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드리드 지역 전문가 김진영입니다.
5개월 전까지 스페인 시장은 저에게 기회가 보이지 않은 시장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침체되고 있는 화장품 시장(전체 시장 규모 2009년 기준 10조에서 14년 9.1조원으로 CAGR -3%), 그리고 글로벌 경쟁사 중심으로 수 많은 저렴한 가격의 로컬/PL(Private Label) 브랜드들로 꽉꽉 채워진,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번 선택한 브랜드는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 이들의 보수적인 소비 패턴과 가격에 유독 민감한 이들에게 '과연 AMOREPACIFIC이 들어갈 시장이 존재하기는 할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고 스페인 사람들과의 생활에 익숙해갈 무렵, 전체 시장에서 우리가 들어갈 'Niche 시장'을 찾기 보다는 거꾸로 한 사람 한 사람씩 만나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Needs는 어떤 것이고 이들을 만족시켜줄 만한 Value는 어떤 것인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간다면 어떠한 모습일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5개월 동안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알게 됐던 지극히 주관적인! 1) 연령, 직업, 화장품 관여도 등 이러한 기준 상관없이 스페인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전반적인 특성과 2) 스페인 사람들만의 특성이 반영된 lifestyle에 맞춰 segmentation별 고객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스페인 고객들에게는 3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검정색 바탕의 두번째 이미지는 매주 금요일이면 오가는 'WhatsApp' 메시지 중 가장 최근에 받은 메세지인데요. "We know Halloween isn't Spanish, but is there anything more Spanish than celebrating all parties?" 결국 스페인 사람들은 파티라고 불리는 곳이라면 종류 상관없이 어디든 간다는 뜻입니다. 스페인에서의 파티는 우리나라처럼 뭔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특별한 의상이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 연령, 직업에 상관없이 친구의 친구라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입니다. 파티의 나름 목적이라고 하면 birthday party, housewarming party부터 특별한 목적을 가진 Pajama party, Secret party도 있기는 하지만 Wednesday Party, Drinking party 등 정말 붙이기 나름입니다. 워낙 다양한 모임이 있기에 보통 맘만 먹으면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가질 수 있고 보통 시작 시간은 밤 10시나 11시이며 끝나는 건 체력이 허락해주는 시간까지입니다. 이런 파티 문화는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친목 도모의 장이며, 이는 연령도 뛰어넘습니다. (첫번째 이미지 : 20대 Esther의 Facebook 페이지, 세번째 이미지 : 파티에 참석한 40대 Mercedes의 이미지)
우리가 파티 문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스페인 사람들의 성향에 딱 맞는 놀이이기 때문인데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 익숙하고, 느리게 오~래 즐기는 것을 선호하며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 3G에도 감사… 아침부터 새벽까지 길거리에 서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파티는 이성 친구를 포함한 새로운 친구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거의 유일한 장인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 패션, 뷰티 정보들이 오가는 가장 흔한 장이면서 화장품을 포함한 홍보 & 인적 판매가 이뤄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단, 판매가 이뤄지는 경우 파티를 주선하는 친구에게 20% 정도의 수익을 준다고 하네요)

위에서 본 "What happens in Spain if they give umbrellas?" 라는 유투브 영상은 2년 전 내용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스페인 사람들의 성향을 보여줍니다. (바쁘신 분들은 35초 부분부터 보시면 됩니다)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에게 우산 샘플링을 하는데, 샘플링의 신기록을 보실 수 있는데요. 물론 일반 고객에게는 웃긴 에피소드일지 모르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쓴 웃음을 짓게 하는 영상이지요. 샘플링을 통해 고객에게 체험 전달이나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나름 목적이 있었을 텐데, 공짜 그 자체에 더 환호하는 이들에게는 효과가 떨어지겠지요? 그래서인지 스페인에서는 대대적인 샘플링을 만나기 어려우며, 샘플링이 필요하다면 목적을 확실히 한 후 타겟 고객의 선정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선 패스트푸드점의 그 흔한 음료수 리필이나 스타벅스의 설탕과 시나몬 파우더 같은 것들도 무제한 서비스를 막기 위해 나름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파티를 좋아하는 이들이기에 메이크업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실제로 마드리드 거리를 걷다 보면 화장을 한 여자들을 보기가 정말 드뭅니다. 평소 출근할 때에는 BB크림조차 바르지 않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파티나 중요한 일이 있기 바로 전에 메이크업을 하기 때문인데요. (파티 전에는 Siesta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위에 이미지를 보면, 동일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노멀 데이'와 '스페셜 데이'는 확연히 구분이 되지요?
또 한가지 특성은 바로 가격과 관련된 이슈인데요. 2014년 스페인에서 인당 연 평균 화장품 구매 금액은 195유로로 같은 유럽 국가인 영국(285유로), 프랑스(262유로), 독일(238유로)과 비교해볼 때 떨어지는 편입니다. 더욱이 2008년 경기 침체와 여전히 높은 실업률(전체 평균 24%, 20대 평균 48%)로 앞으로 전망도 꽤 밝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 급속도로 성장한 브랜드들을 보면 대형 마트 채널의 저렴한 PL브랜드들과 그 보다 더 저렴한 메이크업 브랜드들 KIKO, Flomar등이 있습니다.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데요. 스킨케어의 크림 10유로 수준, 립스틱과 아이라이너의 경우 5유로, 파운데이션의 경우 10유로 수준에도 살 수 있는 브랜드들만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앞에서 잠깐 소개해드렸던 친구들을 한 명씩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제 나름대로 그들의 lifestyle별 segmentation을 해보았는데요. 48%라는 높은 실업률 특성 상, 20대는 직업 유무(정규직/계약직)에 따라 구매 패턴이 매우 다양하며, 낮은 결혼율, 그리고 동거 문화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평균 결혼 연령도 우리나라보다 높으며, 출산율은 유럽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인데요. 이러한 특성 상때문에 30대와 40대는 결혼 유무와 자녀 유무에 따라 같은 연령층이라도 확연히 다른 Need와 소비 패턴을 보입니다.

자, 그럼 각 segment별 고객들을 하나씩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sther와 Silvia는 스페인 내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해외 유학 및 직장 경험도 풍부한 능력 있는 친구들입니다. (특히 Silvia는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보통 스페인 사람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 약속, 돈 계산 철저합니다.) 나름 저와 비슷한 나이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라 스페인에 머물면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입니다. 이들의 일상은 주중에는 일, 주말에는 파티와 쇼핑으로 단순하며 현재에 착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직장 생활에서의 성장"과 "친구들과의 파티" 그리고 "소소한 쇼핑"입니다. 또한 이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뷰티는 Natural함입니다. 메이크업은 파티가 있는 특별한 날에만 하며 출근 시에는 캐쥬얼한 복장과 스킨케어 위주로 가장 기본적인 케어만 하고 있습니다. 구매력은 있지만 화장품 선택에 있어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퀄리티를 우선시 하며 La Roche-Posay, Vichy같은 약국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실제로 그들이 얼마나 합리적인 소비자들인지, 나름 능력 있는 직장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명품 가방 하나 구매를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그 가격이면 1년치 옷을 사거나 여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명한 친구들입니다.) 패션, 뷰티에 관련된 정보 소스는 친구들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로 얻는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소개해주는 인스타그램을 잠깐 살펴볼까요? 그들이 어떠한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깨알 같은 뷰티 팁들을 전달해주기 보다는 전체적인 룩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 좀 다르지요?

※ 친구들이 주로 보는 인스타그램 : TIRANDODELILO, ITGIRLMARTA, pau_eche

Gabriela는 PROSEGUR라는 글로벌 시큐리티 회사 임원으로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인 동시에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슈퍼 워킹 맘입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9시부터 시작되는 회사 업무는 보통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나며 매일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의들과 회식들로 주중에는 오로지 일만 하며 주말이 돼서야 휴식을 취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아주 바쁜 여성입니다. 그녀에게 뷰티와 패션은 필수이지만 (매일 아침 BB크림과 향수-입생로랑의 rive gauche 26년 째 사용, 하이힐을 필수 아이템으로 꼽습니다.)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챙겨야 하기에 그녀 자신의 뷰티와 패션은 카운셀링을 받습니다. 모임에서 알게 된 Arlen(세번째 이미지)이 Gabriela와 수시로 연락하며 화장품 챙겨주고 피부/바디 마사지를 해주는 등 2년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Arlen이 취급하고 있는 제품은 Marykay를 비롯한 스페인 로컬 브랜드들이며 70유로 정도의 비용으로 마사지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돈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퀄리티(제품&서비스)가 Gabriela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입니다.

Mercedes는 햇빛을 사랑하며 인생 즐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따뜻한 나라 Mediterranean의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전형적인 스페인 여성입니다. 그런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나이를 잊고 산다는 점인데요. 그녀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파티이며, 그날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정보들은 다음날 저에게 이야기해주는 전형적으로 말이 많은 스페인 아줌마입니다. (저의 집 주인 아줌마인데, 거의 엄마입니다. 매일 아침 제가 입은 옷에 코멘트를 꼭 해주며, 밤만 되면 제 방에 들어와 뭐하냐며 나가라고…) 또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이는 주름으로 그녀에게는 메이크업이 중요합니다. (스킨케어의 주름 개선효과는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에게 매일 메이크업은 필수이며 도시적이고 세련된 메이크업 스타일을 고수하지만 노멀 메이크업과 파티용 메이크업은 확연히 구분해주는 센스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킨케어는 4년째 Nuskin 전문 카운셀러를 통해 구매와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Nuskin은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고, 저 역시 오자마자 설득당해 구매한 적이 있는데, Nuskin의 통신판매는 연령별 피부고민에 따라 카운셀링과 사용 주기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며 제품력도 괜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성공해 일도 인생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Mercedes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60대가 되었을 때 Isabel Prysler 처럼 보이는 거라고 합니다. (아래 맨 마지막 이미지, 현재 나이 64세인 그녀가 이슈인 두가지 포인트는 스페인에서는 거의 흔치 않은 성형 수술과 3번 결혼을 했는데 그 남자들이 모두 정치인, 연예인인 유명한 남자들과 했다는 점입니다 ^^;;)

Irene는 유치원 선생님으로 2시면 퇴근하는 시간적으로 여유롭지만 경제적으로는 신중한 소비를 해야 하는 친구입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건강함과 자연스러움"이며, 소박하지만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주중에는 퇴근 후 운동, 쇼핑, 영어 공부, 독서 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주로 하며 밤이 되면 친구들을 만나러 나갑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하이킹을 하거나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주로 즐겨합니다. 뷰티와 패션에 관심은 많으나, 한정된 돈으로 쇼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 탐색에 능하고 정보 탐색 그 자체를 즐겨합니다. 그녀의 메이크업 행태를 보면, 매일 아침 크림, 선 크림, 팩트, 아이라이너, 마스카라는 7일 내내 사용하는 아이템이며 특별한 날에는 파운데이션, 파우더, 쉐도우가 추가됩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KIKO인데 MAC, BOBBI BROWN 못지 않은 퀄리티의 다양한 제품을 1/3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라고 합니다.

■Irene이 이야기하는 20대의 Wanna be 연예인 : Helen Lindes(세번째 이미지), Sara Carbonero, Eva Longoria, Melissa Jiménez
→스페인 여성들은 건강한 피부 색과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Sexy & Gorgeous로 보이는데 말이죠.

■Irene의 온라인 뷰티 소스 : Pixiwoo 파워 블로거 (네번째 이미지), Ruth Crilly 인스타그램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친구도 또 다른 면의 전형적인 스페인 사람들의 성향을 지닌 친구입니다. '스페인은 태양을 판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고의 날씨를 자랑하는 스페인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기본 성향은 굉장히 낙천적이며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루 5끼 식사와 Siesta(낮잠 시간), 그리고 8월엔 3시면 회사와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한달 내내 휴가를 간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계시지요? 지금 이대로도 행복한 이들에게 새로운 변화라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Ana가 바로 대표적인 친구인데요. 나이 들어감에 따라 외모의 변화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그녀에게 크림과 선크림, 그리고 마스카라로 충분합니다. 새로운 만남보다는 남편과 가족들과의 모임을 더 중요시하다 보니 화장을 하는 날도 드뭅니다. 제가 다양한 제형의 스킨케어 제품들과 페이스 파운데이션 제품들을 보여주고 필요성을 이야기 해주기도 했지만… 몇 년 동안 익숙해진 그녀의 화장 패턴을 바꾸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제 스페인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감이 좀 잡히시나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사실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하네요 ^^; 마지막으로, 5개월 간 스페인에 있으면서 제가 느꼈던 것을 말씀 드리자면, 저는 여행을 통해 스페인을 처음 알게 됐었는데, 여행지로서의 스페인이 아닌 내 일상의 무대가 된 스페인은 정말 다르게 다가왔고, 이들과 함께 살아온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스페인에서의 순간 순간들이 꿈처럼 아련해지겠지만, 스페인이 가득 머금고 있는 여유로움과 낙천적이고 건강한 마인드 그리고 남을 향한 오픈 마인드는 잊지 않도록 할게요. 한달 후 한국에서 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