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트남 호치민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수진입니다. 이곳 호치민에서는 상업 밀집지역인 1군을 제외하고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상권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이태원처럼 하나의 구역 내에 많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함께 모여있는 공간도 없습니다. 따라서 친구와 만나면 함께 걸어 다니며 다음 행보를 정하는 서울에서와는 다르게, 이곳에선 만날 장소를 먼저 정하고 약속 장소로 나가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호치민의 젊은 세대들을 주요 타겟으로 하는 '숨겨진 아지트'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카페임을 절대 알 수 없고, 구글맵으로 주소를 찍고 가더라도 한참을 헤맬 만큼 숨어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말이죠.
위 사진은 1군 높은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아무리 중심가에 있다고 해도 살고 그다지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곳이죠? 그런데 이곳에 무려 6채나 내부를 개조하여 카페, 레스토랑, 의류 매장 등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임차비용을 피해, 많은 젊은 창업자들이 월세가 저렴한 오래된 아파트를 활동무대로 삼고 있는 것인데요. 겉은 낙후된 아파트일지라도, 그 안에는 반전있는 인테리어로 손님들의 눈길을 끕니다. 또한 '우리만 알고 있는 우리만의 공간'을 찾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오래된 아파트가 하나의 상권이 되어가는 것은 이곳에서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아파트의 월세조차도 부담스러운 호치민의 젊은 창업자들은 Facebook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매장을 시작합니다. 최근 2년 새 많은 온라인 판매숍이 Facebook을 통한 홍보, 판매를 하고 있는데요. 쥬얼리와 의류 등이 판매되며, 고객들 역시 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열광하는 편입니다. 인기있는 매장들은 실제 오프라인에서 모여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고객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요즘 호치민과 하노이를 아우르며 뜨고 있는 'The New District'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토바이 주차장 뒤편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사이에서 진행된 'The New District' 행사
'The New District' 행사장 내부 디제잉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
'The New District'은 한달에 한번 호치민과 하노이를 돌며 팝업스토어를 운영합니다. 이곳에선 쥬얼리, 의류, 화장품, 수제비누 등 다양한 제품들을 볼 수 있는데요. 방문자들은 주로 20대이며, 놀랍게도 이곳을 방문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화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호치민에서는 화장한 여성을 만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The New District'의 Instagram에 올라온 방문객들의 사진
'The New District'의 홍보는 100%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데요. SNS 홍보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행사장 입구에는 거대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는데,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긴 줄을 기다리면서까지 사진을 찍고 Facebook이나 Instagram에 올립니다. 이들은 'The New District'의 홍보대사나 거의 다름없는 분들 같았습니다.
이 곳에서 지낸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3개월까지도 대체 젊은 친구들은 어디서 놀고 어디서 쇼핑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무리 길을 걷고 또 걸어도 눈에 띄는, 그렇다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렇게 다들 숨어서 패션과 함께 하나의 놀거리 문화로 뜨고 있는 팝업스토어 행사장에서 즐기고 있었네요. 오래된 아파트에 위치한 카페도 그렇고, 'The New District' 행사도 그렇고 모든 것이 SNS 기반이기 때문에 주변 지인이 해당 행사에 대한 '좋아요'를 누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비밀스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보니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네요. 찾아가는 재미, 겉과는 다른 화려하고 세련된 반전의 모습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까지. 지금까지 제가 찾아낸 호치민의 핫플레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