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크리에이티브 팀, 파도식물 - AMORE STORIES
#선택의 정원
2023.03.07
104 LIKE
2,706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d%94%8c%eb%9e%9c%ed%8a%b8-%ed%81%ac%eb%a6%ac%ec%97%90%ec%9d%b4%ed%8b%b0%eb%b8%8c-%ed%8c%80-%ed%8c%8c%eb%8f%84%ec%8b%9d%eb%ac%bc

플랜트 크리에이티브 팀, 파도식물





나무를 떠난 씨앗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아직 닿지 못한 곳으로 향하기 위한 씨앗의 여정은 언제나 대담한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한 포기 풀, 꽃과 나무에는 우리를 비춰볼 수 있는 삶의 자세와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꿈을 이루어 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1960년, 유럽 시찰 당시 경험했던 광활한 라벤더 밭의 보랏빛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서성환 선대회장에게 식물의 힘에 대한 믿음을 더욱 심어주었지요. 꽃과 식물에서 업(業)을 시작해 가장 한국다운 화장품을 소개하고, 우리를 대표하는 차를 대접하고, 더 나아가 식물원을 열어 사람들에게 쉼을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우리 안에서 꾸준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숲을 이루게 한 근원은 식물 아닐까요?

[선택의 정원] 프로젝트는 식물의 무한한 가치와 그 힘을 믿으며 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마주했던 대담한 선택과 여정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오늘날 각자의 자리에서 크든 작든, 매일 선택의 기로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우리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식물을 통해 용기와 응원을 얻은 것은 비단 요즘의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이(이하 ‘장원(粧源); 잘 가꾸고 다듬은 근원’) 과거 청년 시절, 남프랑스 그라스의 라벤더밭과 미국 펜실베이니아 롱우드 가든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수목원과 가든, 농장에서 용기와 영감을 얻고 그의 세계관을 펼친 것은 흡사 요즘 세대의 식생활과 그 맥을 같이 하는 듯 합니다. 식물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가는 ‘요즘 것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 장원의 세계관과는 또 어떤 다른 매력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장원에게 식물원이 그랬듯, 요즘 세대가 식물에 몰입하는 공간을 직접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그 첫 번째 주자로 [선택의 정원] 사내 캠페인을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파도식물을 만나 보았습니다. 식물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가치를 두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플랜트 크리에이티브 팀, 파도식물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식물이라는 언어를 통해 만나는 더 큰 세상



당신의 생활 속에 식물이라는 개념은 얼마나 들어와 있나요? 먹고, 입고, 보고, 짓고, 즐기고. 형태는 바뀔 수 있지만 사실 식물은 우리가 사는 모든 영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식물이 주는 위로와 영향력에 더 주목하는 요즘, 자신만의 시선으로 활동을 펼쳐가는 플랜트 팀이 있습니다. 식물과 더 많은 접점을 만들어내고 싶은 파도식물. 그들의 이름 앞에는 ‘플랜트 크리에이티브 팀’이라는 설명이 붙습니다. 정착할 수 없는 파도, 떠날 수 없는 식물이 만나 이루는 놀라운 스토리는 만나는 이들과 서로 파도와 식물 같은 관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유쾌하고 대담하게 풀어가는 그들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식물이라는 언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플랜트바 용기에서 복창민, 조미은 디렉터
/ 사진제공 : 포토그래퍼 http://juyeonlee.com

파도식물은 다양한 캐릭터의 팀원들이 만나 이뤄진 크루죠. 어떤 접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팀인지,
그리고 파도식물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팀은 제주에서 갖춰졌습니다. 디렉터 두 사람부터 식물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었고, 성실함과 체력은 기본. 새로운 관점과 다양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현재는 아트디렉터, 카피라이터, 프로 게이머 팀 코치, 한국전력공사 출신의 흥미로운 이력이 조합된 크루에요. 파도식물을 소개할 때, ‘식물로 활동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자연을 매개로 장르, 경계 없는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팀이에요. 파도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식물처럼 만나는 모든 이와 파도와 식물의 관계가 되기를 바라는 네이밍입니다.

플랜트바 용기에서 복창민, 조미은 디렉터
/ 사진제공 : 포토그래퍼 http://juyeonlee.com




파도식물은 ‘배를 닮은 씨방을 타고 파도와 바람을 따라 누비는 모감주나무의 씨앗처럼 서울과 제주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머무는 곳마다 식물로 소통하고 뿌리 내리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두 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활동이 파도식물에 어떤 변화를 안겨줬나요?


같은 한국이지만 확실히 기후가 다른 지역에서 무언가를 해본다는 건 참 흥미로운 일이에요. 특히 식물하는 사람들이라면요.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의 폭이 넓어졌어요. 더 다양한 사람과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라 생각하고요. 언젠가 다른 나라에서도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제주의 식물 역시 그들에겐 다양한 영감이다. / 사진제공 : instagram@padosikmul




(중앙) GREEN HUG. 2019
(시계방향부터) 론디 작가와 공동연출작 '임선화를 찾아서'.2023
CA-VANGVANG. 2018
SANSO. 2019
전시를 관람하는 식물들. 2019
/ 사진제공: instagram@padosikmul



파도식물은 ‘식물과 자연’이 가득한 공간 및 전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다른 오브제가 아닌, 식물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어 식물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나요?


월세를 벌기 위해 졸업식 꽃 장사를 했었고, 몇 달 뒤 길에서 식물을 팔았어요. 시간이 지나며 식물로 안부를 묻고, 소통하는 것에 흥미와 매력을 느꼈죠. 몇 번의 쇼룸 작업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단순한 판매를 넘어 식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것에 확신이 생겼어요. 살아있는 생명으로 유형의 메시지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요.

(중앙) GREEN HUG. 2019
(시계방향부터) 론디 작가와 공동연출작 '임선화를 찾아서'.2023
CA-VANGVANG. 2018
SANSO. 2019
전시를 관람하는 식물들. 2019
/ 사진제공: instagram@padosikmul




2021년 11월 ‘용기’라는 공간을 새롭게 시작했죠.
쇼룸의 확장판이자 식물과 요리,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궁금하네요.


저희는 식물이 아닌 ‘식물과 함께하는 생활’을 판다고 생각해요. 식물로 발 디딜 틈 없던 작업실에서 좋은 사람들과 요리해 먹고, 즐겁게 마셨던 기억이 있어요. 조금 확장시킨 거죠. 연출로 꾸며진 곳이 아닌 우리가 지금껏 모으고 키워온 식물이 있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따뜻한 한 끼를 요리하고, 우리가 애정하는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는 100평의 공간. 서로 용기를 주고 받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름도 플랜트바 ‘용기’에요. 이 공간은 2015년 효창동에 처음 오픈했던 쇼룸이 모토에요. 식물을 중심에 둔 채로 전시, 공연, 다양한 콘텐츠, 그리고 멋진 친구들이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랜트 오픈 스페이스’가 되었으면 해요.






(시계방향부터)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프라이탁Freitag, Aesop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 사진제공: instagram@padosikmul

디앤디파트먼트 제주D&DEPARTMENT JEJU, 카페 노티드Knotted, 프라이탁Freitag, 구호KUHO, 이솝Aesop, 아모레퍼시픽 등 많은 기업 및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예술 프로젝트 전시 팝업도 이어가고 있죠. 외부와의 협업이지만 언제나 파도식물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파도식물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요. 프로젝트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분명한 인상 혹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것을 중점에 두고 고민하다 보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파도식물의 프로젝트를 알아봐 주셔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특별함보다는 이게 맞는지를 다시 의심하고, 식물만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끝까지 고민하는 게 파도식물이 일을 풀어내는 방법이에요.

(시계방향부터)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프라이탁Freitag, Aesop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 사진제공: instagram@padosikmul




특히 광고회사 재직시절 ECD (Executive Creative Director) 김호철 스승님께 배운 ‘럼(RUM)’의 자세를 항상 새기고 있고요. 관계가 있는지(Relevant), 기대를 넘는지(Unexpected), 기억에 남는지(Memorable)를 생각하는 거죠.

프라이탁 행사장에서 방문객 분들께 증정한 어린 소나무
/ 사진제공: instagram@padosikmul




파도식물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과 그 과정이 궁금해요.


파도식물은 조경만 다루는 게 아니라, 식물에 관련해 풀어낼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때론 프로젝트의 유형에 따라 식물을 배제하는 일도 가능하고요. 회의에서 나온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RESORT BLUE. 2019 / 사진제공 : instagram@padosikmul

예를 들면 구호에서 진행한 아트 팝업 경우는 ‘화분이 식물의 집이라면, 식물의 리조트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500개의 세라믹 오브제를 만들어 쌓아 올리면서 결과를 만들어 갔죠. 식물을 다루는 팀이라고 해서 반드시 식물을 활용할 필요는 없다 생각해요.

하지만 조경, 연출, 전시, 무엇이든 그것을 바라보고 이용하며 경험하는 사람이 중요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살아있는 소재를 다루는 팀이 현장의 환경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요.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d room의 콘셉트는 ‘Green Noise’였어요. 식물의 중요성과 인기가 많아진 요즘, 식물만 눈에 띄는 공간이 아니라 ‘White Noise’ 개념으로 접근한 녹색이 스며든 모습, 즉 이 공간에 있지만 없는 것 같은 모습을 녹여내고 싶었어요.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면 충분한 공부와 이해 과정을 거치고, 파도식물 스타일로 식물을 통해 어떤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파도식물이 프로젝트에 임하는 진행 방식과 과정이에요.

GREEN NOISE. 2020 / 사진제공 : 포토그래퍼 http://juyeonlee.com




가장 기억에 남았던 현장과 가장 힘들었던 현장의 경험이 있을 텐데요.


식물하는 사람들의 보람은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 올라가죠.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아도 매일 자라는 중이니까요. 매일 반복했던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단지의 식물 관리가 가장 힘든 현장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가장 변화가 빠른 도시에서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의 기획과 완성을 위해 달려온 저희들에게 단 하루도 빠짐없이 제자리의 식물들을 돌보는 일은 정말 다른 영역이었어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가꾼 것은 식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꾸고 지켜내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 사진제공 : (좌) instagram@padosikmul, (우) 포토그래퍼 http://juyeonlee.com




[선택의 정원]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을 때 선대회장님의 평전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를 읽고 진행 여부를 결정했다고 들었어요. 무엇보다 장원이 꿈꾸었던 식물원, 그 속에서 36살의 장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제안을 했다고요.


학생 시절 인터뷰 과제가 있었어요. 인터뷰이를 외할아버지로 결정했고, 긴 시간 차근차근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을 때 그 기억이 났습니다. 불굴의 기업을 세운 기업가라기보다는 인자한 옆집 할아버지라고 생각해 봤어요. ‘장원과 내가 1시간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죠. 섣불리 사소한 해답을 주시지 않아요. 큰 어른의 가르침은 깊고도 무겁거든요.
“거짓부렁하지 마라.”라고 하신 장원이 하신 말씀과,
“내 일을 거드는 게 아니라 네게 일을 주겠다.” 같은 윤독정 여사의 말씀처럼요. 한 사람과의 대화가 아모레퍼시픽 구성원 모두와의 대화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프로젝트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1984년 '직장인' 빅맨 인터뷰 당시 서성환 선대회장님의 모습
/ 사진제공: 해당 매거진 발췌




장원과의 어떤 대화를 상상하셨는지 궁금해요.


청년 시절의 서성환 선대회장님의 모습

서로 즐겁게 대화 나눌 수 있는 것에 대해 상상해 봤어요. 일단 회장님께 평양냉면을 먹으러 가자고 하고 싶었어요. 저도 좋아하고, 이북에서는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회장님께는 한참 못 미치지만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대화도 즐거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지금 저와 같은 나이인 서른여섯 장원의 생각과 태도가 어떨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1960년 남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순회 방문의 스토리에 좀 더 이입이 되었던 듯하고요. 분명 시대와 사회는 달랐겠지만 말씀을 통해 지금의 저를 반추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현장을 중요시하는 만큼 직접 제주 돌송이 차밭과 본사의 정원을 방문했다고 들었어요.


작년 8월, 돌송이 차밭을 가장 처음 마주했을 때 뭐랄까 좀 아찔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조경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지금 이 시절을 우리가 만나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의지가 여기에 녹아 있었을지. 더군다나 70년대 장비조차 변변치 않은 그 악조건속에서 땅을 고르고, 차나무를 심어 기르는 작업이 이뤄졌을 테니까요. 상상조차 가지 않는 그 세월에 숙연해지더군요. 이미지로만 보았던 본사 5층 아모레 가든을 처음 방문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확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세련되고, 우리나라도 이런 조경이 있다고 외국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스타일이 1세대 조경가 정영선 대표님의 작품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식물을 하는 어린 후배로서 끝없이 발전하고, 정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면서 파도식물은 어떤 영감을 받았나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저희에게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어요.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치열하게 생각을 나누고, 힘을 합쳐 같이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소중한 경험은 앞으로도 저희에게 큰 영향을 끼칠 거예요.

[선택의 정원] 촬영 현장에서 파도식물팀과 아모레퍼시픽 담당자들 모습
/ 사진제공: 포토그래퍼 사이이다




[선택의 정원] 참여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얻어 가길 바라나요?


솔직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한 사람이 가장 무섭고, 대담하고, 위대한 사람이라 생각하거든요.
한 사람에서 출발한 이야기이지만 누구에게나 해당되고, 겪는 서로서로의 이야기가 담긴 프로젝트입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이건, 가족 및 친구이건,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한 태도야말로 대담한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아모레퍼시픽은 창업자인 장원 서성환 선대회장 때부터 지금까지 식물의 무한한 가치와 그 힘을 믿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해오고 있죠. 협업하며 경험한 아모레퍼시픽의 식물에 대한 관점이나 철학은 어땠나요?


식물이 사람을 ‘식물을 가꾸는 사람’으로 키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서성환 선대회장님의 여정을 보며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유년시절 식물과의 어떤 관계. 내가 선택한 길에서 식물을 자꾸 만나다 보면 어느새 내 인생에 식물이라는 카테고리가 크게 들어와 있죠. 저와 식물의 관계는 어머니의 꽃집으로부터에요. 중학생 시절부터 매년 2월이면 졸업식에서 꽃장사를 했죠. 그땐 그게 참 싫었는데 지금은 제가 이 업을 하고 있네요.
선대회장님 역시 유년 시절 옆집 뒷 뜰의 기억, 어머니의 동백기름, 고향 땅에서 이뤄지던 인삼 거래, 하와이의 DOLE 파인애플 박물관 등 식물과의 접점이 쌓이고, 쌓여가며 회장님 삶 안에서 식물 철학을 다져 가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선대회장님을 리스펙하는 점은 실행력이에요. 식물의 무한한 가치, 힘, 사업적 가능성 같은 가치는 사람이건 기업이건 모두 머리로는 알고 있거든요.



21년까지 운영했던 한남동 쇼룸 ‘파도식물/1.5’
사진제공 : instagram@padosikmul

요즘은 식물이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거나 집에서 직접 식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죠. 이런 관심 및 소비 흐름이 지속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식물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 일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사람도 있지만, 되려 트렌드이기에 따라가려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 계기로 식물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늘어나는 것 역시 좋죠. 직접 식물을 골라보고, 키우고 고민하며 힘들어하다 보내더라도, 그 자체로 식물과 관계가 맺어지는 거거든요. 하나의 트렌드로 소비 흐름이 지속되는 것도 좋지만 그 속에서 진정으로 흥미와 관심을 가져 식물과 함께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21년까지 운영했던 한남동 쇼룸 ‘파도식물/1.5’
사진제공 : instagram@padosikmul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식집사’, ‘베란다 농부’ 등 식물과 정원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식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관점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예전과 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식물 또는 정원,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에도 사이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테크가 유행이라고 하지만 사실 오래전에도 식물은 화폐나 투자 대상으로서의 역할을 했어요. 후추나 튤립 구근 같은 것들이 그랬죠. 내 땅에서 보지 못하는 이국의 식물·희귀함에 관한 관심 역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요.

그래도 식물에 ‘반려‘나 ‘집사’, ’인테리어’가 붙는 합성어는 뜨거운 관심을 반증하는 것이겠죠? 다만 차이라면 확실히 식물에 대한 지식과 보는 수준이 높아졌다는 건 느껴요. 꼼꼼하고 깐깐해졌어요, 좋은 거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곳이 많아진 결과일 거예요.

제주 쇼룸 ‘파도식물/틈’의 모습
/ 사진제공: 포토그래퍼 http://juyeonlee.com




식물을 기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선택과 도전의 과정이기도 하죠. 식물도 정성을 들여 기르고 돌봐야 하는데 식물을 죽일까 봐 겁을 내거나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사람들에게 식물에 도전해 볼 수 있는 파도식물만의 팁을 알려주세요.


(좌, 우 모두)디앤디파트먼트 제주에서 작업 중의 모습
/ 사진제공 : 포토그래퍼 http://juyeonlee.com

고기를 상추에 싸서 씹어 먹고, 다양한 채소를 다듬어 샐러드로 먹으면서도 우리는 식물이 죽을까 봐 걱정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식물에 큰 감정이입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예요. 식물 좀 못 키우면 어때요. 때가 되면 바꿔주는 화병의 꽃처럼, 식물의 가격을 (식물이) 살아있는 동안 내가 보고 행복해하고 즐기는 금액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가드닝은 평생 배워야 하는 고차원적인 활동이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식물과 함께하고 싶으시다면? 먼저 많이 찾아보며 공부하고, 키울 때는 대담하게 키워보세요.



파도식물의 활동은 언제나 새로워요.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활동은 어떤 걸까요?


‘용기’를 통해 식물과 먹고 마시는 것을 묶었다면 다음은 식물과 쉬고 머무르는 것을 묶어보고 싶어요. 작업실 한켠 식물이 가득한 방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쉼을 갖는 저희 경험을 공유해 보고 싶습니다.

식물과 하나된 휴식을 꿈꾸는 파도식물
/ 사진제공 : 포토그래퍼 http://juyeonlee.com

100평 가득 식물이 함께 하는 플랜트바 용기
/ 사진제공: 포토그래퍼 http://juyeonlee.com







개성 넘치는 크루가 한 배를 타고 용감하게 세상을 여행하는 파도식물은
식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사람들입니다.
때론 작고, 낮은 풀 한포기에서도 큰 감정을 읽을 수 있듯,
파도식물이 보내는 메시지 역시 식물들이 들려주는 대담한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22년 8월 오산 원료식물원 답사 당시
사진제공 : instagram@padosikmul





‘배를 닮은 씨방을 타고 파도와 바람을 따라 누비는
모감주나무의 씨앗처럼’ 서울과 제주를 넘나드는 파도식물에게
식물은 하나의 언어에 가깝습니다.

어디든 닿을 수 있는 이들처럼 식물은
강인한 힘으로 우리의 일상 모든 순간에 뿌리를 내립니다





사진 / 파도식물 공식 인스타그램(@padosikmul), 포토그래퍼 http://juyeonlee.com, 사이이다
에디터 / 로우프레스
기획 총괄 /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전체 인터뷰, 영상, 원고에 대한 저작권은 뉴스스퀘어에 있습니다.
TOP

Follow us:

FB TW IG