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살아남기 #2
글
고소현 아마존팀
뉴욕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Bryant Park의 낮과 밤입니다 (직접 촬영)
#INTRO
목표는 Vine 리뷰어1)
뉴욕 스타브로스 도서관2)에서 이 글을 씁니다. 아모레퍼시픽 미국 법인에서 3개월간 근무하게 되어 2025년 4월 말 이 도시에 왔습니다. 한국과 다른 모든 것이 절 설레게 하지만, 그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아마존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을 최대한 가까이서 관찰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Prime3) 멤버십을 구독했지만, 각종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아마존 쇼핑을 생활화하며 알 수 있는 것들은 한국에서 단순히 플랫폼을 눈으로만 보며 알 수 있었던 것들과 천지차이입니다.
1) Amazon이 초대한 신뢰할 수 있는 리뷰어 그룹으로, 무상 제공한 제품을 직접 사용한 뒤 리뷰를 남김.
2) Stavros Niarchos Foundation Library (SNFL). 뉴욕 공립 도서관으로, 2021년 재개관. 미드타운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
3)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로, 빠른 무료 배송, Prime Video, Prime Day 할인, Amazon Fresh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형 프로그램.
4) 아마존이 2017년에 인수한 미국의 프리미엄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1 아마존은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출처: 아마존의 ‘Korean skin care’ 검색결과페이지
이전에 클릭했거나 구매한 제품들이 광고로도, 자연 노출로도 가장 상단에 뜹니다
두 번째 칼럼에서 아마존의 알고리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클릭, 구매 등의 전환 지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쇼핑 히스토리인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전환 지표가 높은 제품들을 우선으로 상단에 노출시키는 것도 결국은 그 키워드를 검색하는 고객들이 그 제품을 클릭 및 구매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인데, 사실 가장 클릭 및 구매를 할 확률이 높은 것은 그 고객이 실제로 클릭 및 구매를 했던 제품일 테니까요. 그래서 아마존은 고객이 플랫폼에서 보인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제품추천페이지와 검색결과를 보여줍니다.
출처: 아마존 접속 화면 캡쳐
아마존 내 다양한 개인 정보 설정 화면
그 때문인지 아마존은 다양한 경로로 고객의 정보와 취향을 파악합니다. 클릭 및 구매했던 제품 기록은 기본이고, ‘Shopping preference’라는 페이지에서 옷 사이즈, 피부 타입, 선호 성분, 음식 취향, 주요 관심사 등을 수집합니다. ‘Your Garage’, ‘Your Fanshop’, ‘Your Pets’라는 페이지도 별도로 존재하여 차종이 어떤 것인지, 어떤 스포츠 구단을 좋아하는지, 애완동물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종이고 몇 살인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 정도나 파악되면 제 취향이 자연스레 드러날 만도 합니다.
출처: 아마존 화면 캡쳐
(좌) Interest 화면 / (우) Wishlist 화면
이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생긴 ‘Interest’라는 기능은 관심 있는 제품을 알려주면 AI가 그에 해당하는 제품을 끊임없이 추천해줍니다. ‘Wishlist’는 당장 구매하진 않지만 언젠가 사고 싶은 제품을 담아두는 리스트인데, 한 번 담아두면 잊지 못할 정도로 영원히 핸드폰 알림으로 상기시켜주죠.
아마존 내 개인 구매 및 조회 히스토리에 따라 달라지는 제품 추천 배너
이렇게 소상한 정보를 기반으로 아마존은 저에게 맞춤화된 제품들을 추천합니다. 메인페이지 최상단 구좌는 제가 조회했던 제품, 샀던 제품, 많이 조회하거나 구매했던 카테고리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보여줍니다. 검색결과페이지에선 제가 구매했거나 클릭했던 제품들이 최상단에 표시됩니다. 화장품 업계에 종사하니 아마존에서 조회하는 제품들도 대부분이 스킨케어 제품이고, 그래서 그 제품들이 제 아마존 메인페이지에 노출되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몇 번의 클릭과 구매로 욕실 청소 세제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추천되는 것은 비밀을 들켜버린 기분이긴 하네요. 실제로 저는 욕실 청소광이기 때문입니다.
2 아마존의 다양한 배송 방법
출처: windowswear.com
아마존이 빠르게는 당일, 늦어도 1-2일 안에 배송을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이 제공하는 그 외의 다양한 배송 방식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Amazon Day’입니다. Prime 회원은 특정 요일을 지정하여 일주일간 주문한 상품을 한 번에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특정 요일만 재택 근무를 한다던가, 택배를 한 번에 받아서 처리해야 한다던가, 택배 박스를 최소화하고 싶은 경우에 선택할 만한 옵션입니다. 아마존 입장에선 포장 낭비를 줄이고 배송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이 방식을 선택하는 고객에게 페이백 등의 리워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출처: amazon.com
두 번째는 집이 아닌 곳에서 수령하는 방식입니다. ‘Amazon Locker’는 무인택배함으로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문 시 희망하는 Amazon Locker 위치를 입력하고, 배송 완료 후 알림으로 오는 Pickup Code를 Locker에 입력하여 택배를 수령합니다. 반품도 가능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Locker +’도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오프라인 수령 방식으로 CVS, GNC 등 오프라인 매장과 제휴한 픽업 서비스 ‘Amazon Counter’도 있습니다.
출처: amazon.com
오프라인에서 수령하긴 귀찮지만, 장시간 집 밖에 택배를 방치하는 게 불안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Garage가 보편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이런 고객들을 위해 ‘Amazon Key’라는 In-Garage 배송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MyQ, Aladdin Connect 등 스마트 도어 업체와 결합한 이 서비스는 택배 기사가 Garage 문을 열어 안에 택배를 두고 갈 수 있게 합니다. Amazon 어플에 스마트 도어를 연결하고, 택배 기사가 해당 주소지에 도착한 후 택배 바코드를 스캔하면 Garage 문이 열립니다. 배송이 완료되면 기사는 당연히 다시 문을 열 수 없고, 카메라가 있는 경우 어플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Garage 내부를 볼 수 있어 도난 걱정도 없습니다.
3 하나의 리뷰가 남겨지기까지
고객의 리뷰를 기다리던 입장에서 리뷰를 남기는 입장이 되니, 리뷰를 적으면서도 자연스레 이 리뷰를 볼 판매자의 기분을 상상하게 됩니다. 별 5개 리뷰를 남길 땐 ‘이걸 보고 얼마나 기뻐할까?’ 하는 설렘이 가득하고, 별 3개 리뷰를 남길 땐 ‘죄송해요… 제품이 제 기대와는 달랐어요’라며 속으로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출처: 아마존 내 리뷰가 승인되면 오는 이메일 알림 캡쳐
그렇게 남긴 리뷰가 판매자에게 빨리 전달되면 좋으련만, 모든 리뷰는 제출 후 아마존의 검토를 거칩니다. 승인이 된 리뷰는 제품상세페이지에 노출되고, 고객은 ‘Your review is live’라는 알림을 받습니다. 검토에 걸리는 시간은 리뷰에 사진이 있는지 없는지, 작성자가 리뷰를 원래 잘 남기는 사람인지 아닌지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리뷰가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만큼, 악의적으로 경쟁사 제품에 악성 리뷰를 남기는 활동, 규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리뷰를 빨리 쌓기 위한 활동 등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출처: (좌) 리뷰 ‘Helpful’ 버튼 (우)작성한 리뷰와 받은 ‘Helpful’ 개수를 확인할 수 있는 개인프로필페이지
이렇게 올라간 리뷰가 빛을 발하기 위해선 다른 고객들의 추천이 필요합니다. 아마존에서는 ‘Helpful’ 추천을 많이 받은 리뷰가 상단에 표시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추천을 많이 받은 리뷰어가 Vine 리뷰어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지금까지 6개의 리뷰로 4개의 추천을 받았으니, 남은 기간 동안 뉴욕에서 쇼핑으로 더 많은 리뷰와 추천을 쌓아보겠습니다.
Whole Foods 들른 김에 칼럼용으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볼 때마다 기분 좋은 ‘Hey, Prime member!’
#OUTRO
같은 시간, 같은 하늘에서 만날 Prime Day
어차피 업무 목적으로 회사에서 하루 종일 아마존을 쳐다보지만, 퇴근 길엔 Whole Foods에 들러 Prime 회원 코드 스캔으로 저녁거리를 구매하고, 집에서는 아마존 앱을 봅니다. 이렇게 나열하자니 어찌 하루가 온통 아마존뿐일까 싶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마존과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Prime Day를 만납니다. 소중한 고객들이 쇼핑하는 시간이 저에겐 하필 한밤 중이라, 매년 7월 어느 이틀은 밤을 지새웠습니다. 이번 Prime Day는 처음으로 고객들과 같은 하늘, 같은 시간에 보낼 수 있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저도 연중 가장 큰 행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장바구니를 채워놓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마음으로 저희의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고객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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