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더해주는 봄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어느덧 2016년 4분의 1이 지나가고 2분기가 시작되었는데요. 누구보다 올 한 해를 특별하게 보내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바로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장으로 취임하신 배동현 님인데요. 평소 배동현 님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던 사우들이 인터뷰 전에 여러가지 질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뉴스스퀘어가 배동현 님을 만나 사우들의 궁금증을 풀어보았습니다.
둥근 안경테와 넥타이를 맨 반듯한 정장차림. 재경과 기획팀에 오랜 시간을 몸 담았던 배동현 님의 연륜에서 예리함과 냉철함이 차갑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해 온 36년의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를 머금는 모습, 두 딸을 둔 아버지로서의 이야기를 건네는 배동현 님에게서 회사와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1981년, 지금과 같이 컴퓨터와 휴대폰, 전자계산기 등 전자기기가 흔하지 않았던 그 시절. 배동현 님은 주판과 함께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3년 재경담당 상무, 2005년 기획재경부문 부사장을 거쳐 2011년 아모레퍼시픽 부사장을 역임하였고, 올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장으로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해 온 여정 속에 배동현 님은 어떤 길을 걸어오셨나요.
제가 입사한 1981년은 2차 오일 쇼크 이후로 취업이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입사는 정말 소중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신입사원은 한 달간의 연수교육을 받고 현업에 배치되었는데요. 경리부의 특성상 상고 졸업생들이 많았는데,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신입사원이라 회사는 물론 부서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컸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회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숙련하는 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이후부터 요즘 표현으로 하면 본격적인 ‘혁신’을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근대에서 현대적 경영방식으로 변화가 시작된 시기였기 때문에 컴퓨터가 없어 모든 업무가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회사 규모에 비해 인원도 많았고, 비능률적인 곳이 아주 많았습니다. 저는 경영관리 방식을 현대화하는 작업에 매달렸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은 지금 떠올려도 정말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에는 사업 확대와 정비에 참여하여 그룹사 구조 조정 작업을 지원했고, 2000년대에는 합병과 분할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아모레퍼시픽의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또 사업양수도, M&A 등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안정적인 지배구조 틀을 가질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ERP의 전신인 전사 SAP ERP 시스템을 1차, 2차에 걸쳐 구축하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꾀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장으로 올해부터는 더 큰 그림을 보며 우리의 새로운 비전과 목표 수립, 글로벌 성장 계획 등을 고심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배동현 님은 이러한 일들이 아모레퍼시픽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와 재경과 기획업무를 담당했던 기회가 잘 맞물려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배동현 님이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해 온 세월 속에서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초반 부실했던 계열사들이 지급 보증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입니다.
- 재경인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90년대 초반,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3천억 원대의 차입금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는 태평양상사, 태평양패션 등 모든 계열사에 지급 보증을 하여 자금을 융통하는데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매출규모를 고려했을 때는 엄청난 숫자였죠. 태평양패션이 당시 경영진의 의사결정으로 과감히 정리되고 단계별로 구조 조정하여 위기를 극복하기는 했지만, 상당 기간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영은 계속되었습니다.
이 시절 재경부서에 있던 저는 매일 금융기관에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오전에 어음을 발행하고 매출세금계산서(외상매출채권담보) 사본을 첨부하여 은행에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늦게까지 기다렸다 자금이 융통되면 그 돈을 타은행에 갚았습니다. 하루만 자금이 융통 안되어도 부도가 나기 때문에 그때가 가장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1997년 서경배 님이 사장으로 취임하시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고, 당시 혁신상품으로 출시한 아이오페 레티놀, 설화수 제품들이 시장에 적중하면서 대성공을 거두며 자금이 증가하기 시작해 2002년부터 오늘과 같이 무차입 경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기는 항상 있을 수 있으나 극복하는 것은 제조소매업의 특성상 상품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2002년 전사 혁신을 위한 사상 최대 프로젝트였던 SAP ERP 시스템을 오픈 할 때가 떠오릅니다. 회사 최초로 전사 통합 ERP를 구축했었는데요. 몇 달간 오류가 끊임없이 발생했습니다. 안정화 단계까지 팀원들과 6개월 정도를 밤낮없이 매달리며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래도 이 시스템을 이후 13년 동안 사용했고, 경영관리의 일대 혁신이었기 때문에 그때 고생한 보람이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회사의 대표이사는 매우 어려운 자리입니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과 조직을 관리하며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아야 하는데요. 36년 간 연륜을 쌓아온 배동현 님도 아직까지 책을 읽으며 리더로서의 자세와 세상의 변화를 읽고 있습니다.
- 배동현 님의 역량 개발, 조직관리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실무를 담당했을 때는 세법, 재무 관련 전공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서적을 읽거나 외부 강의를 듣는 등 역량 개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임원이 된 이후에는 주로 경영전략, 리더십에 관한 책을 보며 분야별 전문가를 만나 소통하고 듣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가 아니더라도 모두 리더가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정관정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관정요는 당 태종 이세민이 신하들과 토론하며 정치를 어떻게 하고 국가를 다스리는가 하는 기록으로, 리더십의 교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오래된 고전이지만 이 시대에도 리더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만한 책입니다.
사실 저는 내성적인 편이라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조직, 직원 관리에서도 완벽한 구축과 팀워크를 이끄는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그런 면에서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려는 것이 신뢰입니다. 약속한 것은 항상 실천하고 진정성으로 구성원들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아울러 조직을 관리하는 또 하나는 덕(德)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 가정에서 배동현 님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평범한 대한민국 가장입니다. 무뚝뚝해 표현을 잘 하지 않아 가족들에게 야단(?)을 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상한 남편, 아버지로서 생활하려고 합니다. 딸 둘이 있어 아들만 있는 집보다는 화기애애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요즘 TV에서 방송하는 요리 프로그램들도 즐겨 보는데요.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요리를 해보고 싶습니다.
- 아무래도 높은 자리에 계시다 보니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이 궁금합니다.
임원 초기에는 산에 오르거나, 한적한 곳에 드라이브하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집에서 사색하는 것을 즐깁니다. 건강 유지를 위해 헬스장에서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고, 무리하게 음주를 하지 않습니다.
- 칭찬하고 싶은 담당과 리더의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변명이나 이유를 대기보다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며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 생각이 바르고 태도가 긍정적인 사람, 생각을 자주 바꾸지 않고 초지일관 변함없는 성품을 소유한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합니다. 리더의 경우 조직과 구성원으로부터 항상 신뢰받고 부하 직원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며 비전을 제시하고, 솔선수범하여 모범을 보이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특히 리더는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등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배동현 님만의 소통 방법과 관심사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통하는 직원들 대부분은 팀장급 이상일 것입니다. 이들과 소통하는 것은 부하 직원이라서가 아닌 어떠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동료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견을 충분히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토론 과정에서 의견이 다르더라도 다그치기보다는 생각 차이를 조율하려고 하죠.
제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의 소명의식과 Asian Beauty Creator로서 Great Global Brand Company가 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 입니다. 우리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한 것, 글로벌 확장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 등에 고민이 많습니다.
배동현 님도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시청했습니다. 배동현 님은 경기를 보면서 아모레퍼시픽의 AI, 알파고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습니다.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우리의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비전 Great Global Brand Company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숫자로 달성되는 목표는 12조이며, 이는 아시아 최고 기업이자 질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동현 님은 사우들에게 우리의 비전을 강조하며,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덧붙입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R&D 역량, 마케팅력, 뛰어난 브랜드 파워, 쿠션과 같은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 등은 엄청난 자산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자산들을 만들어 내는 Asian Beauty Creator, 여러분이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동현 님은 창의적 발상과 도전정신으로 뭉친 창조적 장인이 되어 다 함께 비전을 달성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합니다.
- 마지막으로 사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우리의 비전 달성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야 합니다. 최근 국내외 경영환경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국내외 모든 환경을 고려해 ‘나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위기가 왔을 때 항상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든 저력이 있습니다. 위기가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잘된다고 자만하지 말고 겸손한 도전을 계속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