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혜초 글로벌 도시 전문가 과정으로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인 임선영입니다. 앞으로 칼럼을 통해 뉴욕 도시와 뉴욕의 문화, 그리고 뉴요커들에 대해 더 잘 아실 수 있도록 인상적인 모습들을 정리하여 사우 여러분들께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뉴요커의 첫인상
뉴욕은 정말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도시입니다. 많은 이민자들과 관광객, 공부나 일을 위해 모인 사람들로 늘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지요. 특히 타임스퀘어가 있는 미드타운에서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누가 진짜 뉴요커인지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던 와중, 저는 관광객과 뉴요커를 구분 할 수 있는 가장 큰 두가지 특징에 대해 현지 지인을 통해 듣게 되었는데요.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걷는 사람은 관광객, 앞만 보고 빠르게 걷는 사람은 뉴요커’, ‘빨간 불에 횡단보도를 기다리면 관광객, 망설임 없이 빠르게 건너가면 뉴요커’라고 합니다.
제가 본 뉴요커들도 평소 정말 빠르게 걷고 바빠 보였습니다. 그래서 길을 물으면 왠지 휙 지나가버릴 것 같았죠.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굉장히 친절합니다. 처음 뉴욕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가다 혹시나 해서 옆에 앉은 뉴요커들에게 제가 맞게 잘 가고 있는 것인지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고, 그들은 저와 함께 지하철을 내려 길을 설명해줬습니다. 제가 맞는 방향으로 걸어 가는지 끝까지 확인하고 저와 눈인사까지 한 후 다시 돌아간 이들의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뉴요커들에 대한 또다른 첫인상은 바쁜 와중에도 자기 관리가 참 철저하다는 점입니다. 평상시 잘 차려 입은 모습보다는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뉴요커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이들은 생활 속에서 늘 걷고, 또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 상관없이 공원에서 달리기를 합니다. 저도 뉴요커 따라잡기로 무작정 그들을 따라 센트럴파크를 뛰어 보았는데요. 체력과 기럭지의 차이로 50여명이 저를 지나쳐가는 씁쓸함을 덤으로 경험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친절하고, 운동이 늘 생활화 되어있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모습이 뉴요커에 대한 저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늘 바쁘고 차갑게 보이는 뉴요커들도 여름이 되면 뜨겁게 타오르는데요. 바로 이들은 거리축제와 함께 여름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햇살을 즐기고 싶어하는 뉴요커들이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와 거리는 늘 북적 이는데요. 햇살을 즐기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화이트닝 제품보다 태닝 제품을 더욱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6월은 바로 뉴욕의 거리 축제(street festival) 시즌입니다.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초부터 여름의 막바지까지 뉴요커들은 시내의 일정 공간을 막고 축제를 즐깁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뉴욕에서만 만나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뉴욕의 두가지 거리 축제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뉴요커들의 거리 문화,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
여름에 펼쳐지는 많은 거리 축제 중, 축제기간 시작을 알리며 뉴요커들의 예술감각을 끌어 올려주는 행사가 있는데요. 바로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Museum Mile Festival)'입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이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뮤지엄 마일이란? 맨하튼 내 박물관들이 밀집되어있는 1마일(1.6km)에 달하는 거리를 뮤지엄 마일이라고 부릅니다. 약 10개의 박물관이 소재한 82 스트릿부터 110 스트릿 사이에서 펼쳐지며, 올해 축제에는 8개 박물관이 참가했습니다.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은 매년 6월 둘째 주 화요일에 열리며,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행사에 참여한 박물관들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유명한 뮤지엄을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오픈 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제가 이 축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에서 받은 영감들을 길거리 바닥에 자유롭게 표현하는 광경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누구든 바닥에 앉아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었는데요. 뉴요커들의 예술감각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다양한 문화를 보고 느끼고 또 자유롭게 표현하며 형성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뉴요커들 속에서 저도 분필로 글도 적어 보고 그림도 함께 그려보았습니다. ^^
뉴요커들의 여름나기, '머메이드 퍼레이드'
6월 20일부터는 본격적인 여름 시즌을 알리는 ‘머메이드 퍼레이드(Mermaid Parade)’가 코니 아일랜드에서 열렸습니다.
머메이드 퍼레이드란? 머메이드 퍼레이드(Mermaid Parade)는 참가자들의 화려하고 파격적인 커스튬으로 유명한 축제로 1983년부터 시작된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커스튬은 대부분 참가자 본인이 직접 제작한 것이라, 많은 이들의 톡톡 튀는 개성과 창의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다양한 해양 동물을 컨셉으로 분장한 수천 명의 참가자들이 즐기는 행사인 만큼 매해 많은 뉴욕 시민들이 관람하기 위해 모이고 있습니다.
코니 아일랜드역에 도착하자 마자 다양한 인어 의상들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는데요. 인어공주뿐 아니라 물고기, 문어, 오징어, 조개 등 바다와 관련된 모든 의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저도 행사가 시작하기 2시간 전쯤 도착했는데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곧 나타날 인어공주들을 보기 위해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퍼레이드가 시작하고, 곧 엄청난 인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커스튬들은 사진으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머메이드 퍼레이드의 노출 수위는 굉장히 높습니다… 그 이유는 여성의 상체 노출이 뉴욕주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칼럼에서는 저의 자체 심의를 통해 사진을 선정했지만, 현장에 있던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
화려한 커스튬을 볼 수 있는 축제인 만큼, 머메이드 퍼레이드에서는 매년 최고의 커스튬을 뽑아 그 해의 ‘인어 여왕’과 ‘인어 왕’의 직위를 수여합니다. ‘인어 여왕’과 ‘인어 왕’은 다음 해 퍼레이드 때 오프닝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인지 참가자들의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고 합니다.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퍼레이드를 즐기며 저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뉴요커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즐길 줄 아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누가 더 아름답나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여름철 재미있는 퍼레이드를 다 함께 즐기는 축제라는 개념이기 때문일 텐데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몸매, 모두 각자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사를 즐기는 뉴욕 시민들의 시민의식 또한 돋보였는데요. 단체뿐만 아니라 혼자 혹은 두명이서 퍼레이드 행진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들을 지지하는 관람객들의 환호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바리게이트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저 멀리 있는 관람객들까지 모두 퍼레이드 행렬에 끝없는 환호와 박수를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이러한 시민의식 덕분에 참가자 뿐만 아니라 구경하는 시민들까지 모두 즐겁게 즐기는 행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일년에 단 한번 맨하튼과 코니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뉴욕의 거리 축제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다음 칼럼에서도 많은 것을 경험한 후, 이곳 사람들과 문화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