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의 현지 화장품 회사를 가다 - AMORE STORIES
#2018 도시 혜초
201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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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의 현지 화장품 회사를 가다




# 페루인들의 미용 행태

 연간 인당 GDP 7,000달러, 메스티소라는 혼혈 계층과 인디오들이 인종의 다수를 이루는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한 페루인들의 화장 습관은 어떨까? 리마에 도착하기 전까진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들이 화장은 물론 크림이나 로션 수준의 기초 스킨케어조차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화장품 사용 빈도가 다소 낮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수 있겠네요. 아침에 일어나 클렌징을 한 다음 스킨, 로션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아이 메이크업을 하는 행태가 대다수였습니다. 베이스 메이크업(Foundation)조차도 그들에겐 일상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피부 타입에 따라 크림을 바르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것도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즉 '클렌징 -> 아이 메이크업'이 주 미용 행태이고, 말씀드린 대로 피부에 관심 있는 여성들에 한해 크림을 사용했습니다. 립 메이크업의 경우 특별한 날(파티, 행사)에만 한다고 하니 납득하기 쉬운 화장품 사용 행태는 아니었습니다.

 여성분들 입장에서는 이해 자체가 안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러니까요. 그래서 현지 친구들과 심층 인터뷰를 해보았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습관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였습니다. 리마가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있는 해안 도시인 관계로 습도가 다소 높은 편입니다. 평소 입술이 쉽게 건조해지는 저도 여기서는 립밤이 크게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해서 페루 여성들은 예전부터 스킨케어에 대한 습관이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피부 타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 견해가 지배적이더라고요. 그 이후에 수입, 즉 경제 수준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자의 신입 평균 연봉이 2,000PNS(한화 약 70만 원)이니 화장품에 투자할 돈이 부족할 수 있을 겁니다.
  • 페루 여성의 화장품 사용 일상(스킨케어, 메이크업)

  • 리마 여성 인터뷰


# 페루 화장품 시장 현황

 실제 페루 전체 화장품 시장 규모는 3조 원(2018년 예상, 전년 대비 약 5% 성장)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세계 시장에 내놓기에도 작은 규모입니다. 하지만 성장률은 어느 정도 집중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2020년에는 예상 평균 성장률이 7~8%에 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와 리마를 비롯한 페루 전체의 후생 수준 개선은 화장품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3,300만의 인구 중 1,200만이 몰려 있는 수도 리마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또한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화장품 인플루언서들이 리마의 젊은 여성들에게 화장품 사용에 대한 정보와 트렌드를 제공함으로써 화장품 수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판매 채널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페루의 화장품 유통 채널은 방문판매 50%, 오프라인 숍(슈퍼마켓 23%, 드러그 스토어 16%, 백화점 4%), 온라인 5%으로 나뉘어집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페루의 화장품 유통시장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상당히 닮았다는 점입니다. 방문판매가 존재하거든요. 하물며 유통시장 점유율에서 방문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라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2010년까지는 70%까지 육박했으나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만 2015년을 기점으로 볼륨 자체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초 화장품은 시장 자체가 작지만 유기농 제품(저자극)은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 페루 화장품 시장 성장률

  • 페루 화장품 유통 MS(%)와 방문판매 규모


# Santa Natura의 귀인을 만나다

 그렇다면 그들의 현지 화장품 기업 상황은 어떨까요? 그래서 직접 페루에서는 제법 유명한 유기농 화장품 회사 '산타 나투라(Santa Natura)'를 찾아가서 CEO와 면담을 했습니다. 실제 페루의 화장품 시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카르멘(Carmen)입니다. 산타 나투라는 1995년 출범한 중소기업으로 현재 연 매출 3,000만 달러로 중소기업으로서는 매출 기반이 탄탄했습니다. 친환경(Organic) 건강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산타 나투라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리마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인지도가 높고, 10년 전부터는 화장품 사업에도 뛰어들어 유기농 원재료를 활용한 크림, 에센스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표가 원료에 관심이 많은 수준을 뛰어넘어 전문가이다 보니 60세가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서 직접 다른 전문가들과 학문 연구나 토론을 하기도 하고, 페루 각지(정글이나 산악 지역)의 희귀한 원료들을 채집하러 다니기도 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습니다. 제 부모님보다 나이가 더 많은데 오히려 제가 더 에너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적극적인 TV 광고보다는 프로그램 협찬이나 TV 쇼에 직접 출연해 제품과 원료의 우수성을 홍보한다고 합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유명해서 경제, 정치, 연예, 사교계 등에서 주요 인사로 손꼽힐 정도로 바빠 저도 만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 산타 나투라의 유통 채널

 현재 천연 화장품 매출이 생각보다 저조해 고민이 많다고 했는데, 저희 회사의 매출 규모와 브랜드 수를 이야기했더니 흠칫 놀라며 몇 번을 더 물어보더라고요. 그 정도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페루의 방문판매는 몇 가지 형태가 있는데 페루 현지 기업 중 1,2위를 차지하는 우니케(Unique)나 에시카(Esika)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카탈로그 판매 방식입니다. 두 달에 한 번씩 발간되는 카탈로그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인데요, 카탈로그를 통해 해당 브랜드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사원은 일정 기준(나이, 부채, 거주 ID)만 되면 쉽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산타 나투라 역시 예전부터 이 방식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 다단계 방식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다단계는 상위 관리자나 판매 사원이 계속해서 본인과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판매자나 소비자를 모으는 형식으로 그들은 이것을 네트워크 판매 기법이라고 부르더군요. 어쨌든 현재 산타 나투라는 후자인 네트워크 판매 방식을 통해 최근 1년 새 매출이 20% 이상 신장했다고 합니다. 이미 품질로는 현지인들의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들의 주력 판매 채널은 카탈로그와 네트워크 판매 비중이 40%, 대리점 30%, 온라인 10%, 전문 매장 10%였습니다. 온라인은 영업을 개시한 지 8개월가량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젊은 층의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켜본 바로는 인터넷 구매에 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페루인들의 인터넷 구매 의사도 부정적입니다. 카드 구매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돼 있지 않고 제품에 대한 품질도 믿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게 그 원인인데요, 한국의 20년 전 이커머스 초기 단계 정도로 생각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장 속도나 젊은 층 사이에서 일고 있는 온라인 쇼핑 붐은 페루의 쇼핑 판세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듯 보였습니다.

- 산타 나투라의 사업 성공의 핵심 요소

 아직까지는 직접 판매 방식(Direct Selling)이 주 채널인 만큼 카운슬러들과의 상생관계를 우선으로 꼽았습니다. 현재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카운슬러는 4,500명 정도인데, 주요 직책에 있는 사람들(약 200명)의 이름을 대표인 카르멘이 모두 알고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작년부터 매월 최고 판매자를 리마에서 시상하고 있는데, 1등 부상이 벤츠 세단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이나 부상도 있긴 하지만 매달 벤츠를 부상으로 준다는 말에 제가 더 놀랐습니다. 영상으로 시상식 장면을 보았는데 리마에서는 꽤나 큰 행사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연단에 선 카르멘은 에너지가 넘쳤는데 직원들은 그런 모습에 더 열광하는 듯 보였습니다.

 두 번째 요소로는 변화에 대한 수용적 자세였습니다. 비록 작은 회사이긴 하나 영업, 마케팅을 새로운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려 시도하고 있었고, 한국에서 시장조사차 온 저에게조차 회사가 변화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해주었습니다. 중간중간 세세한 질문을 하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들을 호출해서 직접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제품 품질과 원료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하지만 용기 생산에 대한 이슈, 특히 페루에서는 용기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의 질이 너무 좋지 않아 제품이 상하는 일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서는 세상 심각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친환경 제품과 시장, 그리고 우리나라의 시트 마스크에 대해 관심이 커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산타 나투라 공장 견학

 사무실에서의 미팅이 끝나고 나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공장을 함께 견학했습니다. 이곳의 생산 총책임자는 카르멘대표의 첫째 아들이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그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수작업으로 진행되었지만 공장에서 지켜야 할 안전 수칙과 위생 수칙은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고, 생산 공정에 대한 본인만의 분명한 철학이 있어 감명 깊었습니다. 공장 내부는 촬영을 금지해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공장은 크게 건강식품 생산 동, 포장 동과 화장품 원료 배합 동 등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화장품 공장의 생산 공정을 꼭 한번 보고 싶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 유럽의 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는데 향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공장을 건설해서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 Finalmente(마치며)

 아직까지는 규모 면에서나 혁신적인 부분에서 미비하긴 하지만 현지인들의 반응이 좋다는 점과 현재 자연주의 화장품이나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업체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페루 여성이 미용에 좀 더 관심을 갖게 하고, 화장품 영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는 카르멘과는 계속 관계를 유지하며 업계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페루 여성에게 자연주의 미용에 대한 안전성과 우수성을 전하고 싶다는 그녀의 열정을 응원하며 이번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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