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나비가 되기 위한 진통: 자율주행의 발전 - AMORE STORIES
#Cathy Zhang 님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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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비가 되기 위한 진통: 자율주행의 발전

아모레퍼시픽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Cathy Zhang (张婷婷) 님
APC Purchasing Team


1. 머리말 : 어느 교통 사고 이야기

 2016년 여름,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기업 테슬라(Tesla)의 '모델S(Model S)' 차량 한 대가 사거리를 지나다 반대 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던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모델S 차량의 전면 유리는 충돌 직후 트럭 하부의 빈 공간으로 밀려 들어갔고 이로 인해 운전자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인 '오토파일럿(Autopilot)'로 인한 최초의 사망 사고였기 때문에 과학기술 관련 언론 매체에서는 이 사건을 연일 보도했습니다.
  • 2016년 여름 테슬라 차량 사고 현장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지역의 도로 상황은 양호했으며 노면도 젖어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날씨나 주변 환경 역시 나쁘지 않았고요. 즉, 이번 사고는 미끄러운 노면 상태 등과 같은 주변 요소에 의한 것이 아닌 사고 차량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원인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의 식별 기능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당일 햇빛이 심하게 내리쬐는 탓에 운전자와 자율주행 시스템 모두 트레일러 트럭의 흰 본체를 인식하지 못해 제동 장치를 제때 가동하지 못했죠. 차체가 높은 트레일러 트럭이 도로를 가로질러 좌회전을 하는 상황에서 모델 S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서 차량의 전면 유리가 트레일러 하부와 충돌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토파일럿 자율주행 시스템은 과연 무엇일까요? 오토파일럿과 같은 시스템은 향후 우리 생활에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자율주행을 설명하기 앞서 이 분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여러분께 먼저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많은 언론 기사에서 'Autopilot'이라는 영어 단어가 '자율주행'으로 번역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Autopilot은 비행기, 열차, 증기선 등에 사용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는 "차량의 운행 궤도를 제어해 사람의 지속적인 조작이 필요 없는 시스템(An autopilot is a system used to control the trajectory of a vehicle without constant 'hands-on' control by a human operator being required)"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율주행'은 대개 '무인 운전'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Autonomous Car'라는 단어로 일컬어 집니다. 위키피디아를 검색해 보면 Autonomous Car, 즉 자율주행 자동차는 "주변 환경을 자동으로 감지해 사람의 조작 없이 주행 되는 차량 (An autonomous car is a vehicle that is capable of sensing its environment and navigating without human input)"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의 조작 유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자의 경우는 사람의 조작이 필요한 반면, 후자는 사람의 조작이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 주행 시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되는 운전 보조 시스템

 따라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사실상 '운전 보조 시스템'이라 할 수 있으며, 차량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미리 설정한 목적지까지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체력 소모를 덜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 시스템 덕분에 쉬엄쉬엄 운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2. 편리 또는 위험, 양날의 검이 된 자율주행

 테슬라는 자율주행 분야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배후 공신은 따로 있는데요. 바로 이스라엘 기업 모빌아이(Mobileye)입니다. 모빌아이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주로 개발합니다. 특히 시각인식 칩 '아이큐(EyeQ)'와 ADAS 소프트웨어는 이미 다수의 글로벌 제조업체에서 채택하고 있습니다.
  • 모빌아이와 협력 중인 자동차 브랜드

 모빌아이는 주행 안전 차선 탐색, 주행 기록을 활용한 경로 탐색, 장애물 충돌 방지, 도로 표지판 감지 등과 같은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1세대 무인 운전 시스템을 설계할 당시 자동차 업계에서 시각인식 칩을 활발하게 납품하고 있는 모빌아이와의 협력을 구상하였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모빌아이로부터 시각인식 전용 칩을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모빌아이의 소프트웨어를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엔비디아(Nvidia)의 하드웨어와 접목하여 테슬라만의 자동운전 장치인 오토파일럿을 탄생시킵니다.

 앞서 언급한 교통사고에서 긴급 제동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은 것은 차량에 탑재된 자율 주행 시스템이 해당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고, 자율주행 시스템이 명령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당시 카메라 렌즈에 잡힌 트럭을 도로 표지판으로 잘못 인식한 데 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모빌아이 기술이 지닌 아래와 같은 결점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1) 모빌아이 카메라가 인식하는 것은 반사되는 빛으로, 만약 어둠 속 빛이 없는 상황과 같이 카메라 기능에 영향을 주는 일이 발생할 경우 주변 인식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2) 모빌아이 카메라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2D평면 화면이므로 3D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이미지 식별 처리 과정이 필요합니다.

 (3) 모빌아이 카메라 솔루션은 도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제한적입니다.

 (4) 모빌아이 카메라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얻기 때문에 실시간 데이터는 아닙니다.

 따라서 사고 당시 카메라 렌즈는 해가 저무는 시점에 발생한 강렬한 역광의 영향으로 인식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수집된 데이터 역시 불충분했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미흡한 2D 데이터가 잘못된 3D 화면을 만들어 내면서 전방의 도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고 결국 참담한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어떤 기술이며, 또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소개하겠습니다. 현재 산업계와 학술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자율 주행 핵심 기술은 카메라와 레이저 레이더(Laser Radar)인데요. 이를 보조하는 기술로서 마이크로웨이브 레이더(Microwave Radar)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테슬라의 경우에는 이 세 가지를 함께 활용하는 동시에 각각에 맞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통해 수집 데이터를 처리하여 최종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얻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탐지 시스템 중 마이크로웨이브 레이더는 투과력이 가장 우수하고 비 또는 안개와 같은 기후 환경이나 빛의 영향 또한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웨이브 레이더에서 생성한 3D 이미지의 정밀도는 아직 개선이 필요합니다.

 레이저 레이더의 투과력은 그 다음으로 우수합니다. 이 기술은 3D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반면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부피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기존 사양은 주로 학술 연구를 위한 것이었기에,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카메라 렌즈는 투과력이 없고 빛이 필요하며 2D 이미지만 수집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3D 환경에서는 오로지 알고리즘의 분석에 의존하여 모델링하기 때문에 수집한 이미지에서 오류가 있는 경우 최종 분석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적은 비용과 높은 응용도가 장점입니다. 카메라 렌즈 기술은 이미 모빌아이, 엔비디아 등 이미지 식별 분야의 대표 기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자율주행 차량의 복잡한 탐지 시스템

 도로 상황 인식 시스템만 보더라도 자율주행에 얼마나 많은 기술이 응용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스템 구현에 있어 순차적인 공개 전략을 펼쳤습니다. 업데이트 상황을 조금씩 외부에 공개하며,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의 완전체를 탄생시켰습니다. 생산 단계별로 내부 테스트, 비공개 테스트, 도로 테스트, 검증, 업그레이드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실제 테슬라 차량팀의 피드백 데이터를 반영해 자율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테슬라는 폐쇄적인 방식으로 차량을 제조하는 구글(Google), 애플(Apple)과는 달리,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자율주행 하드웨어가 도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후 2016년 5월까지 테슬라는 12억 5천만 km의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자율주행 시스템이 상용화된 이후 2016년 5월까지 1억 6천만 km의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매일 420만 km의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서 (현재 이 수치는 이미 500만 km를 넘어섰다), 다시 말해 100만 km의 데이터를 약 6시간만에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프로젝트 시행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250만 km도 못 미치는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합니다. 테슬라라면 15시간만에 수집할 수 있는 수치인데 말이죠. 이러한 수치 차이는 기업별 자율주행 분야의 기술 교체 속도에도 영향을 주었고, 테슬라가 오랫동안 무인 주행 분야에서 선두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 누적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시장의 판도를 바꾼 핵심 부품 개발

 기술적인 면에서 볼 때 자율주행 차량은 안전성과 자유로운 이동을 고려해야 하며, 인간의 다리와 같은 기능을 하는 기계적인 조작 뿐만 아니라 뇌, 눈의 기능 또한 포함해야 합니다. 즉, 연산 제어를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부분(제어)과 실시간 GPS 및 장애물 탐지 기능을 갖춘 하드웨어 부분(감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이런 기능 모두 개선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테슬라가 채택한 것은 밀리미터파(mm-wave) 레이더와 카메라를 결합한 방식의 기술입니다. 먼저 밀리미터파 레이더를 사용해 장애물을 탐지한 뒤 카메라가 러닝을 통해 판단을 내리는 것인데요. 하지만 값이 저렴한 밀리미터파 레이더는 정밀도가 떨어져서 지나가는 행인조차 감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광학 카메라를 사용해 주위 환경을 2D로 사진 촬영한 후 알고리즘을 통해 물체의 형상이나 거리를 알아내야 합니다. 그러나 카메라는 빛과 같은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판단력에 대한 신뢰도가 낮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은 시장 판도를 바꾸는 기업이 새로이 등장함에 따라 조금씩 해결되고 있습니다. 2016년 8월, 쿼너지(Quanergy)라는 회사가 시리즈 B 펀딩에서 15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조성하며 일약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고 이후 2017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ics Show) 지능형 차량 부문에서 최우수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동시에 쿼너지와 가장 큰 라이벌 관계에 있는 업계 창시자인 벨로다인(Velodyne) 역시 1.5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자율주행 핵심 기술이라 불리는 '라이더(LIDAR)' 부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레이저 레이더인 라이더의 투과력은 두번째로 우수하며 작동 원리는 일반 레이더와 유사합니다. 전자파를 발생시키고 반사되어 온 전자파의 시간과 각도를 측정해 주변의 물체를 인식하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레이저 레이더는 수백에서 수천 나노미터에 가까운 레이저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레이더보다 파장이 훨씬 짧습니다. 레이더의 정확도는 파장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 레이저 레이더를 설명하는 그림

 이 기술은 본래 항공우주 또는 군사 분야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원가가 차 한 대 값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또한, 부피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얼마 전만 해도 이 기술은 자율주행 분야에 있어 대부분 학술 연구의 주제였을 뿐 대량 생산은 아직도 한참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겨지곤 합니다.
  • 군사용 레이더를 상업화하는 과정에서의 난관

 레이저 레이더가 시장에서 승산이 있으려면 일단 가격이 100달러 수준으로 인하되어야 하며 반드시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합니다. 원가를 수만 달러에서 수백 달러로 1,000배 이상 낮추려면 레이더 시스템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밀도가 높아 사람이 직접 튜닝해야만 하는 작업에 변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레이더의 고체화'라 부르는데요. 하드드라이버가 HDD에서 SSD로 진화한 것처럼, 레이더의 복잡한 기계 구조를 정지 상태의 칩으로 만들어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구조로 바꿈으로써 원가를 낮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 혁신은 보다 빠르게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2016년 창립한 쿼너지는 '세계 최초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고체 레이저 레이더'를 출시했고, 그 판매가는 25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기계식 회전구조를 사용하는 일반 레이더와 달리 쿼너지는 다른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바로 위상 조절이 가능한 레이저 발사체를 배열해 레이저 각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전자기적 방식으로 레이저 스캐닝을 구현합니다. 이 기술의 핵심 원리는 바로 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계실 '위상 배열 레이더(Phased Array Radar, PAR)'입니다.
  • 쿼너지 2세대 고체 레이저 레이더와 그 원리

 업계 분석가들은 향후 2년을 레이더 원가를 낮추고 믿을 수 있는 대량생산 가능 제품으로 전환할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제 막 시작된 블루오션에 뛰어든 업체가 많은데, 미국 트라이루미나(TriLumina), 프린스턴 라이트웨이브(Princeton Lightwave)와 독일 아이베오(Ibeo), 오스람(Osram), 이스라엘의 이노비즈(Innoviz), 네덜란드의 이노루체(Innoluce), 캐나다의 레다테크(Leddartech) 등이 대표적입니다. 적극적으로 판을 펼치고 있는 바이두(Baidu) 뿐만 아니라 라이쉰 인텔리전트(LeiShen Intelligent), 기술 창업형 기업인 슬램텍(Slamtec), 그레이트 스타(Great Star), 한스레이저(Han's Laser)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그 뒤를 열심히 쫓고 있으며, 언젠가는 기술 인력이나 원가 등의 우세에 힘입어 선두를 차지하게 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4. 맺음말

 자율주행이 과학적으로 수동 주행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바 있습니다. 비록 그 수치가 1%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 새로운 주행 시스템을 통해 1년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 120만 명 가운데 1만 2천 명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놓고 첨예하게 엇갈리는 많은 의견 속에서 저는 이것이 언젠가 나비로 날아가기 위한 하나의 준비 과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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