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 칼럼 3화. 오프라인 매장의 도전 - AMORE STORIES
#뷰내편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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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 칼럼 3화. 오프라인 매장의 도전


안녕하세요. 오늘은 K뷰티의 오프라인 채널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가 대세'라는 말이 뉴스와 일상생활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이 시기에 오프라인의 지나온 과정과 현황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화장품 로드샵 개수는 2016년까지 전국에 4,934개로 전년의 4,868개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2017년을 기점으로 3.2% 감소하기 시작하며 2018년에는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에 반해 과거 드럭스토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H&B 스토어는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 등과 마찬가지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0년 기준 시장 규모 2천억 대에서 2017년 기준 1조 7천억 원까지 폭등세를 보이며 증가했고, 2025년에는 4조 5천억 원의 거래액 규모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종합화장품에서 원브랜드샵으로, 브랜드와 유통의 전쟁


1990년대 뷰티의 주요 채널은 종합화장품 매장이었습니다. 이 종합화장품의 유통망이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럭셔리 라인은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개방된 한국 시장에 수입 화장품들이 백화점을 장악해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2000년대 들어서 원브랜드샵(OBS) 등장과 함께 변화를 시작합니다. 본래 중저가 원브랜드샵이 등장한 배경은 정갈한 브랜드와 상품을 원하는 니즈와, 높아진 고객 눈높이에 맞는 용기 및 가성비 좋은 품질을 추구하기 시작한 소비패턴 때문이었는데요. 이러한 원브랜드샵은 빠르게 확장기를 맞이했습니다. 원브랜드샵 확장의 기저에는 ODM사를 활용하기 시작한 브랜드사들에 의한 생산과 브랜딩, 마케팅의 분업이 있었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이죠. 이후 엄청나게 많은 브랜드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치열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혁신을 불러오게 됩니다.

1993년 시장 개방을 하면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가득했던 예상을 깨고 K뷰티는 높은 역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2010년대는 브랜드사들이 길거리로 뛰어들며 리테일의 영역을 파고들던 시절이었습니다. 브랜드샵들은 제조와 유통을 갖추면서, 유통의 파워에 밀려 판매비와 관리비에 타격을 주는 무분별한 할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공간에 대한 비즈니스 영역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로드샵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가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로드샵 시장에서의 승자가 된 브랜드사들은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말하는 '경제적 해자'를 갖추게 된 것이었고, 신규 브랜드들의 도전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셈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포화된 로드샵 시장에 나타난 별에서 온 유커


2013년을 넘어서며 5천만 명의 내수 시장을 갖고 있는 국내 수요만으로는 성장이 어려워지기 시작할 무렵, 천송이가 열연한 <별에서 온 그대>와 함께 혜성처럼 하늘에서 고객들이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유커(Youke, 游客)였습니다.

명동 로드샵
(출처 : 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 2014.12.01 http://www.f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79)

중국이 대외 개방을 시작한 1994년 이래, 수출 주도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하며 엄청난 달러를 빨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달러가 중국으로 들어오자 자국 통화인 위안화의 가치가 올라갔고, 이는 자국 경제의 수출경쟁력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라는 정책하에 외환의 순유입을 줄이기 위해 각국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정책의 일환으로 인민의 후생을 올리기 위해 해외여행을 장려했는데요. 그 수혜를 첫번째로 본 국가가 바로 한국입니다. 엄청난 관광객들이 제주도와 명동으로 몰려들며 2010년 188만 명에 불과했던 한국향 인바운드 여행객이 2016년 무려 4배나 증가한 80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2013년 수요의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로드샵들은 다시금 확장기에 접어들었죠. 시장의 포화상태에서 로드샵들간의 구조조정이 생기려고 할 무렵, 외부의 급격한 수요증가는 이 우려를 거품으로 말끔히 덮어주었고 이는 2017년 한중갈등이 시작되기 전까지 부풀어져 올랐습니다. 이후 외국인 관광객 방문 감소와 함께 수요도 같이 줄어들었고 때마침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정보의 패권이 옮겨갔으며, 세포마켓(Cell Market)과 H&B 스토어의 등장은 그간 잘게 파편화되어가던 고객의 세분화된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 채널의 재탄생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는 저성장과 저금리로 인해 자산 시장이 양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뷰티를 포함한 소매시장의 트렌드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이른바 초고가 프레스티지와 가성비 추구로 시장이 양분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트렌드는 중저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던 대부분의 로드샵들에 타격을 주었습니다. 또한 겟잇뷰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새로운 인디브랜드들이 ODM을 통해 나타나기 시작했고, 브랜드사들이 장악한 리테일 채널을 우회한 모바일 쇼핑과 H&B 스토어들을 통한 고객접점이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비단 기존의 화장품 브랜드사들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닌,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미 아시다시피 미국의 JC페니(JC Penney), 시어스(Sears), 메이시스(Macy's) 등 한세기 이상 미국의 소비 시장을 주도해 온 전통적 강자들이 몰락했고, 일개 서점에 불과했던 아마존(Amazon)은 전세계 최대 시가 총액을 이루며 약진해왔습니다(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JC페니는 118년 역사를 끝으로 파산신청을 하였습니다). 검색 엔진이라고 생각해온 네이버와 쿠폰을 모아서 딜을 열었던 쿠팡이 오픈마켓 채널과 직매입 온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해가며,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거래액을 그대로 가져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프라인의 축소 움직임만이 유통의 흐름은 아닙니다. 온라인 기반의 리테일 업체들이 역으로 오프라인 채널로 진입하고 약진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아마존은 미국의 유기농 식료품 업체인 홀푸드(Whole Foods)를 인수하였고,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 阿里巴巴) 역시 허마셴셩(盒馬鮮生)이라는 신선식품 전문 슈퍼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징동닷컴(JD.com, 京东) 역시 관계사인 다다-JD 다오지아(Dada-JD Daojia)를 통해 중국 전역에 온라인 신선식품을 1시간 내에 배송하는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신선식품의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월마트(Walmart) 역시 이를 기반으로 턴어라운드를 이뤄내며 오히려 e커머스 시장으로 역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전세계적인 유통의 흐름입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의 기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관통하는 고객의 행태에 대한 데이터 축적, 그리고 오프라인의 디지털화가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더라도 같은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디지털화되어 고객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를 두고 O2O를 넘은 O4O(Offline for Online,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혹은 옴니채널이라는 정의들이 있습니다만, 무엇이라 명명을 하든 고객이 편안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누가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지가 비즈니스 성패의 핵심일 것입니다.


글로씨에와 세포라
(뷰티의 디즈니랜드와 뷰티의 데이터박스)


LA의 Melrose거리에 가면 폴 스미스(Paul Smith) 외벽과 함께 새로운 핫스팟으로 떠오른 글로씨에(Glossier)가 있습니다. '인투 더 글로스(Into the Gloss)'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던 파워블로거 에밀리 와이즈(Emily Weiss)가 창업한 브랜드인데요. 2010년 블로그를 열고, 제품 출시 4년 만인 2018년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기업 가치는 12억 달러(약 1조 5천억 원)에 이르는 동안, 이 브랜드는 뉴욕과 LA에 단 2개의 매장만 갖고 있었습니다(최근 마이애미 팝업스토어 등 5개의 팝업 매장을 신규오픈 예정). 이들의 오프라인 매장 전략을 보면 세일즈에 최적화된 공간이 아닌 마치 디즈니사의 디즈니랜드처럼 고객경험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창업자 에밀리 와이즈의 인터뷰에서 그 생각이 더 드러나는데요. '영국에서 미국을 방문한 사람이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을 글로씨에 매장으로 삼기를 바라고, 그렇게 하여 고객이 브랜드와 연결되는 느낌을 주고 오프라인 매장을 쇼룸처럼 운영하여 고객의 몰입(engagement)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만 운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객이 브랜드와 일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인데요. 자신들의 비즈니스 전략인 P2P(Peer To Peer), 즉 개인의 뷰티에 대한 관심사를 연결한다는 본질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세포라(Sephora)는 글로씨에와는 다른 옴니채널 전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포라는 오프라인매장팀과 디지털팀을 통합하고 '옴니 리테일'로 명명을 했다는데요.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등을 매장에 도입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색채연구소 팬톤(PANTONE)과 협업하여 만들어낸 'COLOR IQ'입니다. 고객의 피부 톤을 파악하고 톤에 가장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하는 단말기가 바로 COLOR IQ입니다. 또한 한번 입력된 데이터는 고객이 다시 매장을 방문해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메이크업뿐 아니라 Skincare IQ, Fragrance IQ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IT를 뷰티에 활용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비주얼 아티스트를 통해 고객이 직접 피부에 테스트하지 않아도 립스틱, 아이쉐도우, 블러셔 등을 본인의 얼굴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온라인에 모두 저장되고,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장기적으로 수요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글로씨에 매장 내, 외(직접 촬영)

  • 세포라01, 세포라02
    (출처 : 아시아경제신문 2019.10.16 https://www.asiae.co.kr/article/2019101516211798721

세포라 테스트(직접 촬영)



본질은 컨텐츠와 고객 프로그램


2019년 가을, 서울 파르나스몰에 상륙한 세포라 매장에 수많은 뷰티 유튜버들이 열광하였는데요. 이들의 매장 방문 리뷰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부분이 바로 MD 구성과 소싱에 관한 것입니다. 이미 모바일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Gen-Z의 트렌드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 직구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다양한 브랜드 및 제품들을 직구와 동일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1993년에는 우루과이 라운드라는 비관세장벽이 철폐되어 외국에서 각종 브랜드와 상품들이 밀려들었던 것이 다시 반복된다고 할 있겠습니다. 이중 주목할 점은 세포라 매출의 77%를 차지하는 고객들이 가입한 '뷰티 인사이더'라는 로열티 프로그램인데요. 이는 한국에서 가입해도 타 국가 매장에서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한국의 뷰티 유저들에게 '차별 대우를 하지 않는다'라는 느낌을 줍니다. 세상이 연결되어감에 따라 국내에서의 판매 가격과 직구 가격, 현지 가격이 다른 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최근 고객들의 화두임을 볼 때 이 부분은 분명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채널이 침체기를 이겨내기 위해 옴니채널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본질인 소싱을 통해 매장을 채우는 컨텐츠가 좋아야 하고 고객경험이 좋아야 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보문고 바로드림 서비스 (출처 : 교보문고)

오늘은 오프라인 리테일의 변화와 뷰티 업체들의 대응에 대해 둘러보았습니다. 오랜 세월 한국 최대의 서점인 교보문고는 모바일커머스가 중심이 된 지금도 국내 최대 서점 플랫폼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여러가지 비결이 있겠지만 하나를 굳이 손꼽아보자면 교보문고가 2009년 출범시킨 '바로드림' 서비스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책통법이라고 불리울 만큼 정찰제를 유지해야하는 법률이 있고 가격을 무너뜨리는게 금지되어 있는 업종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채널에서는 10%의 가격 할인이 가능하죠. 교보문고는 바로 이 지점을 주목했는데요. 사고 싶은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하여 10% 할인을 받지만 책의 수령은 택배가 아닌 방문을 통해 '바로' 수령해서 갈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이는 국내 최초의 O2O 서비스였는데요(2009년). O2O 서비스가 등장하고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부분의 오프라인 리테일 업체들은 이 이상의 O2O 서비스라고 불리울 만한 혁신을 고객으로 하여금 체감시키지 못했습니다.

월마트가 오프라인 매장을 신선식품의 허브 풀필먼트(fulfillment)로 규정하는 것, 글로시에가 자신들의 매장을 놀이동산의 방문처럼 고객 경험의 공간으로 삼는 것, 세포라가 새로운 IT기술을 매장 내 테스트 경험과 접목시킨 것 등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옴니채널 활동이 생겨날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오프라인 매장은 존재하겠지만, 다른 형태로 진화한 오프라인 매장만이 경쟁력 있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엔 그 누구도 이견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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