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그들의 특별한 아름다움 - AMORE STORIES
#조현희 님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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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들의 특별한 아름다움



Prologue

 Jambo!

 이제 어느덧 공기가 많이 차가워져 따듯한 아프리카에 대해 더 궁금해하실 날씨가 다가왔습니다. 앞서 음식, 여행지, 유명인들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해 알려드렸으니, 오늘은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특별한 부족들이 생각하는 인간의 ‘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AP-ON 첫 화면에 보이는 배너 문구,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우리의 원대한 꿈’의 영향인지, 입사 후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표준 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아름답다’는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2.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이처럼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대상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시각에서 만족스럽거나 갸륵하다고 여겨지는 것일 뿐, 객관적으로 정해진 특성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적, 내적 아름다움은 모두 사회, 환경, 시대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한국에서 통용되지 않는 아름다움일 수 있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외모가 외국에서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얼굴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소수민족이지만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 아프리카 부족들. 그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란 누구인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Mursi Tribe

 남에티오피아에 있는 Omo Valley에는 Mago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국립공원에는 나일강을 터전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유목민인 Mursi 부족이 있습니다. 약 만여 명의 인구만 남아있는 이 부족의 가장 큰 특징은, 'lip disk' 또는 'lip plate'를 한다는 것입니다. Mursi 부족의 모든 여자아이는 10살이 되면 귀를 뚫고, 15살 또는 16살이 되면 성인의 표식으로 아랫니를 뽑고 아랫입술을 뚫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큰 'plate(이하 플레이트)'를 사용하여 입술 구멍의 크기를 늘려가게 되고, 이 플레이트의 크기가 곧 아름다움과 비례한다고 여겨집니다.

 이 플레이트는 주로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해 자른 나뭇조각 또는 반죽하여 만든 진흙 도자기이며, 큰 플레이트를 착용할수록 더욱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scarification(흉터를 만들어 몸에 문양을 새기는 것)’, 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 동물의 뿔과 뼈, 과일 씨앗과 꽃 등으로 만든 장신구를 통해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 위한 치장을 합니다. Mursi 부족에겐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강인한 여자가 곧 아름다운 사람이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 가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Mursi 부족의 여자는 더 큰 입술 플레이트를 착용하고 더 화려하게 치장할수록, 더 많은 지참금을 받고 부족에서 제일 멋진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고 합니다.
(Mursi 부족의 여자들이 입술 플레이트로 고통을 받지는 않을까 하여 추가로 확인해 보니, 입술 플레이트는 특별한 날에만 착용하며, 일상생활 중에는 착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Karo/Kara Tribe

 Mursi 부족의 이웃인 Karo 부족은 Kara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Omo Valley에서 농경민으로 터전을 일구어 살고 있습니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이 부족은 색을 입힌 귀리, 흰 분필 가루, 황색 광석, 숯, 분쇄된 쇳가루 등을 사용하여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몸과 얼굴을 치장합니다. 약 천여 명의 인구밖에 남지 않은 Karo 부족은 체체파리로 인해 많은 주민을 잃는 바람에 가축을 거의 기르지 않고 사냥을 통해 식량을 확보합니다. 부족원이 얼마 남지 않은 Karo 부족에겐 혈통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용맹함을 보일 수 있는 사람에게 후손을 이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Karo 부족의 소년은 어른이 되는 해에 성년식을 행하게 되며, 줄지어 서 있는 소를 넘어지지 않고 6마리 이상 밟고 갈 수 있으면 성인으로 인정받아 결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가족 중 형이 있는 경우, 그가 이미 결혼을 했다는 조건 하에 결혼이 허락되며 성인으로 인정받은 소년은 부족의 어른들과 함께 성스러운 장소에도 동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이렇게 성인이 된 남자들은 부족을 위해 사냥을 하고 드물게는 이웃 부족과도 싸웁니다. 그리고 중요한 먹잇감을 사냥해 오거나, 위협이 되는 이웃을 처치한 남자들은 용맹함의 상징으로 상체에 scarification을 통해 표식을 남기고 머리에 커다란 깃털 장식을 합니다.

 이 부족은 인내심이 강하고 자손을 많이 낳아 기를 수 있을 정도로 아픔을 잘 참아낼 수 있는 여자를 아름답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Karo 부족의 여자들은 어려서부터 아름다움을 위해 얼굴과 몸에 scarification으로 다양한 문양을 새깁니다. 특히 칼과 바늘 등을 이용해 피부에 상처를 내고, 잘 아물지 못하도록 독한 식물즙을 바르거나 색을 더욱 진하게 하기 위해 숯 등을 바르는 행위들은 위생적이지 못해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최근 이곳에도 서구 문화가 유입되며 이 관행을 반대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맨살은 못생겼다’라고 여겨지는 이 부족에서 여전히 많은 Karo의 여자들은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 위해 매해 새로운 흉터를 만들며 이 고통을 참고 인내합니다.


Wodaabe Tribe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에 있는 Niger, Nigeria, Cameroon, Chad 그리고 Central African Republic의 사막에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Wodaabe 유목민 부족이 있습니다. 이 부족의 특이한 점은 여성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남성의 아름다움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약 16만 명의 인구로 이루어진 Wodaabe 부족은 Mbororo 또는 Bororo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가축들과 함께 비를 따라 이동하며 삶의 터전을 일구어 갑니다.

 Wodaabe 부족의 남자들은 15세부터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결혼할 나이가 되면 Gerewol 세레모니에 참가하는데요. 이 세레모니에서 여자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남자로 선택되어야 결혼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부족에서 아름다운 남자로 통용되는 특징은 긴 코, 밝은 피부색, 큰 눈, 그리고 하얀 치아이기 때문에, Gerewol 세레모니를 위해 치장한 남성들이 보디 페인팅으로 이 부분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Wodaabe 부족에서는 여자가 결혼할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며, 외적인 아름다움이 주된 기준이 됩니다. 또한, 외모가 잘나지 않은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남편의 허락하에 더 잘생긴 남자의 아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Wodaabe 부족의 사회에서는 외적인 아름다움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Himba Tribe

 나미비아 북쪽의 Kunene 지역에는 반유목/목축민인 Himba 부족이 삽니다. 이 부족은 거주 지역의 날씨와 지형에서 살아남기 위해 머리와 몸을 치장하며, 자신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아름다움도 추구합니다. Himba 부족이 발에 10kg 가까이 되는 구리로 만든 발찌를 하는 이유도 뱀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 부족이 사는 지역은 반건조기후와 사막기후이기 때문에 매우 뜨겁고 물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강렬한 태양과 병균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온몸에 Otjize라는 반죽을 바릅니다. Otjize 반죽은 유지방, 귀리 그리고 Omuzumba (Commiphora multijuga)라는 식물을 섞어 만들며, Omuzumba 식물의 성분 덕분에 붉은 색상을 띱니다. 이 반죽을 바르면 함유되어있는 식물의 향 덕분에 벌레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고,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지킬 수 있습니다. Himba 부족은 Omuzumba 의 붉은 색상이 비옥한 땅과 삶의 본질인 피를 나타낸다고 믿어, Otjize 반죽을 바른 붉은 피부가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Himba 부족은 머리 장신구와 스타일링으로 각자의 신분을 나타냅니다. 남자아이들은 머리를 하나로 땋아 내리고, 여자아이들은 얼굴 앞쪽으로 두 갈래 땋기를 합니다. 만일 한 갈래만 얼굴 앞으로 땋아 내린 여자아이를 발견한다면, 이 아이는 쌍둥이 임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사춘기가 지난 남자아이는 머리에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여자아이들은 여러 가닥의 Otjize 반죽을 바른 머리 스타일로 바꿉니다. 이후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여성은 Erembe 라는 양가죽으로 만든 머리 장신구와 두껍게 바른 Otjize 반죽으로 땋아 내린 머리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결혼을 한 남자들은 땋은 머리를 풀고 모자를 착용하여 자신의 신분을 나타냅니다.


다섯 번째 칼럼을 마무리 지으며

 오늘날의 아프리카 대륙은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현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삶의 방식도 '현대화'가 되어가는 만큼, 아프리카에서도 다른 지역과 비슷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현지의 문화는 대부분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름다움도 이 부분에 맞춰 기준이 세워지는 것 같습니다.

 우간다에서 약 5년째 지내고 있던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만난 우간다 어른께 아주 반가운 미소와 함께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Eh! You have gotten fat!". 지방이 많지 않은 몸매가 한국과 서양 사회에서 ‘아름다운 몸’으로 통용되는 시대였기에 저는 너무 당황스럽고 민망했습니다. 하지만, 우간다에서는 이 말이 최고의 칭찬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감사한 마음과 함께 문화의 차이가 미의 기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뚱뚱한 여성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은 서부 아프리카나 동부 아프리카 모두 동일합니다. 심지어 나이지리아에는 결혼 전 여자아이들을 뚱뚱하게 만들기 위해 ‘Fat camp’까지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점차 뚱뚱한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음을 알아가면서, 더 많은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뚱뚱한 것보단 아이를 잘 낳을 것 같은 큰 엉덩이를 가진 여성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의 외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은 하나로 특징지어 말할 수 없으나, 여자나 남자 모두 당당하고, 착하며, 가족에게 충실한 사람을 중요시한다고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TV에서 많이 접했던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이 부족들은 아프리카 인구의 이십 분의 일도 되지 않지만, 각자의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극소수의 민족들이 아프리카 전체의 기준을 대변할 수 없음을 강조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Ideal의 다양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수민족까지 모두 맞춰서 제품을 개발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아모레퍼시픽에서 Asian, Black, Caucasian (ABC) beauty를 대표하고, 아프리카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제품이 생기길 기대하며 12월 마지막 칼럼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Hakuna Mat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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