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할리우드의 지각변동과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 - AMORE STORIES
#강승민 님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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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할리우드의 지각변동과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



  •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콘텐츠 제공 계약을 해지하면서 세계 5위의 영화사인 폭스를 인수했다.
    디즈니는 올해 디즈니+라는 자체 동영상 제공 플랫폼을 오픈할 예정이다.
    출처 : (사진 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트위터, (사진 아래) 디즈니 홈페이지



월트디즈니의 폭스 인수, Worldwide 공룡들의 합체

 최근 영화 산업 종사자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미국의 대표 영화 투자 배급사인 월트디즈니가 20세기 폭스를 인수했다는 소식입니다. 20세기 폭스가 큰 재정난을 겪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디즈니와 폭스는 작년 흥행 수입 시장 점유율에서 각각 1위와 5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수익을 거뒀고 그만큼 대형 자본력을 보유한 공룡 스튜디오들인데요. 디즈니는 모두가 알다시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프랜차이즈 영화들의 로열티를 보유하며 전 세계에서 '떼돈'을 벌고 있으며, 20세기 폭스는 <엑스맨>, <킹스맨> 시리즈와 함께 작년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하며 큰 수익을 거뒀습니다. 그렇다면 디즈니는 왜 20세기 폭스를 인수했을까요? 일각에서는 20세기 폭스가 보유한 영화 외 사업 포트폴리오의 방만함 때문이라고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바로 디즈니가 현재 공고히 추구하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생태계의 확장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작한 마블 스튜디오는 디즈니 소속이지만, <엑스맨>, <판타스틱4>, <데드풀> 등 몇몇 캐릭터에 대한 계약은 폭스와 체결했기 때문에 폭스와 함께 더 큰 시너지를 얻고 이에 따른 월드 와이드 시장 점유율 또한 공고히 다지기 위해서라는 게 유력한 근거입니다.

 현재 디즈니는 폭스의 CEO를 해고할 예정이며 직원 5,000명가량을 구조 조정하는 강도 높은 계획을 짜고 있다고 하네요. 조만간 <데드풀>이 <어벤져스>에 합류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 미키마우스 모자를 쓴 데드풀 (출처 : 라이언 레이놀즈 인스타그램)



넷플릭스의 등장과 디지털 플랫폼의 대두

 디즈니의 이러한 몸집 불리기에는 최근 급변한 영화 산업의 환경 또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디지털 플랫폼의 대중화입니다.

 디즈니는 폭스에 앞서 마블 스튜디오와 <스타워즈> 시리즈의 루카스 필름, <토이스토리>의 픽사 등 쟁쟁한 제작사들을 인수하면서 콘텐츠 공룡으로 성장했습니다. 디즈니는 그간 영화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온라인 동영상 제작 권리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었는데요. 하지만 디즈니가 자체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면서 기존에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자사 콘텐츠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극장 플랫폼에 이어 디지털 플랫폼에 자사 콘텐츠를 배급하면서 수익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의도처럼 보입니다. 동시에 이제는 무시하지 못할 덩치가 된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아니 대놓고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즈니의 폭스 인수와 같은 큰 지각변동은 향후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디지털과 멀티-다이렉티브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영화 산업의 생존도 이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영화 산업에 대한 미디어 플랫폼의 도전은 넷플릭스가 처음은 아닙니다. 20년 전, HBO(미국 유료 TV 채널)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작품'들을 만들면서 극장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 산업은 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HBO의 주주와 배우 조합 회원 등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동시 계약을 하고 있었던 터라 오히려 양질의 콘텐츠를 스튜디오와 HBO가 각각 만들게 되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되었죠.(*HBO의 대표작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 <섹스 앤 더 시티>, <식스 핏 언더> 등은 영화 버전이 따로 제작되었고 스튜디오의 몇몇 작품들은 HBO에서 배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유튜브의 등장과 아마존의 스트리밍 개시에도 지금과 같이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산업 체질의 변화는 예측하지는 못했었는데요.

 IPTV나 모바일TV 애플리케이션과는 확연히 다른 플랫폼인 '스트리밍 채널'은 빅데이터를 통해 자사 브랜드 고객에 대한 정보를 커스터마이즈드(Customized)해 고객층의 외연을 넓히고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를 수급/배급하는 일종의 버추얼 인더스트리라고 해도 무방할 듯 보입니다.

 현재 체계화된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한 넷플릭스는 신속한 글로벌 조직 경영을 통해 콘텐츠의 민첩한 수급력을 필두로 아시아 시장에서까지 선두의 매출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히트 드라마를 필두로 자체 콘텐츠의 막강한 위력을 통해 성장한 넷플릭스는 현재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혁명적인 변화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 2014~2018년 넷플릭스 실적 추이 (출처 : 넷플릭스)



영화 산업은 현재 5차 산업혁명 단계 中,
뤼미에르의 <기차의 도착> → 사운드의 창조 → 컬러 TV의 보급→ 디지털 인화 개발 → 넷플릭스의 등장?!

 넷플릭스의 등장은 반세기 전, 컬러 텔레비전의 발명과 맞먹는 영화 산업의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영화사적으로 산업의 큰 변곡점은 많았습니다. 특정 움직임을 연속적인 사진으로 찍어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이 100년 전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을 시작으로 영화라는 이름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이후 무성영화에서 사운드가 창조되면서 영화가 대중예술로서 산업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 컬러 텔레비전의 등장은 모던 시네마 집단 작가들의 노력으로 되레 영화의 르네상스를 맞게 했습니다. 이후 필름의 소멸과 디지털 인화의 등장은 배급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며 와이드 릴리스를 가능하게 하면서 산업을 초스피드로 성장시켰는데요.

 2000년대 들어 HBO를 위시한 미디어 자본의 투자와 콘텐츠 제작으로 산업 변화의 전기를 맞은 영화는 유튜브와 아마존 스트리밍, 애플 TV를 거쳐, 넷플릭스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컬러 TV 등장에 맞먹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한 반응은 현재로선 매우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입장은 주로 친자본과 산업가들로서 자본의 원활한 수급과 고객 반응의 실시간 콘택트라는 측면에서 반기는 반면, 극장 산업 종사자나 예술인들의 경우는 현재로선 보수적인 입장이거나 답변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넷플릭스에서 전액 투자, 배급한 영화 <옥자>. 2017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었다. (출처 : 칸 영화제 트위터)

 칸 영화제는 재작년 넷플릭스 제작 영화를 경쟁 부문에 출품해 논란이 생긴 뒤, 작년부터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영화는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또한 넷플릭스는 영화의 생태계를 망칠 수 있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오스카에 노미네이션되는 것을 당장에 반대한다고도 말했는데요. 이는 새로운 기술 시대의 도래에 대한 저항보다는(스필버그만큼 기술에 적극적인 수용자가 있었나요?) 기존 영화 산업의 토대를 지키고 예술로서의 영화가 자본에 잠식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염려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무성생식의 속도보다 더 빨라 하루에도 수천 개의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어, 과연 영화를 예술로서 음미하고 누리는 미학적 가치와 시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존재론적 고민까지 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니깐요.


"넷플릭스는 데이터가 아니라 콘텐트로 움직이는(content-driven) 기업입니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최근 LA 넷플릭스 오피스(최초의 유성영화인 <재즈 싱어> 촬영장)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우린 기술 기업이 아니라 디즈니 같은 미디어 기업"이라고 선언했습니다.([출처: 중앙일보] 넷플릭스 "우린 디즈니 같은 미디어 기업"). 결국 자신들은 플랫폼이기에 앞서 콘텐츠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소비자에겐 우리가 만든 서비스에서 콘텐트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은 이들이 소구하고 있는 소비자, 즉 고객이 결국은 그 옛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기 위해 코닥 극장 앞에서 줄을 선 전후 시대 미국인들이었으며, <벤허>와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주말의 명화로 보던 1980년대 한국의 어떤 평범한 시민들이었을 겁니다.
  • LA 넷플릭스 오피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는 리드 헤이스팅스 CEO (출처 : 넷플릭스)

 실제로 넷플릭스의 성공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콘텐츠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발굴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하우스 오브 카드>나 <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구성이 탄탄한 작품들이 없었다면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에 전액 투자하거나 홍보비로 수백 억을 쓰는 데는 바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넷플릭스의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예술로서 큰 인정을 받았지만 자본이 없어서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많은 감독들이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와 코엔 형제의 영화에 전액 투자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배급을 할 예정이며, 한국 또한 마찬가지로 <킹덤>에 대한 전액 투자에 이어 국내 독립 영화계의 신인 감독들의 작품에 전액 투자하는 등 콘텐츠 아카이브로서의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플릭스로 시작된 플랫폼의 변화가 과연 어떤 식으로 산업을 재편할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인프라(물량)만으로 밀어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콘텐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제작사(스튜디오)에 대한 신뢰는 일견 화려했던 1930년대 할리우드 전성기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투자자는 스튜디오에 제작을 전적으로 위임하고, 프로듀서를 통해 자본과의 조율을 훌륭하게 해내던 시절, 그 덕분에 히치콕과 더글러스 서크, 존 포드와 같은 거장들이 탄생했던 호시절, 아마도 넷플릭스는 그런 호시절의 영화들을 자신들의 아카이브로 삼고자 하는 야망을 드러내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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