잡은 손은 검지를 펴서 잡아줍니다.
    - 眼(눈) : 눈은 부채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포인트!
    - 步(걸음) : 발의 뒤꿈치부터 누르며 사뿐사뿐 걷는 것이 포인트!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던 부분이라 다들 맨발로 빙글빙글 돌며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채를 위로 들고 360도 회전을 하거나, 사진에서처럼 동작을 멈출 때는 뒤꿈치를 들어줍니다.

 위 세 가지를 결합하여 춤을 추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연습 영상 속에서 동작들의 라인이 점점 보이고, 공기 속에서 떠다니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말은 쉽지만, 힘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힘을 적당히 빼야 하는 고난도의 중국 전통 무용이었습니다.

[D-7] 세 번째 미션_"감정을 담아라"

 안무도 익혔고 파트 별로 나누어 이상하거나 동작이 맞지 않는 부분들도 서로 봐주면서 완성이 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또 다른 한마디, "미소가 중요해!" 치아가 보이지 않게 입꼬리가 올라가게 씩~ 웃는 웃음! 바로 이러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
  • 중국 전통 둥근 부채춤 공연 사진(출처 : 바이두)

  • 실제 연습 사진

 그런데 상단 좌측 사진에 보이는 전통 무용가들처럼 웃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동작의 순서를 생각하고, 라인을 살리면서 동작에 열중하다 보면 얼굴은 경직되기 십상입니다. (우측 사진처럼요. ^^;) 앞서 간단하게 설명했던 것처럼 모든 동작을 숙지하는 것을 넘어 내적 수양도 이뤄져야 하는 그야말로 예술혼을 담아야 하는 공연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D-1] 최종 점검의 날

 공연 전날, 마지막으로 학교 기숙사 주차장에서 행사 담당 학생들이 직접 와서 동작의 범위를 확인하고 점검했습니다. 유연성 제로인 저를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 연습을 도와준 친구들, 기숙사와 멀리 떨어져 사는 저를 위해 연습시간을 조절해준 친구들까지... 3주간 길고도 짧았던 연습시간을 회상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D-day] 졸업 공연 당일

PM 1:00 리허설

 매일 강의실에서만 연습하다 첫 무대 리허설이었지만, 각자 빠르게 자리를 잡고 연습했던 친구들!
  • 리허설 순서 기다리는 친구들과 함께

  • 마지막 리허설 사진_뒷줄 맨 오른쪽

PM 6:30 졸업 공연의 시작, 화려한 MC들, 그리고 제3부 네 번째

 외국인 학생 2명과 중국인 학생 4명이 MC를 맡았고, 각 학부 교수님들, 학생들, 후배들까지 모두 참석했습니다.
  • 2017년 중난대학교 졸업연회 MC사진
    (출처 : 중난대학교 홈페이지)

  • 졸업연회 식순

외국어로 노래 부르기, 각 나라별 전통 공연 등

 대부분 외국어학부 학생들은 자신이 전공한 언어로 노래를 불렀고, 베트남, 태국, 콩고 등 외국인 유학생 친구들은 각 나라의 전통 춤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개그 코너, 상품 추천 코너, 학생들에게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 등 다양하게 구성해 많은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한국은 대부분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고, 취업이라는 무거운 짐 아래 졸업을 맞이하는데, 중국의 이런 문화를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 일본어학부 학생들 공연

  • 베트남 유학생 공연

2분 20초가 1분처럼 빠르게 지나간 공연

 공연 당시에는 노랫소리도 잘 안 들리고, 멍하니 몸에 익혔던 동작들을 배운 대로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박수 소리가 들리고서야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을 정도입니다.

함께 공연한 친구들과 반 친구들, 그리고 추억거리들

 공연이 끝나고 3주간 고생한 12명의 친구와 선생님, 구경하러 와준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공연 때 함께하던 부채, 버선, 머리 액세서리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 공연을 함께한 친구들

  • 연습과 공연당일 사용했던 도구들


글을 마치며

 가볍게 생각하고 참여하겠다고 했다가 3주간 고된 연습을 감행해야 했고, 중국 고전 둥근 부채춤을 외국인 유학생 친구들과 함께 동작을 익히고, 라인을 살리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대중 앞에서 2분 20초간 공연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춤에 깃들여진 중국인들의 예술혼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하고도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창사에서 많은 날을 보내고 마무리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창사에서 남은 시간도 잘 마무리하고, 우한에서도 그들의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사우 여러분들도 항상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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