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녹차의 폴리페놀 성분이 이산화탄소 줄여 기후변화 막기도 - AMORE STORIES
#전문가칼럼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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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녹차의 폴리페놀 성분이 이산화탄소 줄여 기후변화 막기도

 

강호정(姜鎬玎) 교수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주요 경력
  • 2007 - 현재 연세대학교 교수
    2013 - 2014 미국 Princeton University 방문교수
    2001 - 2007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조교수, 부교수
    1999 - 2001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 박사후 연구원

  • 학력
  • 1986 - 1990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이학사
    1993 - 1995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1995 - 1999 영국 University of Wales, Bangor, Ph.D.

  • 대표 저서
  • 2020 다양성을 엮다, 이음출판사
    2012 와인에 담긴 과학, 사이언스북스

 

녹차에서 추출한 물질의 효능에 관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건강과 관련된 것이다. 이번 ‘전문가칼럼’ 연재를 통해서도 녹차 추출물이 어떻게 각성 작용을 하는지, 심리적 안정을 주는지, 여러 질병을 억제하는 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관한 여러 연구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녹차의 정적이고 고전적인 이미지와 달리 녹차를 구성하는 물질은 현대 최신 과학에서도 활발하게 활용 중이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나 태블릿 화면은 크기가 작지만 화질이 아주 뛰어나 커다란 TV만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양자점’ 혹은 ‘퀀텀닷(Quantum dot)’이라 부르는 나노 사이즈 반도체 물질 개발이 큰 역할을 했다. 특정 물질을 나노 크기로 정제하면 이것들을 빛의 자극에 의해 한 가지 파장의 형광을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다양한 색상의 빛을 발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고, 실제로 이렇게 정제한 나노 물질들을 전자제품의 OLED나 LED와 같은 발광 물질에 사용되고 있다. 또 이런 양자점들을 이용해 암세포를 찾아내거나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고, 흡수한 태양 빛의 파장을 바꾸는 특성을 활용해 태양에너지 열판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나노 사이즈 반도체 물질 ‘퀀텀닷’

 

퀀텀닷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물질이 서로 엉기거나 커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닌데, 최근 들어 퀀텀닷 생산 공정에서 나노 물질 성장을 억제해 원하는 나노 발광체를 만드는 조절 물질로 녹차에서 유래한 ‘폴리페놀(polyphenol)’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폴리페놀은 녹차와 같은 자연 물질에서 추출한 물질이라 해가 적을 뿐 아니라, 고온이 아닌 상온에서 반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 과학자들은 황화카드뮴 성분의 퀀텀닷을 제작하면서 차 추출물로 코팅해 퀀텀닷 크기를 일정하게 제한해낼 수 있었다. 결국 차 추출물로 원하는 나노 크기의 물질을 만들어 우리가 원하는 강한 색깔을 방출하는 물질을 구현하게 된 것이다. 또한 단순히 자연친화적 발광체를 넘어, 이를 이용해 약물을 전달하거나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로 활용하려는 후속 기술을 연구 중이다.

녹차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은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새로운 가능성으로도 주목받는다. 지구상에 사는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하지만 식물이 죽고 나면 사체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다시 공기 중 이산화탄소로 돌아간다. 만일 미생물의 이러한 분해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토양에 더 많은 탄소를 유기물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춥고 습한 북유럽 지방에는 ‘이탄습지’라고 부르는 독특한 생태계가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스패그넘이라 부르는 이끼류가 천천히 자라는데, 분해가 더욱 천천히 일어나 유기물이 쌓이는 특징이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이탄습지 내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이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 분해가 천천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이탄습지나 다른 자연 생태계에 폴리페놀을 추가로 공급함으로써 생태계에서 식물 사체의 분해를 억제하고, 다량의 탄소를 유기물 형태로 저장해보려는 공학적 시도도 진행 중이다. 만일 이러한 공학적 기술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점진적으로 감소시키고, 결국에는 기후변화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춥고 습한 북유럽 지방의 이탄습지

 

녹차에 풍부한 성분인 폴리페놀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등장한 셈이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나노 크기 현상에서 전 지구 규모에 이르기까지, 녹차를 둘러싼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차를 한잔 마시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말이다.

 

※ 본 칼럼은 매일경제 ‘강호정의 차의 테루아르와 과학’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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