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이지은
30년 째 프랑스에 거주하며 장식미술과 오브제 아트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이자 장식미술학자. 저서로는 <귀족의 시대>, <부르주아의 시대 >, <사물들의 미술사 시리즈>가 있다.
성별을 넘어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당신을 위하여.
1927년에서 시작한 샤를로트 페리앙의 행보를 지난 1편에 이어 2편에서 좀 더 따라가보자. 그녀의 삶은 단 한 편으로 마무리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붕 아래의 바’로 건축계의 시선을 모았던 샤를로트 페리앙은 르 코르뷔지에의 에이전시에서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서 평생 그녀가 추구했던 화두를 만나게 된다.
1. 정교한 철제 프레임과 멋스러운 가죽의 LC1 암체어
2. 의자 전체를 받쳐주는 둥근 튜브의 긴 의자 B036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2019년 10월 2일 - 2020년 2월 24일까지 개최된 <샤를로트 페리앙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전시 "Charlotte Perriand, Le Corbusier, Pierre Jeanneret - Interior equipment of a home - Salon d'Automne 1929" Reconstitution 2019 with the participation of Cassina & Sice Previt as well as the scientific council of Arthur Ruegg - View of the installation,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 October 2 2019 - February 24, 2020. Artists credits: © F.L.C. / Adagp, Paris, 2019 © PJ / Adagp, Paris, 2019 © Charlotte Perriand / Adagp, Paris, 2019 Photo credit: © Fondation Louis Vuitton / David Bordes
“여기는 쿠션에 수를 놓는 곳이 아니다”라는 매운 일갈과 함께 샤를로트 페리앙을 받아들였던 르 코르뷔지에 건축 에이전시에서 그녀는 피에르 잔느레와 준조 사카쿠라 같은 평생 함께할 동료를 만나게 된다. 그들과의 자유롭고도 아름다운 교류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오늘날 B306으로 알려진 안락의자다. 당시 빌라 라 로슈와 빌라 처치를 설계하고 있었던 르 코르뷔지에는 토네트 사에서 생산된 록킹 체어를 비롯한 몇몇 예시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창작하도록 내버려두었다고 한다. B306 외에도 샤를로트 페리앙은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의 디자인으로 알려진 LC8, LC7, LC1 등의 디자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사진)B306에 앉아있는 샤를로트 페리앙(1928-29)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2019년 10월 2일 - 2020년 2월 24일까지 개최된 <샤를로트 페리앙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전시 도록
1.다리가 세 개 달린 타부레 베르제 스툴
2.일본의 오리가미 전통에서 차용한 디자인의 옴브라 도쿄 의자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2019년 10월 2일 - 2020년 2월 24일까지 개최된 <샤를로트 페리앙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전시« Charlotte Perriand - Central core of the exhibition Proposal of a synthesis of the arts, Paris 1955. Le Corbusier, Fernand Léger, Charlotte Perriand, Tokyo 1955 » - View of the installation,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 October 2 2019 - February 24, 2020. Artist credit: © Adagp, Paris, 2019 ; © F.L.C. / Adagp, Paris, 2019 Photo credit: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2019년 10월 2일 - 2020년 2월 24일까지 개최된 <샤를로트 페리앙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전시 도록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2019년 10월 2일 - 2020년 2월 24일까지 개최된 <샤를로트 페리앙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전시 도록
(좌)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한 스키리조트 마크(ARC)1969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2019년 10월 2일 - 2020년 2월 24일까지 개최된 <샤를로트 페리앙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전시 도록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2019년 10월 2일 - 2020년 2월 24일까지 개최된 <샤를로트 페리앙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전시
Visitors at « Charlotte Perriand Inventing a New World(샤를로트 페리앙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 2 Octobre 2019 - 24 Février 2020. Artist credit: © Adagp, Paris, 2019. Photo credit: © Fondation Louis Vuitton / Felix Cornu
돌과 나무로 간략하게 지은 주택 안에는 농가에서 쓸 법한 메리벨 안락의자와 바깥 경치를 가리지 않고 지평선을 잘 관찰할 수 있어 그녀가 유난히 좋아했던 메리벨 베르제 스툴을 놓았을 뿐 단출하기 그지없다. 이 가구들은 접착제나 못을 쓰지 않고 전통방식 그대로 귀퉁이를 깎아 맞추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곳에서 샤를로트 페리앙은 다음과 같은 글귀를 썼다고 한다.
“소비하기 위해 일하고, 기계를 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이클, 진정한 생의 아름다움이나 가치를 잊어버리게 하는 일정의 경제적 노예 상태가 우리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가장 중요한 주제는 사람이다. 우리의 사회와 경제, 철학을 다시 한 번 재고해봐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우리는 화합하고 있는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누구나 자신 안의 숨겨진 것을 푸릇푸릇하게 키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건축가. 지금 젊음과 청춘의 한가운데 서 있는 당신이라면 그녀의 목소리를 꼭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런 고민이 닥칠 때 중요한 선택이 망설여진다면 샤를로트 페리앙의 말대로 하는 건 어떨까? 내 안에 있는 나를 숨 쉬게 하는 것, 그리하여 나를 깨어나게 하는 선택, 이것이 그녀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일 테다.
(사진설명) 샤를로트 페리앙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2019년 10월 2일 - 2020년 2월 24일까지 개최된 <샤를로트 페리앙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전시 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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