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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본사 준공과 함께 벌써 7년째, 아모레퍼시픽 임직원의 시력을 책임지고 있는 아프리카 안경원의 윤근배 대표를 만났다.
아프리카 안경원 신용산점에서 윤근배 대표
컴퓨터 공학도에서 안목 있는 안경사로
안경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래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어요. 1년쯤 지나니 제 적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의반 타의 반으로 한 선택에 후회가 들었죠. 얼른 다른 진로를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의 실패가 있었으니 치열하게 고민했죠. 그러다가 알게 된 직업이 ‘안경사’예요. 당시 매스컴에서 유망 업종으로 소개됐거든요. 안경원을 열면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안경사 자격증이 있으니 정년도 없고요. 다시 안경 광학과가 있는 대학에 입학했죠. 이 직업이 나한테 딱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거나, 안경사로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잘 맞을 것 같으니 한번 해보자’에 가까웠죠. 운이 좋게도 저와 잘 맞는 직업이었고요.
안경 광학과를 졸업하면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시험에 합격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그때부턴 ‘안경사’라고 부를 수 있어요. 안경사 시험에 합격한 후 집 근처 안경원에 취직했어요.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들어간 첫 직장에서 10년 동안 꾸준히 일했죠. 처음엔 청소 같은 잡일부터 시작해요. 대학에서 배우는 것들은 이론에 가까워서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거든요. 검안이나 손님 응대 같은 실무에 투입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요. 오랜 기간 현장에서 부딪히며 일을 익혔고, 전반적인 운영에 자신감이 붙었을 때 제 가게를 열 수 있었죠.
안경사가 하는 일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한 마디로 말하면 ‘보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는 일’인데요, 크게 눈 상태를 체크하는 검안, 렌즈를 가공해 안경테에 끼워 넣는 조제, 얼굴에 안경을 잘 맞게 맞춰드리는 피팅으로 나눌 수 있어요. 시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해 드리고 만족스러운 스타일링까지 해드리는 것이 안경사가 하는 일이죠.
안경사의 실력은 무엇으로 알 수 있나요?
‘눈’이라는 예민한 신체 기관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최신 정보를 빠르게 업데이트하는 게 중요해요. 안경 기술의 트렌드를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곳이 세계 안경 박람회인데요. 파리의 SILMO, 밀라노의 MIDO가 대표적이에요, 매년 박람회에 방문해서 신기술이 접목된 광학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보고 정보를 얻죠.
안경 박람회에 참가한 윤근배 대표
또, 안경사는 안목을 키우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야 시중에 있는 수많은 안경 중에서 좋은 제품을 선별하고 고객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제시할 수 있죠. 심미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 꼭 안경에 국한하지 않고, 전시회나 갤러리를 다니며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하려고 해요. 저희 안경원에도 좋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아프리카 안경원 매장에 전시된 작품들
'좋아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강한 원동력이 된다
창업은 언제 하셨나요?
2015년 서울스퀘어에서 안경원을 열었어요. 36살이었네요. 서울스퀘어는 건물에 상주하는 오피스와 서울역 유동 인구를 보고 선택한 곳이에요. 안경원은 안경을 무조건 사입해야 하고,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검안 기계, 각종 장비를 구비하려면 생각보다 초기 창업 비용이 많이 들어요. 다행히 안경사 면허증이 있으면 대출이 나오는데, 난생처음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전만 해도 대출을 받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다행히 매출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나와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창업 후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물론 신경 쓸 일도 많아지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저는 직원으로 일할 때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몸소 느꼈거든요. 결과가 좋으면 신이 나서 또 다른 시도를 해보게 되었고요.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는 걸 보는 것이 굉장히 보람 있어요.
안경원은 단골 손님이 중요할 것 같아요.
처음 온 고객을 단골 손님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나요?
친절은 기본이고, 거기에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해지면 단골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생각해요. 본질은 고객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을 소개하고 잘 맞는 스타일링해드리는 것이죠. 그러려면 매장에는 항상 멋있고 새로운 안경들이 있어야 해요. 물도 고여있으면 썩듯이 제품들도 순환되어야 하죠. 매번 올 때마다 같은 제품만 있으면 고객들은 고인 물처럼 느낄 거예요. 그래서 제품 바잉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편이에요. 매출 신장만을 위한 반짝 마케팅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 신규 고객이 단골이 되고, 단골 고객이 신규 고객을 데리고 오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죠. 조금 더디더라도 고객들의 추천으로 자연스럽게, 단단하게 홍보되는 것이 가장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매장에 구비된 다양한 셀렉션
고객들을 대면하며 상처받는 순간은 없으신지요?
저도 사람이라,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프로라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성향이라, 기분 상하는 일들이 있어도 잘 잊는 편이에요. 기억력이 안 좋아서 그럴 수도 있고요(웃음). 무던한 성향이 일을 하는 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또 여기는 고객분들의 매너가 좋아서 큰 어려움이 없기도 했고요.
사업이 어려울 때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이익만을 좇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것을 찾아 차별점을 만들자는 것이 저의 신념이에요. 그 노력의 일환이 ‘디테일의 고급화’인데요. 쇼핑백 디자인부터 안경 수건의 소재, 방문 고객들에게 내드리는 커피 원두 등 작고 사소한 것까지 품질을 높이려고 했어요. 쇼핑백의 경우 본사에서 나오는 게 있지만 따로 제작해서 써요. 제가 그림을 직접 의뢰하고, 제작 발주까지 하죠.
상담하러 오시는 고객들에게 커피를 한 잔씩 내려드리는데, 오픈 초기 6개월 동안은 바리스타가 상주하기도 했어요. 지금 비치한 원두도 부산에서 공수한 원두인데요, 최상급 원두만 수급하려고 해요. 물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런 요소들이 ‘작고 사소한 것까지 최고로 대접하고 싶다’는 철학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고객들도 무척 좋아해 주시고요.
매장내 비치된 핸드드립 장비들과 직접 제작한 쇼핑백
꾸준히 일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원동력은 제가 이 일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아요. 일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제 일에 접목해 보는 것, 그 속에서 저만의 차별점을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나 액세서리 같은 것들을 꾸준히 발굴해서 고객님들한테 소개하는 것도 재밌고요. 고객이 만족할 때 느껴지는 쾌감이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일에 접목하시나요?
보통 선글라스를 차 안에 많이 보관하거든요. 근데 차는 순간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렌즈가 쉽게 손상돼요. 보통은 차에 두면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들고 다니기 번거로우니까 차에 두시더라고요. 그래서 안경을 보호할 수 있는 소재가 없을까 찾아봤죠. ‘타이벡’이라는 가볍고 내성이 강한 특수 소재를 발견했고 타이벡으로 안경 케이스를 제작했어요. 온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차 안에서도 선글라스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죠.
직접 제작한 타이벡 안경 케이스
아모레퍼시픽 x 아프리카 안경원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입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서울스퀘어점에 입점할 때는 서울역의 유동 인구를 타깃으로 했어요. 그런데 막상 이동하는 사람들을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오피스 상권과 주거 상권이 같이 있어야 발전 가능성이 더 크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차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입점 제의가 왔어요. 당시는 신용산의 상권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는데, 아모레퍼시픽의 영향력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원하던 오피스 상권과 주거 상권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요. 아모레 지점에서 운영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폭넓은 고객층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리뉴얼 후에도 망설임 없이 재계약했죠.
아프리카 안경원 신용산점
아모레퍼시픽 직원분들이 다른 손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력이 좋아서 안경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패션 아이템으로 안경을 찾는 분들이 많으세요. 대부분 성격이 쾌활하셔서 응대하는 제가 더러 기분 좋아지기도 하죠. 안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으시고 안목이 높으신 편이에요.
아모레퍼시픽 경영자분들도 자주 오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안경을 쓰시나요?
경영자분들은 주로 가벼우면서도 지적인 무드를 낼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하세요. 얼굴형이나, 렌즈 도수, 옷 스타일에 따라 어울리는 안경을 추천해 드리는데요, 경영자분들에게는 주로 작은 안경을 추천해 드리는 편이에요. 큰 안경은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반면, 작은 안경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주죠. 유행을 타지 않는 건 작은 안경이에요. 시야가 상대적으로 좁아 보이는 느낌이 들지만 광학적으로 더 좋기도 하고요.
아프리카 안경원 신용산점의 베스트셀러 3를 뽑는다면?
먼저 3위는 연한 브라운이나 그레이 컬러가 들어간 얇은 뿔테안경이에요. 두 번째로 많이 찾아주신 제품은 크라운 판토형(상부가 각진 원형)의 메탈테 안경이에요.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제품은 투명 뿔테안경이에요. 오랫동안 ‘크라운 판토’ 안경이 유행했는데, 요즘은 사각 뿔테로 바뀌는 추세예요. 한동안은 사각의 투명 뿔테가 유행할 것 같아요.
왼쪽부터 베스트셀러 1, 2, 3위
대표님은 어떤 안경을 쓰시나요?
요즘에는 ‘자크마리마지’와 ‘장필립 졸리’라는 브랜드를 즐겨 써요. 안경에 따라 색다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의 안경을 써보려고 해요. 안경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 보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거든요. 안경 쓰시는 분들은 이 즐거움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안경을 고를 때 좋은 팁이 있다면?
대부분 큰 프레임의 안경이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아요. 얼굴 크기에 딱 맞거나 살짝 작은 안경이 훨씬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죠. 특히 도수가 높은 렌즈를 쓰는 분들은 큰 안경을 피하는 것이 좋아요. 안경이 커질수록 렌즈가 두꺼워져서 눈을 작아 보이게 하거든요.
’어떤 얼굴형은 어떤 모양의 안경을 써야 한다’는 식의 추천은 되도록 피하는 편이에요. 원형에도 동그란 원형이 있고 타원형이 있고, 사각에도 변형된 사각이 있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규정하기는 힘들어요. 오히려 그런 틀이 선택의 폭을 좁게 할 수 있죠. 오셔서 상담을 받고 어울리는 안경을 찾으시는 걸 권해드려요.
안경과 선글라스 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안경 렌즈는 플라스틱이라 높은 온도에 늘어났다가 줄어들면 표면 코팅에 손상이 가요. 그러면 렌즈가 상하고 자외선 차단율이 떨어지죠. 자다가 온수 매트 위에 올려두거나 목욕탕이나 사우나에 끼고 가는 건 최대한 자제하고, 높은 온도에 노출이 되지 않게 해주는 게 좋아요.
또, 시력에 관한 팁인데요. 시력 0.7부터는 안경을 쓰는 게 좋습니다. 0.7이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라 잘 안 쓰려고 하시거든요. 하지만 시력을 꾸준히 유지시켜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은 아니더라도 자주 안경을 쓰는 걸 권해드려요.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으신가요?
매년 안경 박람회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브랜드가 정말 많다는 거예요. 숨은 보석 같은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서 고객들에게 소개해 드리는 게 1차 목표예요. 좀 더 장기적으로는 제 브랜드를 만들어서 해외에까지 유통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나에게 일이란?
저에게 일이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자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에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노하우가 쌓인다는 걸 느낄 때,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걸 느낄 때 특히 즐거워요. 오랫동안 일하면서 단골 고객들과 유대감을 쌓는 것도 행복하고요. 저는 행복을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일이 그런 매개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이 일을 좋아하고 있을 것 같아요.
epilogue
좋아하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일하고, 일로써 행복을 느낀다는 윤근배 대표를 보며 ‘좋아하는 마음’의 힘을 또 한 번 믿게 됐다. 여전히 일을 좋아하고 있을 그의 20년 후를 기대해본다.
에디터 신혜원
사진 디자인몽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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