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영상 콘텐츠는 TV에 최적화된 가로 형태를 기준으로, 4:3에서 18:9의 비율로 확장되어왔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모바일에 특화된 세로형 영상 콘텐츠들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MOVR(Mobile Overview Report)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모바일 사용 시간 중 94% 동안 스마트폰을 세로로 쥐고 사용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가로형 영상을 볼 때조차 스마트폰을 세로로 쥔 상태에서 작은 동영상을 시청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위, 아래로 스크롤 이동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가로형 영상이나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려야만 풀스크린 영상 혹은 이미지를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성의 흐름이 단절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스냅챗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바일 콘텐츠 세로 영상이 가로 영상보다 9배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였고, 집중도 또한 36% 정도 향상된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최근 동아제약은 페이스북에 기존 TV 광고를 편집하여 모바일 최적화된 세로형 동영상 광고를 올렸습니다. 그 결과 기존 광고보다 6배 많은 360만 건의 조회 수와 1000건 이상의 댓글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은 최근 세로형 영상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동영상 앱 'IGTV'를 출시했습니다. 유튜브와 차별화되는 동영상 형태로 세로형 비디오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서 2016년에 출시된 세로 동영상 앱 '틱톡(중국명:더우인)'은 10대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1분기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에서 4580만 건으로 유튜브(3530만 건)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주요 인터넷 기업들도 연달아 세로형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메이크어스'의 모바일 미디어 브랜드 '딩고'는 유튜브 채널 '딩고 뮤직'을 통해 세로형 뮤직비디오 '세로라이브'를 선보이는 등 모바일 미디어 최초로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였습니다. 최근 136만 구독을 기록하며 이를 계기로 '메이크어스'는 디지털 음악 유통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업계에서도 세로형 모바일 게임이 인기입니다. 슈퍼셀이 만든 인기 게임 '클래시 로얄'과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 역시 세로화면으로 즐기는 게임입니다. 넵튠은 지난 4월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레전드라인업'을 세로 화면으로 구성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우리가 TV나 PC 위주의 가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용 세로 영상을 따로 제작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TV용 가로 영상과 모바일용 세로 영상 사이에 중간단계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로형 콘텐츠를 'PockeTVC(TV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모바일용으로 편집한 광고형식)'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모바일 영상으로 변형함으로써 제품의 사이즈, 모델의 클로즈업 등 정보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동아제약의 가그린 광고의 사례가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이라면 가로, 세로형 두 가지를 모두 염두에 두고 중요 요소들이 각각의 프레임 안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며 만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로형 콘텐츠가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가로형 콘텐츠가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로형은 풍경이나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데 적합하며, 세로형은 인물을 집중해서 보여주는데 탁월한 프레임입니다. 우리는 콘텐츠가 어떤 형태로 제작되었을 때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그 판단에 따라서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