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로 100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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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플릭트 스토어’ 박진훈 대표를 만나다

새로운 커피 문화를
주도 하다

컨플릭트 스토어 박진훈 대표

 

커피 편집 매장, 커피 오마카세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새로운 커피 문화의 흐름을 주도한 ‘컨플릭트 스토어’가 신사점과 잠실점에 이어 아모레퍼시픽 지점으로 확장했다. ‘컨플릭트 스토어’의 박진훈 대표를 아모레 스토리가 만났다.

 

‘컨플릭트 스토어’ 아모레퍼시픽 지점

 

그 시절, ‘민토’를 아시나요?


커피 업계에 종사하신지 15년이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꿈은 없었고 딱히 하고 싶었던 것도 없었어요. 그러다 ‘민들레영토(민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 커피를 접했어요. 저는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데 커피가 소통의 매개가 된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때부터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죠. 외국에서 원두를 조금씩 들여오며 커피 문화가 태동하던 시기였어요. 본격적으로 커피를 공부해 보기로 결심했죠. 제일 잘한다는 곳을 수소문해 찾은 곳이 종로의 ‘카페 뎀셀브즈’예요. 세계대회 우승 바리스타들을 배출한 곳이죠. 그곳에서 꼭 커피를 배우고 싶어서 채용 공고도 없는데 대표님에게 계속 메일을 보냈어요. 결국 한번 만나보자고 답을 주셨고, 그 길로 고향인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갔죠. ‘카페 뎀셀브즈’에서 운영하는 ‘커피쉬’에서 일하며 처음으로 커피업에 입문하게 됐어요.

 

그 후엔 생두 회사로 옮기셨다고요.

카페에서 1년 일하고 큰 생두 회사로 이직했어요. 거기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직접 로스팅도 하고, 브랜드 런칭에도 참여하고, 1년에 한두 번씩은 꼭 중남미에 가서 커핑*을 했어요. 그때는 그런 일을 하는 회사가 굉장히 적어서 대단한 특권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가 할래?’하면 무조건 제가 하겠다고 나섰죠. 지금 ‘컨플릭트 스토어’에서 40가지가 넘는 원두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이때 다졌다고 봐도 될 거예요.
*커핑 : 커피의 맛을 감별하는 것

 

중남미에서 커피의 모든 것을 경험한 박진훈 대표

 

창업은 어떻게 결심하게 되었나요?

생두 회사를 그만두고 한 2년 정도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쉬었어요. 그러다가 한 미국 다큐멘터리를 보고 ‘컨플릭트 스토어’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젊은이들이 컨테이너를 빌려서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들의 음식을 파는 내용이었는데, 그 가게 이름이 ‘컨플릭트 스토어’였어요. 당시엔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가 다소 폐쇄적인 면이 있었어요, ‘여러 나라의 커피를 가져와서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컨플릭트 스토어’라는 원두 편집 매장을 구상했어요. 원두 종류가 많으니까 ‘갈등하면서 고르세요’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고요.

 

다양한 곳의 원두를 모으는 게 힘들지 않으셨나요?

제 기준에서 잘하는 팀들을 찾았어요. 저만의 기준이 뚜렷하다 보니 무조건 들여오고 싶은 팀들이 있었어요. 전국 최고의 팀들의 원두와 국내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해외의 좋은 원두들을 들여왔죠. 원두별로 핸들링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 방법을 다 꿰고 있어야 했는데 저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생두 회사에서 그걸 하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이 고통도 언젠가는 이야기가 된다


카페 창업 당시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돈이 부족했어요. 보통 카페 창업할 때, 머신 하나와 그라인더 한두 대 정도가 필요해요. 커피 편집 매장이라 다양한 원두를 다루다 보니, 그라인더만 11대가 필요했어요. 제가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죠. 2, 3 금융권 할 것 없이 여기저기 돈을 빌렸어요. 그래도 부족해서 살던 집을 빼서 돈을 마련했어요. 몇 개월 동안은 차에 짐을 두고 찜질방을 전전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확신했거든요. 이것도 분명히 언젠가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컨플릭트 스토어’의 커피 머신들

 

실패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없었나요?

망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사실 망해도 상관없었어요. 망하면 다시 하면 되죠. 이것도 다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가치관을 갖게 된 배경을 깊이 들여다보면 제 뒤에는 늘 부모님이 있었어요. 아버지는 공무원 퇴직 후에 아직도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세요. 늘 저에게 ‘아빠가 지금까지 일을 하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말씀하시죠. ‘괜찮다’고 얘기해 주는 부모님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괜찮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2018년에 가로수길에 ‘컨플릭트 스토어’를 엽니다. 카페는 잘 됐나요?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곧 빚을 다 갚을 수 있겠다는 걸 느꼈어요. 한 달 지나고부터는 엄청 바빠졌고요. 당시엔 직원 없이 혼자 일했는데 주말도 없이 13~14시간을 매일 일했어요. 처음엔 ‘여긴 원두가 왜 이렇게 많지?’ ‘이렇게 운영하는 곳도 있네?’ 하며 궁금함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주셨고, 그분들이 단골들이 됐어요. 별다른 마케팅도 안 했어요. 마케팅을 하면 더 잘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좋은 바리스타의 역량이란, 커피를 내려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마음속에 접어놓았던 경험을 꺼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커피에서는 이런 맛이 나요’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손님으로 하여금 맛을 상상하게 하는 것, 어딘가에 접어놓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 맛을 표현할 단어를 찾아드리고 손님에게 맞는 커피 취향을 찾아드리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죠. 그래서 ‘커피 오마카세’의 경우에는 커피에 대한 얘기뿐만이 아니라, 요즘 하는 생각에 대한 질문이나 사는 이야기도 많이 해요.

 

‘커피 오마카세’라는 컨셉이 독특합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일본 오모테산도의 ‘마메야’라는 커피숍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신사점에서 바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 입맛에 맞게 커피를 내어드리며 비공식적으로 하던 것이, 반응이 좋아서 2호점에서부터는 아예 메뉴에 넣었죠. 나라별, 로스터리별 서너 가지 코스로 구성돼있어요. 필터 커피 세 잔과 중간중간 입을 씻어낼 수 있는 티를 제공하는데 한 코스당 4~7만 원 정도입니다. 고가의 원두이다 보니 저렴하지 않은 가격인데도 많이 찾아주시죠.

 

좋은 커피란 어떤 커피인가요?

저는 좋은 커피의 기준을 세 가지로 설명해요. 첫 번째는 깨끗하고요. 두 번째는 달아요. 세 번째는 복잡한 향미가 느껴지죠. 상상할 수 있는 맛, 여러 가지가 연상되는 맛을 내는 커피가 좋은 커피예요. 좋은 커피를 선별하기 위해 많이 마셔보며 ‘맛을 기억하는’ 훈련을 했어요. ‘이건 이 맛이고, 이건 저 맛이야’라고 머릿속에 주입하는 거죠. 몸 컨디션에 따라 입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입맛의 허수를 없애기 위해 맛을 기억하려는 노력을 했어요.

 

불안은 나의 힘


그 후 잠실점과 아모레퍼시픽 지점까지, 사업이 쭉 성장하고 있습니다. 성공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카페에도 콘텐츠가 풍부해야 하죠. 카페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 많이들 도전합니다. 콘텐츠가 비슷하다면 손님들이 꼭 특정 카페를 고집할 이유가 없죠. 그래서 내 공간에서 나만이 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어요. 커피는 물론이고, 감각 있는 음악, 실력 있는 팀이 디자인한 공간, 커피 오마카세 같은 특별한 코스도 콘텐츠였어요. 직원들이 손님에게 주는 에너지도 콘텐츠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카페를 좋은 콘텐츠로 채운 것이 여태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해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꾸준히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집 청소입니다. 꾸준한 성취감을 느껴야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청소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빠르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돈이나 보상도 성취감을 주지만, 침구를 반듯하게 정리하고, 방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밥을 정성스럽게 해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성취감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업이 커질수록 겁이 나요. 직원들을 책임질 수 없을까 봐 그게 가장 걱정돼요. 그 불안함이 어쩌면 가장 큰 원동력인지도 몰라요. ‘직원들이 언젠가는 독립할 텐데, 그전까지 나는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늘 하고 있죠. 그럴 땐 공부하는 것 밖엔 답이 없더라고요. 제가 직원들에게 좋은 비전이 되기 위해서, 이 사람을 따라가도 된다는 신념을 주기 위해서는 더 똑똑해져야 하고, 일도 더 잘해야 하고, 손님들과 소통도 더 잘해야 해요. 그래서 매일 공부하고 있어요. 커피는 물론이고, 음악도 공부하고요. 요즘 가장 잘한다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도 공부해요. 요즘은 철학을 공부해요. 철학은 우리의 삶과 연결되거든요. 제 삶과 직원들의 삶,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으니, 누굴 만나도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죠. 공부를 하면서 시선을 한 단계 더 확장할 수 있었어요.

 

컨플릭트 스토어 X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지점에만 있는 특별 메뉴가 있다고요.

‘아모레 스페셜’ 메뉴인 ‘루바브 주스’와 ‘바질 레몬 피즈’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우리나라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회사잖아요.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메뉴를 구상했어요. 루바브 주스는 영국에서 온 시큼한 향이 있는 줄기 식물로 만든 음료예요. 호르몬 조절에 좋고, 항산화 효과도 있다고 해서 특히 여성분들에게 좋죠. 바질 레몬 피즈는 바질과 레몬, 원물의 맛이 잘 드러나는 음료인데요, 톡 쏘는 탄산을 가미해 기업 이미지에 맞게 경쾌하고 상쾌하게 구현했어요.



꼭 드셔보시길 추천하는 커피가 있다면요?

원두 편집 매장인 만큼 꼭 드립 커피를 마셔보시는 걸 추천해요. 이 지점에만 40가지의 원두가 있고, 아모레퍼시픽 지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원두도 15가지 정도 있습니다.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시그니처 메뉴인 피넛 버터를 추천합니다. 풍부한 커피우유맛에 크림을 올려, 티라미수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요.



아모레 스페셜 메뉴, 루바브 주스와 바질 레몬 피즈

 

하루에도 정말 많은 손님들이 만나실 텐데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모레 직원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모레 직원분들은 딱 보면 티가 나요. 멋이 없어도 멋있어요. 뭔지 아시죠?(웃음) 유행하는 스타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거요. 유행을 좇진 않지만 유행에는 굉장히 민감하세요. 인테리어 소품부터 제가 착용한 아이템 하나하나까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시죠.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은 다르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아모레퍼시픽 지점을 만들 때는 특별히 더 신경 썼어요. 인테리어 자재나 작은 소품 하나까지 눈으로 봤을 때, 손으로 만졌을 때 가장 최상일 수 있게 고민했어요.

 

섬세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컨플릭트 스토어’ 아모레퍼시픽 지점 내부

 

마지막으로 아모레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의 신용산은 새로운 문화가 생성되는 곳이에요.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회사와 트렌디하고 실력 있는 셰프들의 음식점, 그것을 찾으러 온 젊은 층과 예전부터 이 동네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어르신들. 이런 다양한 멋을 가진 신용산에서 컨플릭트 스토어는 일이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멋을 잃지 않게 하는 커피가 되고 싶어요.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멋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더 멋있는 커피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컨플릭트 스토어’처럼 하이엔드 브랜드가 아니라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세컨드 브랜드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브런치를 같이 할 수 있는 카페나, 프랜차이즈 카페도 생각 중이에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epilogue

휴일도, 휴가도 없이 매일 일한다는 박진훈 대표. 그럼에도 그가 뿜어내는 경쾌한 에너지에서 정말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이 전해졌다. 특유의 에너지를 담아 그가 만들어갈 새로운 커피 문화가 기대된다.

 

에디터 신혜원

사진 금상관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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