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모레퍼시픽 린스타트업 TF 5팀 '황병이'라고 합니다.
기존에 'Snack Startup'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셨던 '최석훈' 님의 뒤를 이어 제가 펜을 잡게 되었습니다.
처음 사내 칼럼 연재를 제안받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 끝에 담당으로만 이뤄진 '린스타트업 TF 5팀의 일하는 문화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출처 : 잡코리아, 알바몬 사진
2017년 잡코리아, 알바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의 76% 이상이 스타트업 취업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들이 스타트업에 취업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복수 응답)로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54.3%)를 꼽았습니다.
이어 '정해진 업무 없이 다양한 일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31.4%),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근무해보고 싶어서'(19.8%), '평소 스타트업 회사에 흥미를 갖고 있어서'(15.4%), '원하는 업무를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15.0%)라는 답변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습니다.
[기사출처 :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type=1&no=2017122913408075722&outlink=1]
스타트업 취업 이유 1위인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에 대한 지금부터 저의 경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처음 스타트업을 접했을 때 책이나 뉴스에서 보았던 '자유로운', '수평적인', '창의적인' 이 단어들이 스타트업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외부는 아니지만 사내 스타트업을 9개월간 하면서 이 세 단어들이 조직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다양한 룰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잠깐 저희 팀의 구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린스타트업 TF 5팀은 총 6명의 남자로만 구성되었습니다. 10년 차 담당 2명, 9년 차 담당 1명, 7년 차 담당 1명, 그리고 두 명의 인턴 사원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자로만 구성되어 상하복종 문화가 만연한 군대 조직처럼 보이는 저희 팀은 세 가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첫 워크숍에서 아래의 세 가지 그라운드 룰(Ground Rules)을 세웠습니다.
1. 자유로운 조직 문화 = 출퇴근 9 TO 6를 꼭 지키자!
자율근무제가 일반화되었는데 '9 TO 6를 꼭 지키자'라는 말을 들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은 꼭 '출퇴근 시간을 9시부터 6시로 지키자'라는 명목적인 의미를 넘어 기본적인 근태 관리를 철저히 하자는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가를 써야 할 경우, 10 TO 7으로 근무시간을 변경해야 될 경우 등 근태와 관련한 일을 사전에 전 팀원에게 꼭 구두 또는 카카오톡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추가로 사전 공유 없이 지각할 경우에는 10분당 1,000원씩 지각비를 걷기도 합니다.
현재 린 스타트업은 무(無) 팀장제, 그리고 외부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기본적인 근태를 소홀히 할 수 있습니다. '근태보다는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라는 의견을 전적으로 반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성과도 중요하지만 조직 안에서 서로 기본적인 근태를 철저히 지키며 조직원 간 감정의 골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혼자가 아닌 조직에서는 상대와 나를 비교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상대방의 마이웨이식* 근태는 내가 누리지 못하는 특혜라는 생각으로 발전하고 결국 나쁜 감정이 쌓여 팀워크를 해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웨이식 근태 : 팀원들과 아무런 공유 없이 휴가를 내고 지각하는 상황)
2. 수평적인 조직 문화 = 감정의 동물임을 인정하자!
'우리 팀도 진짜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린스타트업 처음부터 품었습니다.
수평적인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만의 정의가 없었기 때문에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도 못했습니다. 하루는 각 영업/마케팅 채널별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두 파로 나뉘어 반나절 넘게 격렬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격렬하게'라는 순화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때 당시 상황을 더 생생하게 전달하면 거의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끝나지 않던 토론은 중재자의 역할로 마무리되었지만 격해진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팀워크가 깨지나 싶었던 찰나에 팀 카톡방에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서로 업무 접근 방식에 대한 다름을 인정했고 감정도 다 풀었으니 걱정하지 마라"라는 카톡 메시지를 봤습니다. 아무리 수평적인 문화라도 본인을 반박하는 의견을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격렬한 토론으로 기분이 상한 사람이 있다면 '오픈 비어 타임(One Beer Time)'을 필수로 신청하는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오픈 비어 타임은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서로 서운함과 쌓인 감정을 푸는 시간을 말합니다. 이 정책으로 오늘도 우리 팀은 209호(우리는 208호 사무실을 사용합니다.) 입주자분께 목소리 좀 낮추라는 클레임을 받고 있습니다.
3. 창의적인 조직 문화 = 아이디어에 무조건 반대 의견을 내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칩니다. 회의가 끝난 후,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회의였네'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마존, 인텔은 회의 시 아이디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찬반 토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그라운드 룰이 있습니다.
우리 팀 또한 이 그라운드 룰을 채택해 회의 때 항상 누군가는 반대 입장에서 의견을 내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이유는 전문가가 만든 좋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꼭 좋은 제품이 아닐 수 있다라는 생각과 한 사람의 생각에 의한 결정보다는 집단 지성을 통해 도달한 결과물이 더 좋다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팀 막내로 선배들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최종 결정 전 반대 의견을 한 번이라도 내지 않으면 허전합니다. 더불어 회의 때마다 나의 의견에 대한 반대 의견을 듣는 훈련을 거듭할수록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더 나아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전 다방면으로 장단점을 다시 한 번 검토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내 칼럼을 쓰게 된 목적은 한 지붕에서 생활하는 다른 동료가 겪고 있는 경험을 소개하고 기회가 온다면 여러분들도 한 번쯤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위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나의 동료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