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상권 설명에 앞서 이 나라에 대해 간략하게 배경 설명을 해 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기간 여러 상권과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니, 무언가 획일적인 모습을 많이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Orchard와 몇몇의 중심상권을 제외하고는 외관과 구조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곳곳에 공원과 공터가 있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정비가 잘 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연례행사와 축제 또한 별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져 왔고, 지금도 또한 많은 부분에서 정부가 손을 대고 있기 때문인데요. 싱가포르 태동에서부터 지금까지 흘러온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65년 싱가포르가 독립했을 당시, 세계 언론들은 조그만 섬나라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앞세웠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정착존에 거주하고 제대로 된 교육은 커녕 실업률이 두 자리수가 되었을 정도의 빈곤했었기 때문인데요. 이랬던 싱가포르가 불과 50여년만에 2016년 기준 국민 1인당 GDP가 52,700불을 넘어선 부국(富國)으로 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주도의 경제성장계획에 따른 성과라고 하는데, 이는 어쩌면 우리나라가 이룬 '한강의 기적'보다 더 큰 성과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싱가포르에 대해 알아보면서 놀라웠던 것들은 빈곤에서 벗어나 국가의 산업구조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영어를 공용언어로 채택하여 공교육과 공기업에서 필수적으로 상용화하게 만들었다는 점과 다양한 종족이 모여서 다양성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했기에 영어와 함께 종족간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적 이데올로기로서 National Fraternity(국가애)를 학교에서 필수교육과정으로 운영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주택문제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성공적인 공공주택 프로그램으로 국민의 90%가 주택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국가정책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어 지금의 발전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정부의 다소 엄격한 제도(각종 벌금제도, 태형 등)에 별다른 반발 없이 국민들이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게 만든 요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정부의 주관 아래 적극적으로 실행된 경제 최우선 정책에 따라 결과적으로 지금은 제조업과 금융업이 집중된 3,000여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싱가포르에 진출하고 있고 싱가포르 경제의 두 축은 제조업과 금융업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50만명이 조금 넘는 인구수 때문에 국가 전체적인 GDP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1인당 GDP가 우리나라의 약 2배가 되는 부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싱가포르 인구구성에도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싱가포르는 애초 중국에서 말레이반도로 이주해온 남성과 말레이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페라나칸이 뿌리라고 합니다. (페라나칸 박물관도 있다) 그 외에도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영국,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인종과 문화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아시아지역에서 다양성으로는 손꼽히는 국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 파키스탄인, 유럽계인 등 저마다 다른 언어와 풍속, 종교를 가지고 있고 이들 서로의 문화가 섞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국가에서는 인종별로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인종별로 균등한 명절휴일까지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12일은 말레이계의 휴일로 Hari Raya Haji라 하는 이슬람신도들의 희생의 축제라는 휴일이었으며, 중국계는 음력설이 휴일이었습니다) 이곳의 대중교통을 얘기해 보자면, 국민들은 대부분 불편 없이 MRT와 버스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으며 모든 MRT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Circle라인, North South라인, Down Town라인, East West라인, North East라인이 서로 교차하면서 순환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고, 별도로 3개의 경전철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쇼핑상권, 쇼핑몰들은 이렇게 잘 갖추어진 MRT역을 기반으로 위치하고 있고 도심을 제외한 각 지역의 쇼핑상권은 해당지역의 인종 구성도 반영된 것으로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인종별, 문화별 선호도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들의 직업과 소득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라, 상권별 차이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앞으로 싱가포르 경제향방에 큰 변화의 축으로 작용할 Jurong지역과 Woodland지역, 그리고 변화의 축과는 거리감이 조금 있지만 Tampines지역을 묶어 상권별 특성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Jurong East 상권
독립 이후 가장 먼저 경제거점으로의 역할을 수행했던 Jurong지역은 지금 또 한차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2026년 완공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350km 길이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이어주는 고속철이 바로 Jurong East에서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고속철은 동남아시아에서 국가간 연결되는 최초의 고속철이며 이로써 해저터널로 양국이 연결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Jurong East지역의 상권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좁은 국토면적과 자체시장기반의 성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주변국과 연계를 통한 시장확대'라는 패러다임이 떠오르는 지역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Jurong지역에는 현재 Jurong East역을 중심으로 가장 커다란 상권이 구축되어 있는데, 이곳 쇼핑몰의 고객들은 관광객보다 일반 중산층의 현지 거주주민들이 대부분이며 그 중에서도 2030 고객층의 유동이 눈에 띕니다.
지역 쇼핑몰 중 하나인 Westgate의 한쪽에는(1층-지하1층-지하2층) Isetan백화점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Isetan 백화점은 화장품 카테고리와 잡화, 주방기기 등이 메인 취급상품으로 보여지는데, 매장 MD구성이나 레이아웃 등은 국내 뉴코아백화점 등의 3rd tier 매장환경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라네즈를 비롯한 10여개 안팎의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입점하고 있으나 매장환경은 백화점 밖에 있는 쇼핑몰에 입점한 매장들과 비교 시 상대적으로 매우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쇼핑몰에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있는 브랜드들이 입점되어 있고, 브랜드별 단독매장들은 중심지역의 매장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버전의 SI를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부심지역에 위치한 쇼핑몰들에서는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Westgate 인근에 위치한Jem 쇼핑몰의 경우는 Westgate의 Isetan백화점과 마찬가지 형태로 3개층에 걸쳐 한쪽 사이드에 Robinson백화점이 연계 입점하여 운영되고 있으며 쇼핑몰에 입점한 각 브랜드의 매장들은 샤넬을 비롯해 단독매장 형태로 Brand Identity를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넓게 고객에 어필하고 있습니다. Jem쇼핑몰은 Jurong East상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쇼핑몰로 보여지는데, 쇼핑몰에 입점한 브랜드의 수준도 현 지역에서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매장 DP의 트렌디함 역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또한 고객층도 4개의 쇼핑몰 중에서는 가장 다양하고 유동고객수도 많게 느껴집니다.
Jurong지역 MRT역과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한 J-Cube와 IMM쇼핑몰은 유동고객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보입니다. J-Cube 쇼핑몰은 우리나라의 밀리오레와 같은 형태의 쇼핑몰인데, 1층 로비에는 에뛰드하우스가 자리잡고 있어 유동고객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제품 테스트를 제안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2. Woodland & Tampines 상권
싱가포르 북단에 위치한 Woodland상권은 Jurong지역과 말레이시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상권입니다. 북쪽에 위치한 지역이다 보니 지리적으로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와 상당히 근접해있고, Jurong지역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MRT Woodland역에서 바로 이어지는 Causeway쇼핑몰이 Woodland 상권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쇼핑몰이며, 여러 로드샵들이 이 쇼핑몰 주변으로 자리잡고 있어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야시장 같은 공간도 눈에 띄는 지역입니다. Woodland뿐만아니라 싱가포르 대부분의 쇼핑몰 1층에 가장 좋은 장소에 있는 매장은 애플 딜러샵인데, 해당 쇼핑몰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장소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매장들은 오히려 쇼핑몰의 단독매장이 고객유입에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Woodland지역 상권은 향후 성장가능성을 제외하고 현재의 모습으로는 Jurong지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상권으로 보여집니다. 지역발전 모습도 Jurong지역에 비해서는 낙후되어 있는 상태이고 Tampines지역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하는 상권입니다.
Tampines지역은 싱가포르에서 3번째로 큰 계획 신도시로, 주변에 Bedok지역과 경계를 이루고 있고 동쪽으로는 창이공항과 맞닿아있습니다. 이 지역 상권에 대표적인 쇼핑몰은 Tampines 몰과 이케아를 들 수 있으며 Tampines Mall에는 라네즈가 입점하여 있습니다.
3. 시장조사 Insight
Jurong East, Woodland, Tampines 등 도심 외곽지역에 자리잡은 상권은 다음칼럼에서 소개될 CBD지역 상권 중 하나인 Orchard지역의 중심상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입점 브랜드, 유동고객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시장확대에 따라 우리가 매장을 추가적으로 입점해야 할 지역이 앞으로도 많다라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즉 싱가포르에서 자사 브랜드의 향후 방향은 1단계 Orchard지역의 백화점 또는 대형 FSS 런칭을 통해 브랜드 포지셔닝과 인지도 확대를 가지고 가고, 2단계 Jurong지역과 Woodland 등 외곽지역 중에서 앞으로의 성장확대 이슈와 연결 지을 수 있는 지역의 쇼핑몰과 결합한 단독 로드샵 확대로 시장내 점유율과 지역적 Coverage를 넓혀가고, 3단계 세포라와 같은 Big player와의 연계 또는 Online 쇼핑몰과의 Partnership 등의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남은 기간에도 싱가포르 상권을 많이 살펴보고 배워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