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바람직한 변화 2화. 초격차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 AMOR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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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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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바람직한 변화 2화. 초격차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초격차 경쟁, 획기적 변화 없이는 생존·성장 불가능

 1907년 12월 13일 금요일 새벽. 영국 근해에서 범선 로손 호가 침몰했다. 선장과 선원 1명만 살아남았다. 증기선에 맞서 새롭게 건조한 22노트의 쾌속선. 속도를 높이려 선체를 길게 하고 돛대를 7개나 장착한 것이 화근이었다. 조타성이 약해져 정박 중 옆으로 불어온 강풍에 뒤집혔다. 이 사고 이후 범선은 해상운송 무대에서 영구히 사라졌다. 디젤엔진 선박이 등장하게 되자 증기선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로손 호는 변화 흐름에 뒤처져 퇴출된 수많은 사례들 중 하나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빠르게 변화해야 생존·성장할 수 있다. 남과 비슷하면 진흙탕 싸움, 조금 나으면 금방 따라잡힌다. 차원을 달리하고 완전하게 압도해야 한다. 초격차는 업계 1위와 나머지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기술이 2세대 이상 앞서거나 문화 역량이 막강해야 가능하다. 이제 기업의 변화는 초격차를 지향해야 한다. 초격차는 구현이 어렵지만, 과정의 몰입이 즐거움이 있고 성과가 확실하다.

 요즘 기술을 통한 초격차가 대세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알파고는 인간의 바둑 실력을 앞질렀다. 과거 기계가 육체를 대체했다면 미래는 기술이 정신을 잠식할 전망이다. 천재·장인·예술가의 전유물이었던 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사진이 회화를, 플라스틱이 도자기를 골동품으로 만들었듯이. 초격차 기술이 문화 영역을 대체·융합하면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기술과 문화의 초격차 경쟁

 기업간 경쟁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패가 갈린다. 여기서 성능은 고객이 인정하는 객관적·주관적 효용. 고객은 당연히 가성비 높은 상품을 선택한다. 성능이 뛰어나면서 희소한 경우, 비쌀수록 매력을 느낀다. 가성비는 기업의 매출·이익을 결정한다. 성능에서 크게 앞서야 판매가 늘어나고 마진 확보가 용이하다. 초격차라야 월등한 성능으로 판매량·마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1차에서 3차 산업혁명까지는 기술이 물리적 가성비를 높였다. 각각 기계, 전기, 전자, 정보의 기술발전에 따른 것이다. 전자소자의 경우 소형·저가에 양산이 쉬운 반도체가 진공관을 대체했다. 반도체는 트랜지스터, IC를 거쳐 VLSI로 진화했다. 꾸준히 집적도를 높이면서 생산원가를 낮추었다. 메모리는 지난 20년간 집적도가 1만 배 높아진 반면, 가격은 10배 상승했다. 초격차 기업들은 2세대 앞선 기술을 확보해놓고 경쟁사가 추격하면 차세대 상품을 출시한다. 애플은 스마트폰, 다이슨은 진공청소기에서 뛰어난 가성비로 돌풍을 일으켰다.
 4차 산업혁명 발발에 따라 고도화·지능화 기술이 감성적 가성비를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센서 등이 문화 영역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문화는 오랜 세월 전승으로 이어지며 자기 수련으로 숙달이 된다. 이제까지는 소수 기업이 프리미엄 상품으로 아성을 구축해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높은 가성비의 문화상품을 맞춤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후발 기업도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서 프리미엄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천재·장인·예술가의 사고·동작을 분석·재현하면 된다. 도자기의 경우 과거 장인들이 만든 작품은 유일하고 독특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디자인하고 3D프린터로 한정판 제작해서 고가에 팔지도 모른다. 문화 영역의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 기술과 문화의 초격차 경쟁



다이슨, 사이클론 기술로 가전제품의 고정관념 파괴

 영국 다이슨은 성숙기 가전산업에 돌풍을 일으켰다. 수십 년 만에 진공청소기의 먼지봉투, 선풍기의 날개, 헤어드라이어의 소음을 없앴다. 기존 업체들은 혁신을 거부하다가 퇴출되거나 아니면 모방 제품을 내놓았다. 창업자는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제임스 다이슨.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뭔가 만들기 좋아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질이었다. 바닥이 평평한 상륙정, 공 바퀴의 손수레를 발명해서 히트를 했다.

 시작은 집에서 청소기를 사용하다가 문제점을 발견한 것. 먼지봉투 구멍이 막히면 흡입력이 약해져 교체를 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오랫동안 무심코 지나친 것이 너무 이상했다. 해결책은 사이클론 기술. 원심력으로 고체 알갱이를 걸러내는 장치에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4년 후 제품을 내놓았는데 또 그만큼 시간이 지나서 사업이 정상화되었다. 그러고 6년 후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완성했다.

 그는 문제를 인지하면 디자인을 구상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보았다. 원점에서 생각하고 무조건 시도했으며 수없이 실패하면서 스스로 만족해야 멈추었다. 개발 실패, 동업자의 배신, 경쟁사의 방해, 자금 부족 등. 포기해야 할 이유는 많았으나 끝까지 버텨냈다. 최종 결과물은 기능이 뛰어났고 외관은 단순하면서 아름다웠다. 고객들은 제품에 열광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입소문을 퍼뜨렸다. 보통 사람은 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지레 겁을 먹으며 어려움을 견뎌내지 못한다.

 다이슨의 신입사원은 입사 첫날 진공청소기를 조립한다. 퇴근 후 집에서 제품을 작동시켜본다. 회사 방침이 기계 제작과 사용을 체험토록 하는 것이다. '공짜는 없다'여서 각자 청소기 값을 지불해야 한다. 제임스 다이슨은 회사 이름이 동사로 쓰이기를 바란다. '∼을 다이슨하다'처럼. 혁신 없는 브랜드 홍보나 제품 마케팅에 대해 고객 기만이라며 비판한다. 다이슨은 사이클론 기술로 가정의 청소 방식을 일신했다. 고객의 문화 행위를 바꾸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미래산업에서 고영테크놀러지로 이어진 기술 중시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은 40대 초반 늦깎이 창업을 했다. 처음 실패하고서 내린 결론은 '눈먼 사업은 없다', '내가 바뀌어야 한다'였다. 다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웨이퍼 검사장비를 개발했으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빚에 쫓겨 한때 자살을 고려했다. '하나님은 고난을 주어 단련시킨다'는 목사의 설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확보한 기술을 한 차원 낮은 테스트핸들러에 적용한 것이 주효해서 위기를 벗어났다.

 정 회장은 앞선 기술로 수요·이익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좋은 사람을 뽑아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 지방 공고 출신은 전시장 기계를 쓱 보고는 설계도를 그렸다. 연구소는 타 부서의 견제 없이 값비싼 장비들을 구입했다. 정 회장이 은퇴하고 재무 담당 임원이 사장이 되면서 분위기가 식어버렸다. 돈 되는 연구를 강조하다 보니 획기적 제품의 명맥이 끊어졌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사장은 미래산업 연구소장 출신이다. 대기업에 근무할 때 신제품을 내놓으면 일본 경쟁사가 한 단계 앞선 제품을 출시하는 수모를 여러 번 당했다. 외환위기로 해당 부서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자 미래산업으로 이직했다. 정 회장은 연구소를 차려주고 전권을 위임했다. 후임 사장의 간섭이 심해져 선택한 것이 창업. 고 사장은 정 회장에게 경영의 기본을 배웠다고 말한다. 출퇴근 자유, 근무시간 헬스 등이 소문이 나서 업계에서 꿈의 직장으로 통한다.

 고영테크놀러지는 3차원 전자부품 검사장비 분야에서 부동의 세계 1위이다. 3차원 검사는 2차원보다 10배 이상 어렵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두 단계 앞서가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하버드 의대와 공동으로 뇌수술 보조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과 센서를 결합해서 뇌수술의 정밀도를 한층 높였다. 차세대 먹거리인 인공지능에 주목해서 국내외에 3개의 연구거점을 운영 중이다. 뇌수술 보조 로봇은 기술이 문화 영역인 손재주를 대체한 사례이다. 시간이 지나면 로봇이 베테랑 의사를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에어쿠션과 세계본사의 초격차 성공 경험을 이어가야

 아모레퍼시픽은 초격차 기술로 경쟁사를 압도하는가? 기술을 문화 영역에 적용하고 있나? 4차 산업혁명에 맞추어 기업을 뿌리부터 바꾸고 있나? 아모레퍼시픽은 에어쿠션과 세계본사로 초격차 성공 경험을 했다. 전자는 화장 행태를 바꾸었고 후자는 격조 높은 아름다움을 건축물에 담았다. 오랜 노력의 결정체여서 타 기업이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 하지만 변화를 멈추면 초격차가 격차로, 다시 무격차가 된다.

 지난 100년간 화장 행태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이 개선책을 찾아 나서기 전까지는. 스펀지에 저장된 용제를 찍어 바르는 방식. 주차 확인 스탬프에서 얻은 힌트. 시제품을 만들어 고객 반응을 보고 내용물과 용기를 변경했다. 브레인스토밍 1,000시간, 구성비율 변경 200번, 기계적 시험 3,600번.

 2008년 3월 출시된 '아이오페 에어쿠션'은 크게 히트를 했다. 이후 기능 개선과 브랜드 다양화로 연간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섰다. 레티놀, 한방제품 등은 1세대 앞서는 기술이었다. 에어쿠션은 기술로 화장 행태를 바꾼 초격차 사례이다. 초격차 상품이라야 시장 정체를 타개하고 현지문화 장벽을 돌파할 수 있다. 에어쿠션의 경험을 체화시키고 제2, 제3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이오페도 다이슨처럼 동사로 쓰이기를 바랄만하다. IOPE의 발음은'I hope(나는 희망한다)'와 통한다.

 요즘 건축물은 기술 중심이며 높고 빽빽하다.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는 문화를 담았으며 낮고 비어있다. 건축가 치퍼필드는 "달항아리에서 직육면체 외형을 떠올렸고, 한옥 마당에 매료되어 중정(中庭) 공간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30층 이상 건축이 가능했지만 겸손하게 22층으로 지었다. 로비의 개방, 3개 벽면의 비움, 5층 중정의 수조는 사람 사이 소통, 자연과의 합일을 지향한다. 지하에는 미술관을 배치하여 문화기업으로서의 포부를 한껏 드러낸다.
 세계본사는 유일하고 독특하게 아름다운 공간이다. 다른 기업이 다가서기 어려운 문화의 초격차 사례이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세계본사를 짓기는 했는데, 과연 세계본사가 사람들을 바꾸고 있는가? 세계본사가 초격차 상품 창조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세계본사에서 디자인, 시제품 제작, 고객체험을 실시간 통합시키면 된다. 에어쿠션 역사를 배우고 제조·사용토록 하면 좋겠다. 애플 아이폰, 다이슨 청소기, 뇌수술 로봇 등 초격차 상품들의 체험공간도 마련해야겠다.

 한국은 과거 봉제 인형을 많이 수출했다. 마무리가 허술해 바이어들의 불만을 샀다. 여성 근로자들이 인형을 갖고 놀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 한마디로 문화가 빈곤했던 것이다. 기술은 머리로 배우고 몸으로 흉내 내고 기계를 활용하면 확보가 가능하다. 문화는 인문·예술에 심취하고 도제 훈련을 받아야 하므로 격차 극복이 어렵다. 아모레퍼시픽도 세계적 브랜드들과 기술은 대등하지만, 문화에서 다소 부족함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올라타서 기술·문화의 융합을 선도해야겠다. 에어쿠션과 세계본사의 초격차 성공 경험을 이어가야 한다.

 백범이 애송했던 선시(禪詩)가 있다. '나뭇가지 타고 오르기는 쉽다. 절벽에 매달린 손을 놓아야 대장부.' 초격차 경쟁은 절벽에서 손을 놓고 점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렵지만 용기를 내야 수직 절벽을 오를 수 있다. 팀 협력과 등반 장비가 안전을 보장하겠지만 누군가는 홀몸으로 목숨 걸고 미지의 코스에 도전해야 한다. 여기에 머물면 날이 저물고 추위가 찾아와 모두가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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