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 훠궈를 소개합니다 - AMORE STORIES
#2016 혜초
20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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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 훠궈를 소개합니다

혜초
칼럼

혜초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도시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충칭 훠궈를 소개합니다

권예지 님
중국 충칭

충칭의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OO老火锅"라고 쓰여진 훠궈집 간판이 아닐까 싶은데요. 훠궈를 먹어보지 않고는 충칭에 가봤다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이곳의 훠궈는 충칭의 상징이자 음식의 대표입니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훠궈를 샤브샤브와 같은 음식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직접 먹어보니 먹는 방법이나 맛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충칭의 뜨겁고 매운 맛의 대표주자인 훠궈를 소개합니다.

충칭의 상징, 훠궈

충칭의 3대 미식(美食)이라고 하면 충칭 훠궈(重庆火锅), 생선요리인 카오위(烤鱼), 충칭 소면(重庆小面)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중 충칭 훠궈는 2016년 5월 18일에 충칭시 문화 기호 연구소(重庆市文化符号研究)에서 선정한 '충칭의 문화적 상징 10가지'에 음식으로서 유일하게 명단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훠궈는 충칭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답니다.

훠궈 외 충칭의 3대 미식

  • 생선요리인 카오위(烤鱼)와 소면(重庆小面)


충칭 훠궈는 라오 훠궈(老火锅)

충칭의 훠궈 식당 간판을 보면 거의 모든 곳에 '라오훠궈(老火锅)'라고 써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식당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늙을 로(老)'자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충칭 훠궈를 이르는 다른 말이 바로 라오 훠궈(老火锅)라고 하는데요. 중국어 선생님께 여쭤보니 충칭 훠궈는 마라(麻辣 / 고추, 화자오(花椒) 등이 들어간 쓰촨 특유의 매운 양념)가 많이 들어가고, 소기름(牛油)이 빠질 수 없다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충칭 훠궈=라오훠궈(老火锅)

  • 충칭 훠궈 식당 간판(좌) / 마트 훠궈 코너(우)


충칭인의 훠궈 사랑과 자부심

충칭의 대표 음식인 만큼 이곳 사람들은 훠궈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충칭 훠궈의 전통과 자부심을 보여주는 훠궈 박물관(重庆火锅天下宴博物馆)도 있는데요. 충칭 훠궈의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다 보면 뱃사람들이 출항 시 치렀던 의식에서 먹던 쉐이바콰이(水八块: 어선 출항 시에 만선과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닭을 8개의 덩어리로 잘라 고추, 화자오 등으로 양념하여 선원들이 나눠 먹음)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청조 말기에는 충칭의 마부나 뱃사람 같이 육체 노동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 먹던 마오두훠궈(毛肚火锅)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소의 잡다한 부위(천엽, 간장, 선지 등)를 고추, 화자오, 소 기름을 넣은 매운 국물에 넣어 익혀 먹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다양한 재료를 넣어 더욱 화려해진 훠궈를 즐길 수 있습니다.
충칭 훠궈 박물관에는 훠궈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자 다양한 시대의 훠궈 냄비가 전시되어 있고, 2~3층에는 훠궈 식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훠궈 냄비는 흙으로 빚은 것부터 청동, 구리 등으로 발전했고, 다양한 모양이 있습니다.

충칭 훠궈 박물관


충칭 훠궈를 즐기는 방법

충칭 훠궈는 우리나라에서 샤브샤브 먹는 것과 상당히 다른데요. 중국인들에게 들은 내용과 제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① 탕 고르기
훠궈의 탕(汤)은 칭탕(清汤, qīngtāng), 홍탕(红汤, hóngtāng)으로 나뉩니다. 칭탕은 향신료의 향이 강한 대신 맵지는 않고, 홍탕은 고추와 화자오를 듬뿍 넣어 빨갛고 아주 매운 맛을 냅니다. 칭탕과 홍탕을 같이 먹는 위엔양훠궈(鸳鸯火锅, 원앙훠궈)가 가장 익숙하실 텐데요. 충칭 사람들은 홍탕만 먹는 게 대부분이고, 실제로도 홍탕이 더 매력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러한 홍탕을 주문할 때에는 매운 맛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웨이라(微辣), 종라(中辣), 마라(麻辣)로 3단계로 나눠져 있고, 웨이라(微辣)의 경우 제 입맛에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종라(中辣)는 얼얼한 마라(麻辣)의 매운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수준인데요. 매운 것을 드시기 어렵거나 처음 드시는 경우라면 우선을 웨이라를 드시길 추천합니다. 마라는 가장 매운 맛으로 마라의 맛에 길들여진 충칭 사람도 즐겨먹지는 않을 정도로 맵다고 하네요.
  • 위엔양(鸳鸯) 훠궈(좌) / 훠궈 홍탕(红汤)(우)

② 재료 고르기
충칭 훠궈는 매운 기름에 재료를 익혀 먹는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훠궈 식당에서 중국인들의 테이블을 보면 공통적으로 식탁에 올라있는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동물의 내장류입니다. 소의 천엽(毛肚), 닭 내장(鸡场), 오리 내장(鸭肠) 등이 가장 인기 있고 빨간 훠궈 국물에 익혀먹으면 그 인기의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랍니다. 그리고 각종 채소류(청경채, 오이, 감자, 연근, 콩나물), 버섯, 두부피(豆腐皮) 등을 같이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규모가 큰 훠궈 식당에 가게 되면 태블릿으로 주문을 하기 때문에 재료의 사진을 보고 주문을 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③ 장 만들기
탕에서 건진 재료는 바로 먹는 게 아니라, 장에 담갔다가 먹습니다. 충칭 훠궈를 먹을 때에는 향유(香油, 참기름과 유사)에 간마늘을 넣고, 기호에 따라 산초나 간장을 추가하는 게 가장 맛있는 장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규모가 큰 식당에 가게 되면 직접 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뷔페 코너가 있고, 일반 식당의 경우에는 1인용 향유캔 혹은 향유팩과 간마늘을 그릇에 담아줍니다. 장을 만들 때 향유의 양은 재료가 푹 담길 정도로 부어주어야 합니다.
④ 맛있게 즐기기
탕이 끓어오르면 이제 본격적으로 훠궈를 즐길 시간인데요. 재료를 한꺼번에 탕에 넣어 재료를 건져가며 먹는 방법도 있고, 자신이 먹고 싶은 재료를 그 때 그 때 넣어서 익혀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장류는 먹고 싶을 때 탕에 넣어서 푹 익혀서 먹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기 때문에 유의하라고 중국인 친구가 알려 줬습니다.
훠궈 안의 동그란 화자오(花椒)가 탕에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먹는 게 아니라 얼얼하고 자극적인 향을 내는 향신료입니다. 충칭 요리에는 가정식에도 화자오(花椒)가 많이 들어가 집집마다 부엌에 화자오가 있다고 하는데요. 중국인들도 화자오(花椒)를 빼고 먹는다고 하니 맛이 궁금해서 도전해보고 싶으신 경우를 제외하고는 빼고 드시면 됩니다.
재료를 탕에서 건지고 나서가 가장 중요한데요. 미리 만들어둔 장에 찍어 먹는 게 아니라 담가 먹어야 합니다. 탕에서 건진 재료의 표면은 매운 마라로 코팅되어 있는데, 이를 바로 먹게 되면 목 속이 자극되어 눈물 나도록 재채기와 기침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름장에 다시 담가서 기름으로 다시 코팅을 하고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기름장이 빨갛게 되어버릴 정도이지요. 이 방법을 몰랐을 때에는 중국인 친구가 외국인인 저를 배려해서 일부러 천천히 먹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매운 맛으로 너무 자극적인 경우, 밥(실제 충칭 사람들은 훠궈 먹을 때 밥을 주문하진 않습니다)이나 고기튀김(炸肉) 등의 음식을 곁들여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규모가 큰 식당에 가게 되면 볶은 국수, 밥, 과일 등이 있는 뷔페 코너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마라로 입이 얼얼할 때 쉬어가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훠궈와 유사한 음식들

① 마라탕(麻辣汤) : 원하는 재료를 골라 탕을 선택하면 탕에 넣어서 끓여주는 요리입니다. 충칭에는 저렴한 마라샹궈집이 상당히 많은데요. 안정적인 선택을 한다면 每味每客(Movoc)라는 체인점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고기류와 채소류의 재료의 무게당 가격이 정해져 있어 바구니 2개를 들고 원하는 재료를 담으면 재료의 무게와 인원 수에 비례하여 가격이 책정됩니다. 1인당 한화 5,000원 정도면 푸짐한 마라탕을 즐길 수 있답니다.
② 츄안츄안샹(串串香:꼬치훠궈) : 훠궈에 넣는 재료들이 꼬치에 꽂혀서 나오는 훠궈입니다. 훠궈 국물에 꼬치를 한꺼번에 담가놓고 하나씩 빼어먹는 것인데, 무슨 재료가 뽑힐 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씩 뽑아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훠궈를 사랑하는 충칭답게 훠궈 국물에 담근 꼬치를 간식으로 파는 곳이 정말 많은데요. 특히 여성들이 길거리 간식으로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③ 간궈/마라샹궈(干锅, 麻辣香锅) : 국물이 없는 훠궈로 훠궈의 주재료인 고추, 마라, 마늘 양념에 각종 재료를 볶은 요리입니다. 새우, 게, 개구리, 닭 등을 베이스로해서 마치 토핑을 추가하듯이 채소나 국수, 두부 등을 추가해서 먹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요리입니다. 마라샹궈 역시 원하는 매운 맛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매운 맛이 먹고 싶어 호기롭게 종라(中辣, 두 번째로 매운 정도)를 선택했다가 땀을 쭉 빼며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 매운 음식을 즐겨 먹던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충칭에 와서 마라의 맛에 굉장히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이 흐리고 습한 날씨에서는 몸 속의 습기를 빼내기 위해 마라의 맛을 즐긴다는 충칭 사람들의 지혜가 실감날 정도입니다.
마트에서는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훠궈 양념을 판매할 정도로, 훠궈는 충칭의 대표 먹거리이자 상징인데요(하지만 실제로는 훠궈는 보통 외식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저녁시간이 되면 훠궈 식당에서 풍겨지는 훠궈 냄새와 길거리 음식의 강한 향신료 향이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식욕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가끔 먹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충칭 훠궈를 꼭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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