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성들이 화장품을 사러 가는 그곳 - AMORE STORIES
#2017 도시 혜초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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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성들이 화장품을 사러 가는 그곳

혜초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안녕하세요, 2017 모스크바 도시 혜초 이규림입니다. 처음 모스크바에 와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꽃집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 주변에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꽃집만 해도 대략 20군데 가까이 있는데요. 지하철 3개 노선이 만나는 환승 지역 + 모스크바 센터의 최대 쇼핑몰이 자리 잡고 있는 번화가인 점을 고려해도 직선 거리로 30m 마다 위치해 있는 꽃집을 보는 것은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이러한 꽃집은 24시간 운영되고, 꽃집 앞에서 고객을 부르는 호객용 직원이 있기도 합니다. 이 대목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꽃을 좋아하는지 짐작하실 것 같은데요. 물론 그 주체는 여성이 되겠지요.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러시아 여성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도 상당하여 집 앞에 잠깐 나갈 일이 있어도 메이크업과 패션에 공을 들이는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 이미지 출처 : Google

 오늘은 이렇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러시아 여성들이 화장품 구매는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러시아의 화장품 시장

 일단, 온라인은 논외로 두고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러시아의 화장품 유통 채널은 한국처럼 다양합니다. 시장을 압도하는 대형 리테일러(MBS)를 중심으로 소규모 리테일러, OBS, 백화점, 약국, 하이퍼/수퍼마켓, 에스테틱(형태의 소규모 부티크), 방문판매 등이 있습니다.

 모스크바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쇼핑몰을 방문하면 러시아의 3대 화장품 매장으로 불리는 '레뚜알(L'Etoile)', '리브고쉬(Rive Gauche)', '일드보떼(Ile de Beaute)'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들이 전체 시장의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대형 리테일러입니다.(드럭스토어 포함)
  • 러시아 화장품 및 향수 판매 채널 비중 / 자료 출처 : KOTRA

 자사가 러시아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1) 위에서 소개한 Big3 리테일러와 직접 거래하거나, 2) 여러 형태의 리테일러를 연결하는 중간 단계의 디스트리뷰터를 거치거나, 혹은 3) 제조사 직접 판매 방식인 OBS 채널을 운영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백화점의 경우, 러시아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이용 빈도도 점차 하락하는 추세이기에 제외하였습니다. 다만, 상징적 광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굼(ГУМ)' 백화점에 최소한의 부스 설치는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장품 어디에서 사요?"

 러시아 친구들과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품을 어디에서 구입하는지 반드시 물어보게 되는데요. 특이한 건 스킨케어의 경우, 20-30대의 젊은 세대와 45세 이상의 중년 여성들 간 구입처가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겁니다.(메이크업은 선호하는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는 편이라 대체로 일치합니다.)

 사실 러시아 여성들은 한국 여성들처럼 스킨-에센스-로션-크림-아이크림과 같은 단계별 스킨케어가 습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이러한 방법은 조금 낯설고 또 복잡할 뿐, 이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스킨케어는 크림! 제대로 된 크림 하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춥고 건조한 겨울이 길게 이어지는 러시아의 계절적 특성이 제품 사용 행태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겠죠.

 어쨌든 이렇게 보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스킨케어 제품의 경우, 젊은 세대는 위에서 소개한 3대 화장품 매장이나 약국에서 주로 제품을 구매하는 반면, 중년 여성들의 경우 브랜드는 프랑스 수입 제품을 선호하고 백화점과 3대 매장에서 주로 구매하거나 자주 가는 에스테틱 숍에서 동일한 제품을 좀더 저렴하게 구입한다고 답해주었습니다. 가격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병행 수입 제품을 찾아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젊은 세대가 인터넷을 적극 이용하는 것과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약국에서 구입한다는 분들도 많았고요.

러시아 화장품 채널 들여다보기!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궁금했던 몇 가지 채널과 유통방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01. 먼저, 3대 화장품 매장으로 불리는 Big3 리테일러(MBS) – 레뚜알, 리브고쉬, 일드보떼

◎ 레뚜알 – 1997년 설립된 러시아 최대 화장품 리테일러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화장품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9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2017년에는 60개의 신규 매장 오픈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레뚜알에서 공개한 2016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 상승한 900억 루블(약 16억 달러)입니다.

◎ 리브고쉬 – 리브고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PS 그룹의 소속입니다. 1995년에 설립됐고, 러시아에 22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일드보떼 – 2001년 설립된 후발 업체이나 세포라가 인수하여 현재 LVMH 그룹의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러시아에 142개 매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왼쪽부터 레뚜알, 리브고쉬, 일드보떼의 매장 전경. 로드숍이 아닌 쇼핑몰 입점 형태가 많으며, 대부분 1층 가장 목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어 어마어마한 임대료를 지불합니다.

 웬만한 쇼핑몰에 가더라도 1층의 가장 목 좋은 곳에서 이 3개의 화장품 매장 중 하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고, 규모가 좀 더 큰 쇼핑몰에서는 1층 가장 좋은 자리에 3개의 매장이 서로 마주보고 운영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출점 매장과 매출 규모 면에서 단연 레뚜알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레뚜알은 또 PB상품 존을 갖추어 자체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포라가 인수한 일드보떼는 러시아 내에서 세포라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리브고쉬와 일드보떼는 레뚜알에 이어서 2-3위를 다투는 관계이지만, 일드보떼가 보다 럭셔리를 지향하는 형태로 제품의 가격이나 프로모션 측면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3대 매장의 MD 구성은 향수와 메이크업의 비중이 스킨케어에 비해 좀 더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매출 비중 역시 향수>메이크업>스킨케어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화장품의 취급은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Fun 감성 소구', '자연주의 성분 강조', '제품 기능 부각' 등 이들이 한국 화장품을 선택하고 마케팅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명확했습니다.

 러시아 화장품 멀티숍의 대표격인 이 3개의 매장 가운데 한국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드보떼가 유일했으나, 17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현재는 3개의 매장에서 모두 한국 제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레뚜알은 지난 7월부터 KOREA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신규 런칭하며 한국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모아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요.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며 홍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특이한 것은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 KOREA를 앞세웠다는 것인데, 수백 년의 전통과 현대 뷰티 산업의 최고의 결실을 결합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한국의 뷰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문화적 측면으로의 한류에 편승한 해외 진출 방식과 철저히 구분됩니다. 실제로 이곳 모스크바에서 한류를 느끼는 것은 절대적으로 쉽지 않고, 다만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 기업들을 통해 어렴풋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정도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 화장품을 고르고 런칭하는 과정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껴집니다.
  • 지난 7월, 한국 화장품을 본격 런칭한 레뚜알의 KOREA 매대와 홍보 영상을 편집한 화면을 지속 발신하는 매장 전경. 그리고 홈페이지 화면.

02. 다음으로 궁금했던 채널, 약국

 러시아어로 약국을 의미하는 '압떼까(АПТЕКА)' 역시 꽃집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거리 풍경 중 하나인데요.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 여행을 가면 '몽쥬(MONGE)' 약국에 필수로 들러 화장품 쇼핑을 한다는 사실 알고 계실 겁니다. 러시아의 약국도 몽쥬 약국 같은 형태입니다. 일반 의약품을 포함해 화장품도 함께 판매하는 유럽의 약국과 동일하지요.

 다만, 별도의 브랜드명이나 상호 없이 간판에 러시아어 'АПТЕКА'만 쓰여 있다면 그건 이른바 폐쇄형 소련식 약국으로 국가나 시 소속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약국은 사실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고 대부분 지방의 소도시에 남아 있습니다. 반면 리테일 부문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약국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1위의 약국 체인 A.V.E 그룹에 소속된 '36.6'이 대표적이며, 해당 그룹에서 운영하는 약국만 4천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 화장품 판매가 중심이 되는 러시아의 약국 체인들이며 모스크바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국 체인은 화장품 중심의 판매가 특징인데요. '더모코스메틱'을 주요 컨셉으로 하는 브랜드를 포함해 일반적인 기초 화장품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비쉬, 아벤느, 라로슈포제, 바이오더마 등이 있고요. 재미있는 것은 '차가버섯' 구매도 약국에서 가능합니다. 한국에서는 항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러시아 방문 시 한국 사람들이 많이 구매해 가기도 하는데요. 대부분 환의 형태로 가공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튼 러시아 여성들은 약국에서 스킨케어 제품을 구입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약국에서의 화장품 구매는 유럽 사람들이 드럭스토어에 가는 것과 같은 이유일 뿐입니다. 그저 가깝고 편해서 약국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꽃집에 이어 약국도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많으니 언제든 쉽게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스킨케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 번 선택한 브랜드를 고수하는지 아닌지, 매장의 카운슬링의 방법은 어떠한지 등에 따라 약국 화장품 이용에 대한 고찰은 좀더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패밀리 케어가 가능하여 보다 전문적인 보습제나 스킨케어를 표방하는 자사 브랜드의 경우 서유럽과 같은 선진시장의 약국 시스템을 갖춘 러시아 진출에 욕심을 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3. 영토의 광활함이 제약이 될 수 있는 OBS 채널 대신, 디스트리뷰터를 통한 다채널 유통으로의 접근

 러시아는 화장품 관련 수입 통관이 까다롭고 인증 절차가 복잡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데, 따라서 이를 담보할 수 있는 현지 업체를 접촉하는 것도 고려 대상입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력한 화장품 디스트리뷰터로 'Gradient'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Gradient는 1991년 설립된 러시아 최대의 소비재 및 화장품 디스트리뷰터로 직원 수는 5천 명, 유명 브랜드를 포함한 100여 개 화장품 회사의 공식 디스트리뷰터로 활동 중인 곳입니다. 또한 이곳으로부터 화장품을 공급받는 러시아 내의 회사는 약 2만 8천 개에 이릅니다.
  • Gradient의 주요 러시아 파트너(리테일러) / 자료 출처 : KOTRA

 KOTRA에 따르면, 2014-16년 러시아의 경기침체 이후 리테일러들이 중간 디스트리뷰터를 통하지 않고 직접 수입을 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러시아의 까다로운 수입 조건을 맞추어 제품을 공급하는 데에 한국 기업의 어려움이 많고, 각종 채널에서 요구하는 큰 폭의 가격 할인에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기에 우리 기업의 치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러시아 진출을 위한 유통방식으로 적합한 것은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식, 그리고 현지화

 러시아는 화장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고 러시아의 화장품 수입 상위 10개국 중 한국은 9위, 수입 증가폭은 63.7%로 가장 높았습니다.(*출처: KOTRA, 2016년 기준) 이러한 자료를 포함하여 저의 주변 러시아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국 문화를 접해본 젊은 친구들은 당연하겠지만, 한국과 어떠한 일면식도 없는 중년 여성들까지 한국산 크림을 써본 적 있다며 제품력을 칭찬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류에 편승하지 않는 진정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러시아인들은 한국 사람들과 달리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특히 자신과 연결점이 없는 남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에는 남과 비교하는 문화가 없고, 특별히 유행하는 것이라든지 일명 '대세'라고 하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패션이나 메이크업에서는 대중적인 트렌드가 있겠지만 굳이 그것을 따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발현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좋은 의미에서 개성, 다를 각도에서 보면 중구난방이라 관통하는 하나의 특징을 정의하는 것이 어렵네요.) 따라서 러시아에서만큼은 단순히 K-beauty로 일관되는 고정성의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만난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의 타겟 고객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통해 러시아에 퍼져나갈 또 하나의 '새로운' K-beauty의 미래를 점쳐볼 수는 있지 않을까요. 러시아식 K-beauty를 향한 진정한 현지화 전략을 고민하고, 더욱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 많이 듣고 많이 얻어서 돌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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