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광군제는 이제 한국 사우 여러분에게도 익숙한 날일거라 생각합니다.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고도 불리는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광군제에는 다양한 쇼핑 행사들이 이곳 저곳에서 열리게 됩니다. 원래 광군제는 독신남이나 애인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날이었지만, 현지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이 처음으로 '솔로데이' 혹은 '솽스이(双十一)'라고 이름을 붙이며 솔로들을 위한 쇼핑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쇼핑 시즌으로서 처음 '솔로데이'를 들은 시점은 2009년 가을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첫 솔로데이 쇼핑에 참여한 용감한 소비자는 아니었지만, 솔로데이 자체는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망설임 없이 솔로데이 쇼핑 대열에 합류했고 매년 이맘때쯤이면 쇼핑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중국에는 광군제 외에도 '솽스얼(双十二 / 12월 12일)', '6∙18' 등 여러 쇼핑시즌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 생각에 가장 의미있고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날은 역시 광군제, 11월 11일입니다. 물론 이때 제품 가격들이 정말 가장 싼 것인지 의심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일부 비양심적인 판매자들은 미리 상품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후 할인하는 수법을 써 고객들을 속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티몰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확인해 본 결과, 알리바바 시스템은 광군제 때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을 최근 3개월 내 가장 싸게 거래된 가격의 90%가 되게끔 가격 관리한다고 합니다. 이정도면 적어도 알리바바에서는 확실히 인하된 가격에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겠죠?
2009년, 티몰의 광군제 매출액은 불과 0.5억 위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 9.36억 위안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33.6억 위안으로 놀랍게 성장했는데요. 2013년에는 55초만에 매출액 1억 위안을 돌파했고, 작년에는 1,000억 위안을 넘어섰습니다.
알리바바그룹 회장 마윈(马云 ) 님
이렇게 폭발적이고 화려한 매출 실적은 온라인 쇼핑문화 역사상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완벽한 온라인 사업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온라인 세계가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비함과 동시에, 오프라인과도 조화를 이뤄야 비로서 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뜻인데요. 온라인 사업에 대한 준비 과정이 없을 경우, 실적 부진으로 올해 말로서 영업 중단을 선언한 상하이 태평양백화점 회해점과 같은 곳이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상하이 태평양백화점
새로운 컨셉과 온라인 쇼핑 트렌드를 활용해 이슈가 된 광군제는 현대인들의 쇼핑문화 디지털화의 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화'는 우리가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갖고 중요하게 봐야 할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향후의 광군제 쇼핑 패턴이 어떻게 발전될 지 기대가 됩니다. 단순한 온라인 할인 행사 시즌이라는 한계를 넘어 중국의 쇼핑문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저 '싸다'는 것이 광군제의 유일한 포인트가 아닌 '1'이라는 숫자를 재치있게 활용해 싱글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온라인 쇼핑문화를 이끌어 낸 것처럼, 또다른 새로움을 알리바바그룹이 만들어내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