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마케팅 기술의 정석, 일본-후쿠오카 - AMORE STORIES
#박샛별 님
2018.01.16
22 LIKE
1,769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a0%9c1%ed%99%94-%eb%a7%88%ec%bc%80%ed%8c%85-%ea%b8%b0%ec%88%a0%ec%9d%98-%ec%a0%95%ec%84%9d-%ec%9d%bc%eb%b3%b8%ed%9b%84%ec%bf%a0%ec%98%a4%ec%b9%b4

제1화. 마케팅 기술의 정석, 일본-후쿠오카

칼럼니스트박샛별 님
아모레퍼시픽 뷰티플랫폼팀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사우 여러분. 2018년부터 사우 여러분들께 6편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뷰티플랫폼팀 박샛별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많은 분들께서 올해의 소망을 비셨을 것 같은데요. '여행'에 대한 꿈을 그리신 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또한 여행, 특히 홀로 떠나는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마케터로서 여행을 다니며 느꼈던 인사이트나, 발견한 여행 팁들을 칼럼을 통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낯선 여행지에서 광고나 브랜딩, 영업스킬, 디자인 등으로 감탄했던, 그런 경험들을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짧게는 하루 이틀의 연차 찬스로, 길게는 Happy vacation을 탈탈 털어 스스로를 리프레쉬하고 새로운 영감을 받는 여행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제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혼자서도 가뿐히 떠나는 그런 여행, 한 번 같이 출발해 보실까요?

디테일한 마케팅 기술이 곳곳에 자리 잡은 도시, 일본 후쿠오카

 가장 먼저 전해드릴 목적지는 일본 후쿠오카입니다. 후쿠오카는 서울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비행시간이면 갈 수 있는 데다, 저가 항공편이 많이 마련되어 있어 비교적 쉽게 떠날 수 있는 해외 여행지가 아닐까 싶어요. 특히 후쿠오카 공항은 도심과 가까워서 국제선 터미널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한 후, 공항선을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하카타 역에 도착할 수 있어요. 공항에서 도심 숙소까지 30분 정도 걸리니 짧은 휴가일 때 더욱 매력적인 곳이랍니다. 게다가 치안이 좋고, 관광객에 대한 일본 특유의 친절함이 있어 나 홀로 여행을 시작하기에 최적인 곳이죠. 후쿠오카에서 꼭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하는 곳들을 말씀드릴게요!

1. 디테일이 있는 신사(神社), 다자이후의 텐만구(天満宮)

 일본 대부분의 지역이 크고 작은 신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후쿠오카에는 다자이후(太宰府)역 근처에 텐만구(天満宮)라는 유명한 신사가 있습니다. 텐만구가 위치한 다자이후 지역의 매화는 다른 지역보다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에 이 곳은 매화로도 유명해요. 그래서 다자이후로 향하는 전철 안에도, 역의 간판에도 매화 그림이 그려져 있답니다. 예쁜 연분홍색 다자이후행 전철을 보면 절로 타고 싶어 지기도 해요. 매화와 신사라는 지역 특색을 서로 잘 어울리게 고전적인 비주얼로 구성해서, 이 곳에서는 역 간판을 배경 삼아 셀카를 찍는 사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사는 자연과 선조를 신으로 삼아 숭배하는 일본 특유의 토착 신앙인 '신도'(神道)'의 신들을 모시는 곳입니다. 일본 전역에는 8만 개가 넘는 신사가 있고, 신사에서 섬기고 있는 신의 종류도 무수히 많다고 해요. 그 중에서도 후쿠오카 다자이후의 텐만구는 헤이안(平安) 시대의 학자였다가 학문의 신으로 추앙 받게 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신사로 일본에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텐만구는 일본 전역의 수험생들과 그 가족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이렇게 일본의 수많은 신사에는 저마다 디테일한 스토리텔링 요소가 있어요. 사람들이 바라는 소망이 있을 때마다, 거기에 맞는 신사를 찾아가게 되는 거죠. 텐만구는 특히 입시철에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유명하다고 하니, 한 번쯤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도심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자이후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남짓이면 쉽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텐만구에서는 '오미쿠지(おみくじ)'도 해볼 수 있어요. 오미쿠지는 일본의 절이나 신사에서 길흉을 점치는 제비뽑기 같은 거예요. 텐만구 안에도 오미쿠지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100엔을 넣고 통을 열어 종이를 뽑으면 됩니다. 보통 연말연시에 한 해의 운을 점쳐보고자 많이 하는데요. 오미쿠지를 뽑아서 펴보면 대길(大吉)에서부터 평(平), 대흉(大凶)에 이르기까지의 운세가 적혀 있어요. 운세가 나쁜 오미쿠지가 나오거나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신사의 나무에 묶어두고, 내용이 좋으면 그냥 가진다고 해요. 저도 텐만구에 갔을 때 오미쿠지를 했었는데, 소길이 나와서 지갑에 고이 모셔놓고 있답니다. 사실 미신에 가까운 거지만, 일본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경험이니 한 번 시도해 보면 좋은 추억이 될 거랍니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텐만구의 풍경을 그저 바라보게만 만든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이 곳은 이렇게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네요.

2. 한정판이 주는 매력, 일본 스타벅스

 후쿠오카 다자이후를 가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어요. 많은 분들이 스타벅스를 좋아할 것 같은데요. 스타벅스의 매장 디자인을 특별한 컨셉으로 꾸민 스타벅스 컨셉스토어가 일본 전체에 현재 14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텐만구 입구 상점가에 있답니다. 후쿠오카 '오호리 공원점'도 '환경 보호'라는 테마를 가진 컨셉 스토어로 인기 있지만, 이 '텐만구 오모테산도점'은 일본 유명 건축가인 '쿠마 켄고'가 설계해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목재 양식으로 유명하지요. 쿠마 켄고는 나무와 자연을 사랑하는 건축가답게, 입구에서 매장 안까지 전통적인 목골 구조를 이용해서 독특한 공간을 구성했어요. 목재 디자인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스타벅스의 커피 향과 어울려 다른 매장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꼭 사진을 남기는 곳이랍니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는 국가별로 시즌 한정 메뉴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죠. 제가 일본에 갔을 때는 겨울이어서 '말차 화이트 초콜릿'이라는 메뉴가 있었어요. 계절감과 일본 특산물을 적절히 활용한 메뉴지요. 스타벅스에서 상시 판매하는 녹차라떼와 다르게 더 진하고 쌉싸름한 말차와 초콜릿의 달달한 맛이 조화로워 추위에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았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그 맛이 생각나서 이걸 먹으러 다시 일본 여행을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밖에도 일본 스타벅스에서는 유바리 멜론이나 포도 등 일본 유명 상품들을 활용한 음료를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여름에 스타벅스와 문경시가 협업하여 '문경 오미자 피지오'를 출시하는 등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계절 음료를 판매했었죠. 어디서든 한정판은 매력적입니다. 일본 스타벅스에서만 판매되는 시즌 한정 음료를 전 세계 단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의 매장에서 즐긴다는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음료 메뉴와 더불어 지역별로 다른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MD상품 또한 지갑을 절로 열게 만드니, 꼭 한 번 구경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3. 무한히 확장하는 강력한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

 후쿠오카 텐진 시내에는 5층짜리 건물의 무인양품이 있어요. 여러 무인양품 매장들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하죠. MUJI라는 영문명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고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뜻의 무인양품은 1980년대 탄생한 일본 기업이에요. 과대 포장이나 군더더기 없는, 본질에 충실한 좋은 물건들을 표방하며 7,000개가 넘는 종류의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무인양품 텐진다이묘점에는 의류, 식료품, 가구, 생활가전, 화장품, 문구류 등에 걸친 다양한 상품이 있고, 식사를 할 수 있는 MUJI 카페도 있답니다. 저는 무인양품이 옷이나 인테리어 소품만 파는 줄 알았는데, 상품 라인업이 어마어마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는 기업의 방향성과 관련이 있는데요. 무인양품은 '무인양품으로만 살아보기'의 목표 아래 생활용품에서부터 아파트 레노베이션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으로 고객 생활 전반을 점유하며 확장하고 있다고 해요. 곧 모든 쇼핑은 무인양품 하나로 다 해결하고, 무인양품이 지은 집에서 살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저는 스니커즈를 사러 갔다가, 식품과 주방용품이 있는 2층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버터 치킨 커리 누들에서부터 얼그레이 차, 유자 음료 분말, 딸기 화이트 초콜릿 과자 등 먹을거리만 한가득 사버렸답니다. 먹어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나라 무인양품 매장에서도 식품을 팔지만 텐진다이묘점에서는 한 층 전체에 걸쳐 음식 관련 상품들이 있고, 무인양품만의 식재료로 요리하는 카페까지 있으니 먹을거리 쇼핑을 하거나 한 끼 식사를 하러 이 곳을 찾아 보셔도 좋겠습니다.
 한가지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연말이라고 쉬폰 케이크, 케익 장식용 사탕 등을 한 코너에 비치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꾸미기 세트라고 내놓았던 것과, 무늬 없는 종이 가방에 스탬프를 찍어 자신만의 종이 가방을 만들 수 있도록 한 DIY 코너였어요. 이를 통해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소비자 주권'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바로 기본적인 퀄리티를 보장하되, 그 사용 방법은 소비자가 스스로 정할 수 있게 여지를 주는 거죠. 이처럼 무인양품은 '소비자'와 '상품 본질'에 집중하며, 브랜드의 종적/횡적 확장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명확한 정체성 아래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구조라, 무인양품의 상품은 체험할수록 그 브랜드의 색깔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지금까지 후쿠오카를 방문하실 때 눈 여겨 보셨으면 하는 곳들을 소개해 드렸어요.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곰인형 하나를 만들어도 지역별로 다르게, 심지어는 그 지역 지하철 노선의 색깔별로 다른 옷과 표정, 포즈로 만들고, 곰돌이마다 서로 다른 성격을 부여해 이야기를 입혀서 판매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후쿠오카는 이렇게 디테일한 일본의 마케팅 기술을 짧은 기간에 느껴보기에 최적의 도시라고 생각해요. 혼자 머물렀던 곳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다양한 인사이트가 나와서 심심할 틈없이 즐거웠답니다. 다음에는 브랜드 체험 마케팅의 교과서와 같았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에 대해 이야기해 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칼럼에서 만나요!

  • 좋아해

    22
  • 추천해

    0
  • 칭찬해

    0
  • 응원해

    0
  • 후속기사 강추

    0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