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말하는 7가지 방법 1편 - AMOR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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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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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말하는 7가지 방법 1편


작가 소개 김기창

장편소설 『모나코』와 『방콕』,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단편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등을 집필했다.


여행에 대해 말하는 사람 숫자만큼 여행에 대한 정의가 존재한다. 여행의 목적과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달리 말하면, 여행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오직 나만 내릴 수 있다는 것. 여기 소개하는 책들은 미식, 예술, 공간, 사람 등 자기만의 여행 방식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뉴욕 스케치

데생과 수채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외면과 내면을 어느 사회학자보다 더 잘 짚어냈다는 평을 듣는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장 자크 상뻬가 시사 주간지 <뉴요커>에 연재한 글과 그림을 묶은 책이다. 프랑스 출신인 장 자크 상뻬가 관찰한 뉴욕 사람들은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만 돌보는 프랑스 부인을 “아직도 저런 여자들이 있다니!”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명함과 파티 등을 통해 모든 사람들과 연락이 끊어지지 않으려 애쓰고, 파티장에서 떠날 때는 “정말 우울한 안색과 동시에 너무나 멋진 시간을 보냈다는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뉴욕은 어디를 가든 늘 ‘공사 중’ 팻말을 마주쳐야 하는 정신없는 곳이지만 직장에서,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상대방의 말에 “어머, 그래요!?(You do?!)”, “아주 멋지군요!(Fantastic!)”, “굉장한데!(Great!)”라며 맞장구를 끊임없이 쳐준다. 뉴욕의 오래된 재즈 바와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는 링컨 센터, 그리고 비가 내린 거리를 걸으며 자신이 마주친 뉴욕과 뉴욕 사람들을 장 자크 상폐의 시선과 비교하다 보면 뉴욕의 속 살을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될 것이다.







미식견문록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유명한 에세이스트이자 러시아어 통역사인 요네하라 마리는 처음 보는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이 미지의 것에 얼마만큼 열려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라고 여긴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미지의 것을 만나는 흥분인데, 낯선 음식이 거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여러 음식을 두루 맛보고 즐기는 ‘식도락’이 없는 여행을 상상해 보면 충분히 답을 알 수 있다.
요네하라 마리는 세계 곳곳에서 먹어본 지역 음식과 그 음식을 낳은 배경과 거기에 담긴 역사, 그리고 자신만의 추억을 유려하게 엮어 조곤조곤 들려준다. 시베리아의 초밥, 고베의 도시락, 파리의 캐비어, 인도의 핫케이크, 체코의 카나베 등등. 이 책이 곁에 있다면 식도락에만 집중된 여행이라며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표트르 대제는 생김새가 꺼림칙하다며 감자를 배척하는 러시아 농부들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 당장 짐의 눈앞에서 (감자를) 먹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너희 목을 날려버리겠다.” 감자 한 알에도 인류의 지난 역사가 촘촘히 배여 있다.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어려서부터 온갖 지구본을 사랑했던 프랑스 작가 올리비에 블레이즈가 지갑에 넣어 다니는 사진은 1966년, 우주에서 찍은 첫 번째 지구 사진인 루나오비터 1호의 ‘지구돋이(Earthrise)’이다. 그는 또 다른 무언가를 지녔는데 그것은 바로 억누를 수 없는 걷기 충동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한 결과, 그는 11년을 길에서 보내며 모든 대륙 위를 걸은(약 75,000㎞) 장 벨리보처럼 “죽기 전에 내 발로 모든 대륙을 밟아보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언어를 내 귀로 직업 듣고 싶고 세계 곳곳의 태양 아래에서 내 피부를 그을려보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리고 대부분의 도보 여행가들이 여행을 잠시 멈추거나 그만두는 마흔 살 무렵 배낭을 꾸린다. 그의 도보 여행은 프랑스 서쪽 팡플론에서 시작해 스위스 안데르마트, 이탈리아 베네치아, 크로아티아 크리조브얀스카, 헝가리 미슈콜츠까지 이어졌고, 지금도 시간이 나면 어느 대륙을 걷곤 한다. 그는 말한다. 궁극적으로 풍경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건 바로 나의 열정에 내가 응답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라고. 이번 여름, 우리의 열정을 확인하는 도보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당신에게, 섬



‘사람의 몸을 붙들어 매는 것은 장소가 아니며, 떠도는 것도 실은 몸이 아니라 마음’라는 말하는 강제윤 시인은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에서 지난 몇 년간 매월 한 번씩 섬 답사를 이끌고 있다. 작가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약 400여 개의 유인도에 대한 글과 사진을 남겼는데, 이번 책에는 그중 39개의 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친구에게 배신당한 날, 아무도 찾는 이 없는 날, 오갈 데 없는 날, 속절없이 누군가가 그리운 날이면 섬으로 향했고, 섬은 주저앉은 자신을 새로운 ‘일어 섬’으로 이끌었다. 일정이 기상 상황에 크게 좌우되는 섬 여행은 시간이 넉넉지 않은 이들에게 쉬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겨울 끝자락의 진짜 동백”을 볼 수 있는 거제 지심도, 섬을 방문한 이들에게 집밥을 대접하는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계신 영광 낙월도, 어부들의 아내가 운영하는 포장마차들이 기다리는 옹진 백령도 등의 섬 풍경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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