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제’ 김지훈 대표를 만나다 - AMORE STORIES
#한강대로 100
2023.09.26
205 LIKE
6,778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b%8f%88%ea%b0%80%ec%8a%a4-%eb%a7%9b%ec%a7%91%ec%9d%98-%ec%83%88%eb%a1%9c%ec%9a%b4-%ec%a7%80%eb%8f%84%eb%a5%bc-%ea%b7%b8%eb%a6%ac%eb%8a%94-%ec%98%a4%ec%a0%9c%ec%a0%9c-%ea%b9%80

'오제제' 김지훈 대표를 만나다

돈가스 맛집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다

아모레퍼시픽 지하 1층. 점심시간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가게가 있다. 바로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 오제제. ‘인생 돈가스’라는 입소문을 타고 광화문, 강남, 명동, 하남, 신용산까지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오제제’ 김지훈 대표를 만났다.

 

‘오제제’ 아모레퍼시픽 지점

 

바다 건너 꿈을 이루기 위해, 제주에서 서울로


‘오제제’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준비 기간만 무려 2년이 걸렸다고요.

저는 제주도 출신이에요. 서울로 건너와 2년 동안 ‘오제제’를 준비했어요. 일본의 우동학교를 나온 동업자가 우동과 소바, 카레 레시피를 고안했고 저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면서 고기 손질부터 숙성법까지 돈가스 레시피를 연구했어요. 레시피를 만들 때 시행착오가 굉장히 많았어요. 매장을 오픈한 뒤에도 휴무일마다 출근해서 레시피를 수정했죠. 3년 동안 쉬는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였어요.

상권을 알아보는데도 오래 걸렸어요. 평생 제주에만 살았으니, 서울 지리는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A3 용지 16장을 이어붙이고 크게 서울 지도를 프린트했어요. 그리고 서울에서 유명한 돈가스, 우동 집을 모두 표시했어요. 동네 터줏대감을 이기기는 힘들다고 생각했거든요. 겹치지 않는 지역을 표시하고 그중 가용할 수 있는 보증금 금액을 맞출 수 있는 곳을 찾은 게, 서울역 1호점 자리였어요. 대로변에 식당이나 카페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웃음).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릇을 디자인해 줄 작가님을 찾고, 식당 네이밍을 하고, 인테리어까지 완성도를 높이다 보니 2년이 흘렀죠.

 


직접 제작한 그릇과 제주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

 

‘오제제’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군대 시절 별명이 제이제이였어요. 주소를 쓰면 ‘제주도 제주시’라고 쓰니까 사람들이 ‘제이제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상호를 고민할 때 그 별명이 떠올랐어요. ‘제이제이’를 줄인 ‘제제’에 감탄사 ‘오!’를 붙여서 ‘오제제’가 됐죠. 제주도의 이미지와도 어울리고, 한자로는 건널 제濟, 이룰 제濟를 써서 ‘바다 건너서 꿈을 이루다’라는 뜻도 있어요.

 

왜 돈가스였나요?

제가 돈가스와 우동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돈가스와 우동 둘 다 맛있는 가게는 흔하지 않더라고요. 돈가스가 맛있는 집은 우동이 덜 맛있고, 우동이 맛있는 집은 돈가스가 덜 맛있었죠. 돈가스와 우동을 한자리에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가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게 시작이었어요.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예요. 돈가스 식당에 가면 항상 인테리어가 조금씩 아쉬웠어요. ‘돈가스 가격은 파스타 가격이랑 비슷한데 왜 인테리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처럼 멋있으면 안 될까?’ 궁금했죠. 그래서 ‘오제제’를 만들 때는 제주의 자연을 모티브로 외관과 내관을 고급스럽고 모던하게 연출했어요. 오브제 하나까지 제주의 느낌을 느낄 수 있게 신경 써서 골랐죠. 이런 부분들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아요. 제가 시작하던 때가 연한 분홍색을 띠는 일본식 돈가스 시장이 조금씩 커지던 시기라 타이밍도 잘 맞아떨어졌고요.

 


‘오제제’의 대표 메뉴 (안심 돈가츠&새우튀김, 자루 우동)

 

서울의 중심에 ‘오제제 거리’를 만들다


외진 상권이라고 하셨는데, 오픈 당시 반응은 어땠나요?

웨이팅이 생기기까지 딱 일주일 걸렸어요. 식당이 없는 곳이라, 공사를 할 때부터 지나다니는 분들이 궁금해하셨어요. 오픈 후에는 외관이 예쁘니까 카페인 줄 알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음식을 드셔보시고 다시 찾아주시면서 웨이팅이 생겼죠. ‘오제제’가 생기고 나서 이 거리에 식당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오제제 거리’라고 불리기도 했어요. 아쉽게도 서울역 지점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지난달 문을 닫게 됐는데, 그때 근처 카페, 식당 사장님들이 찾아오셔서 ‘오제제’ 덕에 상권이 활성화됐다고, 감사했다면서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감동이었죠.

 

특별한 마케팅 비법이 있었나요?

‘1:300 법칙’을 들은 적이 있어요. 한 명에게 잘하면 한 명이 두 명을 데려오고, 두 명이 네 명을 데려오고, 그러다 보면 한 명이 300명을 데려온다고 해요. 그게 반대로도 적용될 수 있죠. 한 명에게 잘못하면 300명이 안 오는 가게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모든 손님들에게 다 잘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하면 고객 응대를 더 잘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죠.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가게에 인플루언서가 왔는데, 제가 되게 친절하게 응대했나 봐요. 저는 인플루언서인지도 몰랐죠. 그분이 SNS에 포스팅하면서 주변 인플루언서들도 오시게 됐고, 자연스럽게 마케팅이 됐어요. 꼭 인플루언서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에요. 직장인 손님에게 잘하면 그 부서에 소문이 날 거고 그 회사의 300명이 올 수도 있죠. 저는 그걸 사람의 힘이라고 믿어요. 명품 사러 가면 직원들이 정말 친절하잖아요. 직원들에게 항상 우리가 파는 음식도 명품이니 그렇게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요. 제가 하는 마케팅은 그거 하나예요

 



‘오제제’ 1호점의 외관과 내부

 

가끔은 나를 위한 ‘허세’가 필요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2년 동안 식당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많이 불안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불안해하기에는 너무 어렸어요. 당시 스물여덟 살이었거든요. 젊으니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릴수록 습득력이 빠르다고 생각해요. 넘어지면 넘어진 곳에서 배우고 빨리 다시 털고 일어나면 되죠. 지금도 저는 30대 초반이니 많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해요. 10년 후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습득력이 더 빠를 테니,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최대한 많이 부딪혀보려 하고 있어요.

 

하루도 쉬지 않고 사업을 이끄는 일이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멘탈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허세가 있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 주는 허세는 아니고요. 저는 일단 말을 뱉어야 지키게 되더라고요. “이 물건을 살 거야”라고 말하면, 정말로 그걸 살 수 있게 되게끔 열심히 살아요. 일단 선언을 하고 그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80%까지는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멘탈이 강한 편은 아니에요. 집에서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고, 지금도 항상 부담감과 불안함을 갖고 있어요. 이런 ‘허세’는 어떻게 보면 내가 나에게 하는 말, 열심히 할 동기를 스스로 마련하는 나름의 방법인 셈이죠.

 

사업이 어려울 때도 반드시 지키고자 한 신념이 있나요?

‘사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에요. 처음엔 사업을 하려면 업계 사람들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주도에서 올라왔으니 더욱 조바심 같은 게 있었죠. 초반에는 네트워킹을 부지런히 했는데, 어느 날 문득 ‘나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들이 누굴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늘 옆에서 도와주고, 힘들 때 용기를 준 사람들은 직원들이었거든요. 저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절대 못 왔을 거예요. 그후론 제 시간의 대부분을 직원들에게 쓰고 있어요. 소통도 더 자주 하려고 하고, 운동도 같이 하고,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도 함께하고 있죠. 코로나로 가게가 힘들어졌을 때도 인력을 줄이지 않고 빚을 내면서 버텼어요. 제가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아마도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해요.

 


운동과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오제제’ 팀

 

일하는 사람은 모두 ‘프로’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꾸준히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경험에 많이 투자하는 편이에요. 돈은 사라질 수 있어도 경험은 평생 가잖아요. 특히 F&B에 종사한다면 많이 먹으러 다니고, 보러 다니고, 놀아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식당에 가면, 일단 그 집이 왜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지, 이 집은 왜 손님이 많은지, 메뉴 구성과 인테리어는 왜 이렇게 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요. 일종의 직업병 같은 거예요. 제가 보고 느낀 걸 오제제의 메뉴 구성, 인테리어에 참고해서 항상 변화를 주려고 해요. 그게 지금도 오제제가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이유 같아요.

또 하나는 영상 보는 건데요, 제가 집중력이 좋지 않아서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편이거든요. 책을 읽는 대신 좋은 영상을 매일 하나씩 보기로 했죠. 통근 시간마다 자기계발부터 부동산, 경제까지, 분야 상관없이 꼭 30분씩은 챙겨 봤어요. 하루 고작 30분이지만 1년이 쌓이면 그만큼 시간의 농도가 짙어진다고 생각해요

 

아모레퍼시픽 직원 중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오픈하고 2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온 손님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여기 매장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직원은 아니지만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건축한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굉장한 팬이에요. 여기 입점할 때, 언젠가 치퍼필드가 아모레 사옥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오제제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오제제’의 멋이 녹아든 아모레퍼시픽 지점 내부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장르 도전에 도전하며 계속 일하고 싶어요. 프로 축구선수가 100억 연봉 계약했다고 해서 은퇴하진 않잖아요. 오히려 더 잘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뛰죠. 저는 저를 ‘프로’라고 생각해요. ‘오제제’로 첫 단추를 잘 끼운 것뿐,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것들을 잘해내고 싶어요. 지금은 제주 음식점을 준비 중이에요. 제주 음식을 시작으로 제가 정말 잘하는 것들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epilogue

오감을 만족시키는 맛의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김지훈 대표. 이번엔 어떤 ‘인생 음식’을 선보일지 그의 다음 스텝이 기대된다.

 

에디터 신혜원

사진 금상관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