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편. “빰쁠로나 소몰이 축제, 산 페르민(San Fermín)” - AMORE STORIES
#혜초칼럼
20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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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편. "빰쁠로나 소몰이 축제, 산 페르민(San Fermín)"

HYECHO
COLUMN

아모레퍼시픽그룹 글로벌 도시 혜초들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글로벌 도시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스페인 편 : "빰쁠로나 소몰이 축제, 산 페르민(San Fermín)"

이상엽 님
스페인 마드리드
365일 축제가 끊이지 않는 나라 스페인은 관광객이 언제 찾아와도 좋은 나라입니다. 매년 200여 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고 축제 준비 기간까지 생각하면 1년 내내 축제의 나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스페인의 축제는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한데요. 부활절을 비롯해 성모 마리아나 도시의 수호성인을 기리는 종교적 축제가 열리는가 하면,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는 축제도 있고, 전통 의식이나 특산물과 관련된 축제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스페인의 3대 축제는 남부 세비야(Sevilla)의 플라멩코 봄 축제 '페리아 데 아브릴(Feria de Abril)', 스페인 북부 빰쁠로나(Pamplona)의 소몰이 축제 '산 페르민(San Fermín)', 그리고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Valencia)의 불꽃 축제 '라스파야스(Las Fallas)'입니다.
  • (좌) '페리아 데 아브릴' 축제 행사장에 플라멩코 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들 / (우) '라스파야스' 축제 마지막 날 불에 타고 있는 초대형 나무 인형들

  • 축제 둘째 날인 산 페르민 축일에 페르민 성인의 조각상과 함께 빰쁠로나 구시가지를 행진하는 사람들

이렇게 다양한 축제들 중 저는 주말을 활용해 어학원 친구와 함께 산 페르민 축제를 보러 가기 위해 빰쁠로나로 향했습니다. 산 페르민 축제는 3세기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프랑스에 갔다가 참수당한 성직자 '페르민(Fermín)'을 기리기 위해 시작됐으며, 이후 성인이 된 페르민을 기념하는 종교적 축제와 14세기경부터 주기적으로 열렸던 커다란 시장과 잔치를 위한 상업적 축제, 또 그 때즈음 시작된 투우 경기를 중심으로 한 소 축제 등이 모두 결합돼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축제의 최대 볼거리 소몰이는 15세기경 투우가 스페인에 정착된 이후 스페인 여러지역의 축제에 빠짐없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투우에 쓸 소를 차로 운반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목장에서 투우장까지 도시를 통과하여 몰고가는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렇게 소들의 행렬이 있을 때 용기를 뽐내고 싶은 몇몇 남성들이 소앞에서 뛰며 소를 흥분케 했는데, 이것이 점점 더 확대되어 오늘날의 소몰이 행사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차 안에서 축제의 유래도 알아보고 낮잠을 한 숨 자고 나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빰쁠로나 시내에 도착한 저와 친구는 숙소에 짐을 풀고, 역사를 자랑하는 고풍스런 건물들로 둘러싸인 까스티요 광장(Plaza del Castillo)으로 향했습니다. 꼬불꼬불 골목길이 즐비한 축제의 거리를 천천히 걷다 보니 길모퉁이마다 플라멩코∙디제잉∙비트박스∙마임 등 각종 소규모 길거리 공연과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해가 지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까스티요 광장 중심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흥겨운 구호와 축포로 정식 공연의 막이 올랐습니다.
'우와, 여기도 공연, 저기도 공연!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공연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몰이 행사만을 기대하며 이곳에 온 저희들은 이처럼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축제의 장인 만큼 이곳에선 흰옷과 붉은 띠 그리고 술잔만 들으면 누구와도 친구가 되었으며, 그만큼 인종적 차별도 편견도 없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언제나 인생 최고의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라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하자 빰쁠로나 거리는 소몰이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구경꾼들로 아침 일찍부터 붐볐습니다. 소몰이들은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 소 앞에서 신나게 뛰어 가기도 하고 달려오는 소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기도 하면서 소들을 투우장으로 몰아가는데, 아찔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실제 1924년부터 이 축제기간 동안 죽은 사람이 15명이나 되고 200명 이상의 부상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렇게 위험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나바라 주민들에겐 산페르민 축제에 가장 중요한 행사는 이 소몰이 행사라고 합니다. 넘어져 다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소 앞에서 달리지 않는 젊은이는 용기가 없는 자로 여겨진다고 하니 이는 분명 스페인 특유의 마초(Macho) 기질이 엿보이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투우경기 입장료가꽤 비싼 편이고 암표가 성행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저는 이번 경기를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난번 마드리드 '벤타스 투우장(Plaza de Toros de Las Ventas)'에서 이미 경기의 잔인함과 투우사들의 비겁함을 경험했고, 경기장 밖에서도 산 페르민 축제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마드리드에 이어 인구 20만명의 소도시 빰쁠로나에서도 미국의 노벨상 수상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20세기에 이르러 산 페르민 축제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것은 그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하는데요. 헤밍웨이는 소설<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 1926년)>에서 자신이 직접 체험했던 이 축제의 진면목을 수록해두었는데, 그 당시 소설에서 헤밍웨이가 묘사한 축제의 정열과 감흥이 전세계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고 하네요. 빰쁠로나 주민들은 이런 헤밍웨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그의 흉상과 그의 이름을 딴 공원 및 산책로를 만들었으며, 수많은 카페∙바∙호스텔들의 상호명에 그의 이름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 1959년 까스티요 광장에서 사람들과 산 페르민 축제를 즐기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모자를 쓰고 술을 따르고 있는 인물)

'7월6일. 일요일 정오에 축제는 폭발했다. 계속해서 춤추고, 마시고 떠들어대리라..축제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그러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리라.. (…) 옆에 있던 전혀 알지 못하는 사나이가 술값을 내겠다고 했지만, 겨우 말려 내가 값을 치렀다.'
– 헤밍웨이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중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축제의 또 다른 이면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투우경기 시작 전 투우장(Plaza de Toros de Pamplona) 밖에서는 '페타(PETA, the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라는 세계동물협회 단체가 모여 알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산페르민 축제에서 황소를 잔인하게 죽이는 투우를 반대하고, 거리에 황소를 풀어놓고 달리게하는 소몰이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남녀 회원들은 알몸에 소의 피를 상징하는 페인트를 온몸에 칠하고 빰쁠로나 거리에 누워 시위했으며, '빰쁠로나 거리가 황소의 피로 물든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시위는 축제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스페인의 나쁜 전통이 사라지기를 염원하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표출되었습니다.
  • 산 페르민 축제에서 투우 반대 시위를 하는 페타(PETA) 동물보호단체 회원들

빰쁠로나에서의 1박 2일을 알차게 보내고 저희는 마드리드행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이틀 동안 저희는 열정과 모험의 산페르민 축제에서 먹고 마시고 춤추며 낙천적인 성향의 스페인 사람과 어울리며 이들의 축제를 만끽했습니다. 365일 축제가 끊이지 않는 나라 스페인, 축제가 생활의 일부분인 스페인 사람들 그리고 맥주 한 잔에 흥이 겨워 하하, 꺄르르 웃으며 춤을 출 수 있는 그들의 천진난만함을 사랑합니다.
※ 앞으로 글로벌 도시 혜초들의 이야기가 계속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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