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편. “보고타는 정말 안전할까요?” - AMORE STORIES
#혜초칼럼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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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편. "보고타는 정말 안전할까요?"

HYECHO
COLUMN

아모레퍼시픽그룹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콜롬비아 편 : "보고타는 정말 안전할까요?"

이규호 님
콜롬비아 보고타
안녕하세요. 콜롬비아 보고타에 거주 중인 혜초 이규호입니다.
지난 6월부터 7월 초까지 이곳에서는 남미월드컵이라 불리는 '2015 코파아메리카(Copa America)'가 있었습니다. 전 국민이 축구팬인 콜롬비아는 자국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치안이 극도로 불안정해지는데요. 이번 '코파아메리카' 기간에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콜롬비아 경기가 있던 날에는 보고타에서만 하루에 8명이 사망했었다고 합니다)
  • '2015 코파아메리카' 기간 중 콜롬비아 VS.베네수엘라 경기가 있던 날 시내 모습. 90% 이상의 시민들이 자국 유니폼을 입고 자유롭게 응원합니다

그러나 7월 중순부터 다시 각종 폭탄 테러와 살인 사건이 일어나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보고타 시내 2곳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7명이 부상 당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어학코스를 같이 수강하는 제 독일인 친구는 집 근처 은행에서 돈을 찾는 중 폭발음이 들려 놀랐다고 합니다. 또 며칠 전에는 바로 옆 블록에 사는 친구와 밤 10시경 저녁식사 후에 헤어졌는데, 이 친구가 권총을 지닌 강도로부터 돈을 뺏기는 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과 사진들이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는 현지 신문보도 / 출처 : El Tiempo

그럼 잠시 이곳 학교 관계자 및 현지 친구들이 항상 강조하는 콜롬비아 범죄 및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모르는 사람이 친절하게 다가올 경우 무조건 조심한다
'나에게 길을 묻는 사람을 왜 조심 해야 하지?' 라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이 유형은 중남미 전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신종 범죄 유형입니다. 종이에 환각제 같은 약품을 듬뿍 뿌려 길을 물어보는 척 그 환각제를 흡입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각제를 흡입하면, 짧게는 2~3일간, 길면 일주일 이상(심할 경우 사망) 아무 기억도 없다가 깨어나게 됩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환각제 흡입 초반에는 옆에서 시키는 데로 몸이 움직여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며칠 뒤 아무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특히 클럽이나 바에서 모르는 여자가 젊은 남성들에게 술을 권한다면 절대 마셔서는 안됩니다. 술이나 음료는 밀봉된 상태 혹은 종업원이 주는 것만을 마셔야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밖에서는 절대 귀중품을 꺼내지 않는다
특히 동양인들은 현금이 많고 비싸고 좋은 스마트폰이나 DSLR등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강도들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길거리에서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거나, 전화를 받으며 걸어 다니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혹시 사진이 찍고 싶으면 동료가 옆에서 망을 봐주고 신속하게 사진을 찍은 뒤 다시 깊숙한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어 두는 것이 그나마 안전한 방법입니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강도가 금품을 요구할 때에는 가진 것을 아낌없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돈이나 사진이 아까워 도망치거나 덤볐다가는 몸이 다칠 수 있고, 보통 권총이나 칼을 소지하고 있어 큰 상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콜롬비아의 범죄율도 낮아지고 치안상황도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항상 범죄의 위협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늘 안전에 신경 써야 합니다.

버스와 자전거의 도시, 보고타

  • 언제나 꽉 막힌 보고타 도로

  • 몬세라테 언덕에서 바라본 보고타 시내 모습

보고타 도시 교통수단에 대해 조금 설명 드리겠습니다. 보고타는 서울과 비슷하게 급격한 도시화를 겪었는데요. 18세기 스페인의 식민지 시절 건설된 보고타는 지난 100여 년간 엄청난 성장으로 농촌인구를 빠르게 흡수했고, 1940년대 12만에 불과했던 인구가 900만으로 80배가 넘게 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곳의 교통체계, 상하수도, 공원 등 도시 인프라는 열악한 편이지만, 보고타 시민들은 1998년 시장으로 당선됐던 '엔리케 페날로사(Enrique Penalosa)'를 오랫동안 기억하며 보고타의 교통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다고 평가합니다.
  • 여러 종류의 보고타 버스, 맨 오른쪽 두개가 트란스밀레니오 / 출처 : 트란스밀레니오 홈페이지

보고타 시민들은 엔리케 페날로사를 '트란스밀레니오(Transmilenio)'라는 공공교통정책과 묶어 함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가 강력히 추진한 '트란스밀레니오'는 'BRT(Bus-based Rapid Transit)', 즉 버스가 기반이 되는 급행교통체계와 300km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체계를 주축으로 한 시스템인데요. 간선과 지선으로 잘 짜인 이곳 버스 시스템은 하루 약 200만 명의 시민들을 실어 나르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시스템입니다. 현재 트란스밀레니오는 9개 노선, 134개의 정류장, 그리고 120km의 중앙차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의 대중교통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 트란스밀레니오 노선도 / 출처 : 트란스밀레니오 홈페이지

  • 국내 지옥철을 떠올리게 하는 출퇴근 시간의 버스 중앙차선

실제 트란스밀레니오의 버스 중앙차선은 콜롬비아에서 대한민국으로 수출한 버스 시스템입니다. 다만 이곳의 차선은 편도 2차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버스 한대가 1차로에 정차하면, 그 역을 무정차하는 버스는 2차로로 지나가기 때문에 승객들은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 버스에서도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교통카드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콜롬비아로 수출한 것입니다. 국내 ICT기업의 대표주자인 LG CNS사에서 수주를 받아 트란스밀레니오의 버스카드 시스템을 개발하여 적용했다고 하네요.
  • 무임승차 하는 시민들 / 출처 : El Tiempo

이렇게 현대적으로 구축된 대중교통 시스템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보고타 대중교통에는 불청객들이 참 많습니다. 버스 안에는 과자나 사탕, 생필품 등을 파는 잡상인들이 꼭 있고, 노래를 부르고 돈을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처음엔 누가 사탕을 주길래 생각없이 받았다가 돈을 내란 말에 깜짝 놀라 다시 돌려준 경험도 있습니다). 무임승차객들도 참 많은데요. 우리나라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승객들은 개찰구를 뛰어 넘어가지만, 이곳 사람들은 버스 중앙차로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도어에 뛰어 올라가 억지로 열고 무임승차를 합니다. 스크린도어는 잦은 고장으로 인해 손쉽게 열수 있어 늘 이렇게 많은 무임승차 승객들이 존재합니다.
  • 자전거 도로

이처럼 무법도시 같은 보고타에도 신기하게 '차 없는 거리'가 존재합니다. 바로 '시클로비아(ciclovia)'라는 제도 때문인데요. 일주일에 한번(일요일) 일부 차로를 막아 자전거 전용 도로로 이용합니다. 무려 약 100km에 이르는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는 일요일에는 사람들이 나와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조깅을 즐깁니다. 덕분에 일요일에는 평소보다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습니다.

도시 인프라가 미흡하고 마약과 폭력으로 유명했던 보고타는 이제 트란스밀레니오와 시클로비아 등의 정책들을 만들어가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공원도 많이 생기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도 나오고 있고요. '자랑스런 보고타 시민'이라는 자긍심과 함께 국민들의 시민 의식이 조금 더 높아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이 많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앞으로 남은 기간에도 많이 보고 배우고 돌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앞으로 총 18인의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이야기가 계속 소개됩니다
2016년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는 올해 8월부터 모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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